[동네사람] 창원 댓거리 '하프윙' 운영하는 강양석 씨

한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더운 날씨다. 이럴 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원한 '북캉스'가 절로 생각날 법하다.

창원 마산남부터미널 맞은편 2층에 있는 북카페 '하프윙'에는 책이 많다. 철학, 불교 관련 서적, 만화, 영화·시사 잡지, 신문, 소설 등 얼핏 세어도 2000권가량이다. 게다가 비교적 읽을 만한 책이 많다.

하프윙에 들어서면 계산대에서 머리를 묶은 두 남자가 눈길을 끈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강양석(38) 씨와 친동생 광석(32) 씨다.

"2008년부터 운영했어요. 책이 좀 많죠, 집에도 더 있는데…. 하하."

지금이야 '북카페'라는 개념이 많이 알려졌지만, 4년 전만 해도 지역에서는 낯설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커피 붐'도 없었고, 술집인 줄 알고 들어오는 손님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창원 댓거리 북카페 '하프윙'을 운영하고 있는 강양석 씨. /김희곤 기자

그런데 양석 씨는 왜 북카페를 열었을까.

"원래 커피를 좋아했고, 또 책을 좋아했어요. 인터넷서점에서 고객등급은 항상 최상급이지요. 북카페 모델은 서울에서 봤었어요. 사람들이 책도 보고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산에서도 만들고 싶었죠. 사실 돈은 안 돼요. 책을 너무 많이 사서 그런가 봐요."

둘러보면 근래에 나온 책들이 즐비하다. 물론 양석 씨가 읽어보고 싶어서 구입한 책이 대부분이다. 가끔은 손님들이 기증하기도 한다고.

양석 씨는 본래 철학을 전공했다. 여행도 좋아해 타이, 인도, 미얀마 등을 다녀왔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죠. 그리고 군대를 다녀오고 조금 방황하면서 그때부터 철학에 깊이 빠졌던 것 같아요."

철학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요가와 불교, 명상으로 이어졌다. 카페를 열기 전에는 인도에 가려 했었다. (개인적인)어떠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니던 대학원을 그만두고 지금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또 물음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이른바 '멘토'를 찾게 되면서 인도행을 접고 카페를 열었다.

그래서인지 철학과 불교에 관련된 책들도 쉽게 눈에 띈다. 하지만, 길게 길러 묶은 머리는 이와 관련이 없단다. 그의 설명이 재미있다.

"그냥, 이발비 절약하려고 기른 건데요. 동생은… 따라하데요. 옛날엔 빡빡 밀고 다녔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살도 찌고 하니까 그렇게 깎으면 사람들이 오해할 것 같아서요."

또 만화책도 꽤 많다. 사실 가게 이름이 만화책과 관련이 있었다. 양석 씨 아내인 이종은 씨가 만화작가였다. 아내가 쓴 단편 가운데 제목이 '하프윙(half wing, 반쪽날개)'이라는 만화가 있는데, 그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아내 손길로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실내장식은 카페에 편안함을 더했다. 그런 덕분일까. 손님들은 한번 앉으면 몇 시간이 지나도 일어날 줄을 모른단다.

"손님들이 오랫동안 앉아서 책을 보는 것이 싫은 게 아니에요. 카페를 찾는 또 다른 손님들이 자리가 없어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 미안한 거죠."

사실 이 카페는 족히 6명은 앉을 수 있는 소파에도 대부분 2명이 앉아 있었다. 소파가 너무 큰 탓이다. 그래서 지금은 소파 크기를 좀 줄여볼까 생각 중이라고 한다.

주 고객층은 아무래도 20~30대가 많지만, 근래에 들어서 중고생부터 40~50대 아주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단다. 양석 씨는 독서클럽이나 독서동호회도 꽤 오는 것 같은데, 자기한테는 이야기를 안 한다며 멋쩍어했다. 수입이 궁금했다.

"정말 그럭저럭, 딱 생활할 수 있는 정도예요. 만약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북카페는 진짜 '비추'예요."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만큼 책이 많다는 것 아닐까. 아직 끝나지 않은 더위, 하프윙으로 북캉스도 괜찮을 법하다.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운영한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이 카페는 강 씨 형제가 직접 만드는 브라우니 맛이 진짜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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