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대장정] 제 46구간 성삼재∼만복대∼주촌리(12.85㎞)

2008년 4월 19일 강원도 진부령에서 첫발을 내디딘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이하 종주팀)의 백두대간 대장정이 손에 잡힐 듯 그 끝이 보인다. 이제 지리산 3구간만 남았다.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여정이었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종주팀은 광복 67주년인 지난 15일 46차 산행을 다녀왔다. 이번 산행은 지리산 성삼재에서 출발해 작은 고리봉~묘봉치~만복대~정령치~큰 고리봉~고기 삼거리~주촌리까지 접속 구간 없이 12.85㎞다. 그룹 창사 기념일인 9월 13일 지리산 천왕봉에서 백두대간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탓에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도 종주팀은 산행을 감행했다.

861번 지방도에 있는 성삼재(1070m)는 짙은 운무와 세찬 바람으로 종주팀을 반겼다. 금방이라도 한줄기 비가 쏟아부을 것 같은 날씨였지만 여름 내내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산행 시작을 알리는 종주 대원의 우렁찬 함성과 함께 종주팀은 만복대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박일호 기자

잡목과 조릿대가 우거진 숲으로 10분 남짓 진행하자 헬기장이 있는 능선이다. 1000m가 넘는 고지대여서 그런지 비교적 큰 바람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초 단위로 바뀌는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발걸음이 평소보다 빨라졌다.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30분 정도 올랐을 무렵 작은 고리봉(1248m)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선 종석대,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지만 흐린 날씨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지리산 능선 조망은 허락하지 않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완만한 대간 마루금을 따라 1시간 2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넓은 헬기장이 있는 묘봉치에 당도했다. 이곳에서 구간 최고봉인 만복대(1438m)까지 도상거리는 2.2㎞로 완만한 경사길이 계속된다.

이 구간은 지리산에서 가장 넓은 억새 군락지대로 가을이면 그 모습이 장관이다. 만복대 정상은 바람이 워낙 심해서 오랜 시간 머물기 어려운 곳이다. 종주팀은 정상 바로 아래 비교적 바람이 덜 부는 곳에서 휴식과 함께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정상과 짧은 만남을 뒤로 한채 종주팀은 곧장 정령치를 향해 방향을 잡았다.

S&T그룹 백두대간 종주대원이 46구간 최고봉인 만복대를 향해 힘차게 오르고 있다. / 박일호 기자

정상에서 약 300m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오는 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름재와 염재봉으로 향하는 능선으로 접어들게 된다.

만복대에서 정령치까지 도상거리는 2㎞로 내리막이 계속되지만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곳에선 오르막 계단이 나온다. 초소를 지나자 곧장 정령치로 향하는 나무 계단이 나오고 737번 지방도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정령치 휴게소에 이른다. 종주팀은 미리 준비한 도시락으로 해발 1172m 고지에서 점심을 먹었다.

비록 자리는 불편하고 바람도 거세게 불었지만 이곳까지 걸어오지 않았다면 먹을 수 없는 소중한 식사였다. 휴게소는 웅장한 지리산의 모습을 보려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행락객으로 북적였다. 대부분 자동차로 이곳까지 올랐지만 종주팀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서 온 나 자신이 새삼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스쳤다.

만복대 정상 아래 드넓은 억새지대에 선 박광호(사진 왼쪽 첫번째) 등반대장과 대원이 스틱을 들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박일호 기자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큰 고리봉으로 가는 길은 이동통신 중계기가 있는 휴게소 왼편으로 올라야 한다. 이정표를 따라 500m 남짓 오르면 큰 고리봉(1305m)이다. 이곳에서 곧장 진행하면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이다. 반드시 왼쪽으로 꺾어 내려서야 대간 길이다. 쾌청한 날씨라면 이곳 큰 고리봉에서 멀리 지리산 능선의 장엄함을 조망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큰 고리봉에서 고기 삼거리까지는 급경사 내리막이 계속된다. 자칫 길을 잃기 쉬운 곳인 만큼 중간 중간 이정표를 확인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2.5㎞에 이르는 내리막은 지루하다. 고기 삼거리에 도착하자 산행 내내 참았던 비가 쏟아붓는다.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고기 삼거리에서 주촌리까지 지방도로를 따라 46구간 산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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