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허은미(마산YMCA) 씨

“요즘 블로그 운영 제대로 안 하고 있거든요. 파워블로거 인터뷰 대상이 아니지 싶은데….”

“7월호에 인터뷰했던 김천령님이 그러시던데요 뭐. 블로그는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거라고. 그냥 지금까지 활동하신 거 편하게 한 번 정리해 주시면 되지 싶은데요.”

지난 10일 오후 4시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블로그 ‘허은미가 만난 아이들(http://hueunmi.tistory.com/252)’을 운영하고 있는 허은미(30) 씨를 만났다. 섭외 때도, 인터뷰 때도 “인터뷰 대상이 아니”라며 몇 번이나 손을 저었다. 인터뷰어(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궁금한 것이 곧 독자가 궁금한 것이다. 블로그 운영이 부실(?)해진 까닭을 물었다.

-요즘 재밌는 취미라도 생기셨나.

/사진 김구연 기자

“아, 어떻게 아셨어요. 요즘 자전거 타기에 빠져 있습니다. 너무 재밌어요. 지난해 여름에 ‘자전거 국토순례’를 다녀왔는데요. 자전거를 꾸준하게 타야겠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자전거 순례 참 재밌더라고요.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80㎞, 100㎞ 달렸는데, 체력이 모자라서 탈진하기도 했는데, 순례를 마치니까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더라고요. 참석했던 아이들도 울면서 ‘앞으로 내가 못할 게 없다’며 큰 감동을 받았죠. 아무튼, 제가 등산, 걷기 등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즐겁게 살자는 주의자이기도 합니다. 하하. 제가 어떤 경험을 쌓느냐에 따라 아이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교실 안에만 있다면 아이들에게 해줄 이야기도 별로 많지 않을겁니다.”

올해로 8년차 마산 YMCA 유치원 선생님인 은미 씨. 블로그는 지난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220여 편의 글이 올라와 있다. 포스팅된 글들은 아이들과 함께한 은미 씨의 발자취이기도 하다. 그의 글은 한국방송 ‘TV동화 행복한 세상’에 6편이 영상으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일 년 동안 교육과학기술부 블로그(http://if-blog.tistory.com/) ‘아이디어 팩토리’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블로그 운영하게 된 계기는 뭔지, 어떤 점이 유용한 지.

“같은 일터에 있는 이윤기 부장님이 파워블로거(http://www.ymca.pe.kr/)이신데, 블로그를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셨어요. 유치원 이야기를 다루면 소재도 많을 것이고, 분명히 ‘뜰거’라고 하셨어요. 초반엔 부장님이 글도 봐주고, 방향도 이야기해 주시기도 했죠. 글도 글이지만, 제가 제목을 잘 못 달았는데, 제목을 다는 것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초반에는 일주일에 두어 편 정도 글을 써다가 서서히 탄력도 붙고, 재미도 생기더라도 고요. 결정적인 건 경남도민일보 지면 ‘갱상도 블로그’에 글이 실리고 나서부터 입니다. 지금까지 8편이 실렸는데, 지면에 실리니까 저희 아버지·어머니도 좋아라 하시고, 글을 쓰는 것도 확실히 재미있어졌죠.

더불어 제가 만일 YMCA에 몸담고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블로그를 운영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제가 쓴 글 가운데 ‘원장님’들이 싫어할 만한 글도 있거든요. 제가 다니는 일터가 다른 유치원보다는 표현의 자유, 뭐 이런 게 훨씬 자유롭죠.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아무튼, 블로그를 운영하니까, ‘외적 강제’랄까요. 글을 쓴 만큼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글과 행동이 다르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활동을 글로 정리하다 보니 아이들 처지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고요. 좀 더 섬세하게 관찰하는 버릇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교육과 관련한 제 생각이 아이들 부모님께도 전달이 되는데요. 종종 부모님들이 오셔서 댓글도 남겨주시고, 공감해주실 땐 힘이 납니다.”

/사진 김구연 기자

-유치원 교사 생활은 어떻냐.

“돈은 적고, 일은 많다고 하면 너무 직설적인가요. 같은 공교육이지만, 초·중·고 선생님 대우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사람들 인식도 실제 그렇고요. 유치원 선생은 쉽게 자격증 따서 아무나 할 수 있다는 그런 선입견이 싫습니다. 그리고 서류업무가 너무 많아요. 솔직히 아이들도 돌보면 정말 재밌는데. 유치원은 3년마다 평가를 하는데, 이거 내라, 저거 내라 챙겨 할 서류가 너무 많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거의 없고, 부모님들한테 받는 스트레스가 훨씬 많습니다. 부모 밑에 아이들이 많아 봤자, 하나 아니면 둘이잖아요. 자기 아이들만 생각하는 부모님들은 화를 잘 내시거나 상처주는 이야기 쉽게 하시거든요. 이런 부모님들은 대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릴 땐 아무쪼록 많이 뛰어 놀아야 하는데, 우리 어른들은 그런 생각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조기교육, ‘빨리빨리 교육’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요.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운동장 없는 유치원은 없거든요. 작은 그릇에 많은 걸 담기는 보다는 먼저 큰 그릇을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블로그 활동과 꿈은.

“기록이 중요합니다. 생각하고 있는 것을 그냥 말로 표현하는 건 한계가 분명히 있거든요. 견줘서 글을 쓰면 정말 많은 사람이 보는 것 같습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게 목표입니다. 부모교육 관련 글을 많이 쓰려고 합니다. 원래 일주에 세 편 정도가 목표였는데,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해서 일주일 한 편으로 줄였습니다. 제가 쓰는 글이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유치원 선생님으로서 꿈은 음…할머니 선생님이 되는 겁니다. 유치원 선생님은 결혼하면 퇴사하는 게 불문율처럼 돼 있어서 할머니까진 어렵겠지만, 40대 중반까진 할 수 있지 싶습니다. 여기가 YMCA잖아요. 하하. 제 체력이 허락하는 데까지는 해보려고 합니다. 유치원 교사생활 끝나면 귀농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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