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무용과 비보이 이색적인 공연 펼친-YD예담무용단

기자는 최근 카메라를 새로 구비하고, 각종 장비들을 업그레이드했다. 성능이 기대되지만 좀체 사진을 찍을 일이 없었다. 그러다 마침 기회가 생겼다. 지난 12일 저녁 6시 30분 창원 풀만호텔 아모리스B홀에서는 동아시아 해양회의 장관 만찬이 열렸다. 이번 회의에 참가했던 이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조정제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만찬사와 목 마레스 캄보디아 장관의 건배사가 이어지고, 만찬 시간이 이어졌다.

바다를 주제로 향기, 물결, 울림 선보여

/ 임종금 기자

만찬 시간이 끝나고, 문화공연 시간이 이어졌다. 이제야 카메라 성능을 제대로 테스트 해 볼 수 있겠구나. 첫 번째 공연은 부채춤 공연. 다섯 명의 무용수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커다란 부채를 펴고·접고·돌리며 쉼 없이 움직였다. 부채춤이 우리 전통춤이니 다소 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편견은 순식간에 깨졌다. 이렇게 빠르다니. 이렇게 경쾌하다니. 이렇게 역동적이다니. 카메라 셔터가 무용수들의 속도를 못 따라잡고 있었다. 고작 5명밖에 안 되는 무용수들이 무대를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자, 무대가 꽉 차 보였다. 회전속도를 높이자 치맛자락이 항아리처럼 부풀어 오르고, 회전을 멈추자 치맛자락은 어쩔 줄 모른 채 회오리치면서 휘어들었다. 우리 한복에 저런 ‘기능’ 있었다니.

부채를 쫙 펴자 ‘촥’하는 경쾌한 소리가 실내를 감싼다. 흡사 농구 팀에 골이 깨끗하게 들어가는 그 소리가 연상됐다. 우리네 전통무용은 조금도 무겁지 않았다. 이들이 보여준 우리네 전통 무용은 가볍고, 역동적이고, 화려하고, 경쾌했다.

/ 임종금 기자

부채춤 공연이 끝나자, 갑자기 어느 힙합풍의 젊은이가 무대에 선다. 이런저런 춤을 혼자서 추다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가수가 나온다. 판소리 풍의 노래를 부른다. 힙합풍의 비보이 전사 3명이 춤을 추고, 한 편에서는 전통리듬의 구성진 사랑노래가 좌중을 휘어잡았다. 어찌 보면 굉장히 어색한 것 같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노랫소리도 빨라지고, 힙합전사들의 춤도 빨라졌다. 뒤편에 앉은 젊은 관계자들은 자리에 앉아 있질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춤을 춘 이들은 ‘팝핀현준(남현준)’이라는 유명한 예술가이며, 노래를 부른 사람은 그의 부인인 국악인 박애리 씨였다. 이질적인 두 장르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조화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조명이 잠시 꺼졌다가 켜지자 다시 5명의 무용수가 섰다. 아무래도 아까 그 부채춤 팀인가 보다. 이번에는 한복이 아니라 푸른색 톤의 하늘하늘한 옷들을 입었다. 아마 동아시아 해양회의라는 주제에 맞게 바다를 상징하는 색 같았다. 율동이 앞선 부채춤 보다 훨씬 화려했다. 조명 또한 율동에 맞춰 붉은색, 하늘색, 푸른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변한다. 그에 따라 이들의 춤들도 변한다. 흡사 바다를 상징하듯, 어떨 때는 잔잔히 흐르듯 춤이 이어지다가, 폭풍이 이는 듯 일렁거렸다. 멍하게 보고 있자니 바다가 계절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속도. 5명이 바다를 표현하기 위해 속도는 갈수록 빨라졌다.

덕분에 새 카메라로 사진을 아무리 연달아 찍어도 좋은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았다. ‘A급 무용가들의 공연은 워낙 빠르고 무대를 넓게 쓰기 때문에 카메라 셔터가 못 따라간다. 그럴 때는 주제가 변하면서 잠시 멈칫거리는 시간이 있는데, 이 때 찍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사진부장이 한 말이 이제야 떠올랐다. 그 때는 ‘에이 요즘 카메라가 얼마나 좋은데’ 하면서 한 귀로 흘렸으나, 공연이 다 끝나가는 마당에 생각이 났다. 어른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속담이 새삼스러웠다. 하지만 공연은 폭풍 치듯 끝났고, 정신을 차려 보니 긴 박수갈채가 이어지고 있었다.

/ 임종금 기자

본능적으로 이대로 이들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실에 들어가 무용수들과 만났다. 이들은 ‘YD예담무용단’ 소속 무용수들이었다. 옷 갈아입고 떠날 채비를 해야 하는 바쁜 이들을 붙잡고 생각나는 대로 질문을 던졌다. 이숙희, 안효연 공동단장이 잠시 짬을 내줬다.

 

-실력이 상당하던데, 예담 무용단은 얼마나 된 오래된 무용단입니까?                                          “아뇨. 2004년에 무용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만든 자생적인 무용단입니다. 저희들(공동단장)은 이제 30살 밖에 안 됐어요. 2004년 창단할 때 가장 어린 무용수는 20살 1학년생도 있었어요.”

-주로 어떤 공연을 자주 하시는지?                                                                                   “저희는 한국전통무용과 창작무용을 합니다. 젊은 만큼 파격적인 도전도 많이 하려고 합니다. ”

-창원에는 처음 오셨습니까?
“예. 이번에 경남에서는 처음으로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앞선 부채춤은 전통무용인 것 같고, 뒤에 한 공연은 바다의 흥망성쇠라고 할까요? 바다의 여러 모습들을 표현한 것 같은데.
“네. 바다의 향기, 바다의 물결, 바다의 울림. 이렇게 3개 주제로 10분간 공연을 펼쳤습니다.”

이런 공연은 생전 처음 보는 문외한 기자조차 이해가 쉽게 될 정도로 공연은 대중의 눈높이를 잘 맞추는 것 같았다.

-혹시 다른 데서 한 공연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당장 생각나는 것은 2009년에 앙드레김 숭례문복원사업을 위한 주얼리 런칭쇼에 참여했고, 역시 2009년에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주요 도시 시장회의에도 초청공연을 했습니다.”

-예담무용단의 특징은 뭔가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젊은 무용단이라서 실험적인 도전을 많이 하죠. 또 저희는 작은 것 하나하나 세밀하게 접근합니다. 예를 들면 음악도 저희가 직접 연주하는 건 아니지만, 꼼꼼하게 기획의도와 맞추려 합니다. 그리고 옷은 저희가 직접 옷감을 대고, 직접 만듭니다. 그래야 저희가 구상하는 것과 조화될 수 있거든요.”

/ 임종금 기자

바쁜 이들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수는 없어 간단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이렇게 이들과 헤어지면 국내외를 오가는 이들을 다시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들이 몸과 옷으로 표현한 푸른 물결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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