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12) 양산 내화목장 박호진 대표

유쾌한 부부를 만났다.

양산 원동면 내화목장 박호진(54)·강경화(48) 대표 부부.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젖소 농장에서 양질의 우유를 생산하는 이들 부부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 모든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HACCP 인증도, 체험농장도 모두 아들 지우(29) 씨와 미래 농업을 위해서라는 부부는 "체험목장을 활성화해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부부는 목장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으며, 강 씨는 경남 목장형 유가공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아들의 미래'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특별한 게 없어요. 가장 기본에 충실할 뿐인데, 뭘 자랑하라고…. 더울 땐 자주 물을 갈아주고, 사료가 떨어지지 않도록 잘 살피고, 소가 원하는 것을 제때 잘 챙겨줄 뿐입니다. 지금은 소가 노는 것만 봐도 아픈지 안 아픈지 알 정도이지요."

양산 원동면 내화목장 박호진, 강경화 씨 부부와 아들 지우 씨가 젖소에게 사료를 먹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내화목장은 지난 2010년 HACCP 인증을 받았다. 그래서 내화목장 방문객은 여느 농가 들어가듯 대문을 그냥 들어서면 안 된다. 입구에 마련된 작은 소독실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들어가야 한다.

HACCP 인증은 아내 강 씨의 권유로 받게 됐다.

"바깥일은 거의 아내가 합니다. 저는 열심히 젖소만 키우죠. HACCP 인증도 아내가 하자고 해서 받은 겁니다. 돈도 많이 들고 번거로워 포기할까 하는 마음이 지금도 간혹 듭니다만, 체계적이고 깨끗한 개체 관리를 위해 많은 농가에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HACCP 인증을 받으려면 필요한 교육을 받고 조력자의 조언을 거쳐 냉각실 분리, 방충망 시설, 소독실 설치 등 필요한 시설을 갖춰야 한다. 인증 후에도 연 2회 점검을 하고, 3년째에는 전체적인 재점검을 받는다.

"HACCP에 대한 지원이 더 됐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컨설팅 업체에서 수질검사·분변검사 등을 도와주지만, 그 후에는 각 농가에서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듭니다. 체계적으로 기관·의뢰처 등이 정해져서 농가가 신경 써야 할 일이 덜어졌으면 합니다."

박 대표는 1979년 축사를 지어 1980년부터 젖소의 젖을 짰다. 낙농업을 하던 큰 누나의 영향 때문인지 박 대표도 닭·돼지·한우 등을 키우다 젖소 농장을 운영하게 됐다. 1979년 진주농림전문대학 새농촌 영농자 양성소에서 농업 전 분야를 공부하며 낙농을 전공하기도 했다.

"짐승이 좋았습니다. 짐승만큼 성실한 직원이 없어요. 최고의 직원입니다. 지금 140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주인이 주는 만큼, 정성을 쏟는 만큼 따라주죠. 충신입니다. 그리고 젖소는 보름에 한 번 우유 대를 받기 때문에 자금 회전이 비교적 빠르고, 외부 파동을 적게 겪는 편입니다. 구제역 등 파동이 오면 한우는 직격탄을 맞는데, 젖소는 소 값이 떨어져도 우윳값이 있으니까 영향이 조금 적습니다."

체험목장을 활성화해 아들에게 물려주는 게 꿈이라는 내화목장 박호진 대표(맨 왼쪽)가 가족과 함께 웃고 있다.

박 대표의 하루 시작은 오전 5시. 3시간가량 착유(젖 짜기) 작업을 하고, 다시 오후 5시에 한 번 더 착유한다. 날씨가 더운 요즘은 생산량이 조금 줄어 하루 착유량이 2.2t가량이다.

내화목장에서는 젖소를 연령대별로 구분 관리한다. 어린 소, 중간 소, 큰 젖소, 임신우, 건유우, 착유우의 6개 동으로 구분했다. 전체 140마리에서 젖을 짜는 착유우는 74~85마리 정도다.

목장에는 CCTV를 설치해 젖소가 한밤중에 새끼를 낳더라도 항상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우리 목장 젖소는 다른 농가에 비해 유량이 많습니다. 올여름 폭염에도 도태되는 소도 없었고요. 비결은 없습니다. 항상 관심을 쏟고 기본에 충실할 뿐입니다. 아들이 그래요. 조금 안 좋은 짚을 아깝다고 그냥 주면, 나중에 병이 나서 돈이 더 많이 든다고요. 좋지 않은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 돈을 아끼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부부는 지난해부터 양산시 농촌문화체험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낙농체험 농가로 준비하고 있다.

양산시 농업기술센터는 근교농업이 많은 양산시의 특성상 새로운 농가 소득원 발굴을 위해 체험 농가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농업·농촌 과제로 체험교육을 운영하는 농장주가 중심이 돼 '양산시 농촌문화체험연구회'를 결성했다.

"FTA 협정 체결 등으로 농업·농촌의 비전이 없습니다. 앞으로 10년이면 관세도 철폐되고 농촌은 더욱 힘들어질 겁니다. 새로운 소득원 개발을 해야 합니다. 치즈 등 낙농 체험으로 줄어드는 소득을 보충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치즈 만들기는 내화목장의 HACCP 인증 환경에서 생산된 질 좋은 우유를 활용할 방안이기도 하다.

우유는 개별 농가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여타 농산물과는 다르다. 부산경남우유협동조합을 통해 우유를 모아 대형 회사에 공급한다. 그러므로 다른 농장 우유와 섞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좋은 우유의 품질을 그대로 살려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목장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치즈 만들기이다.

양산시 농업기술센터는 내화목장이 있는 원동면이 딸기가 유명한 특성을 고려, 딸기 농장과 젖소 목장 등 인근 농가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구성도 제안하고 있다.

"아직 기본 설비가 다 갖춰지지 않아 당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는 어렵습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초기 투자가 너무 과하면 안 된다고 지금이라도 시작하라고 조언하지만, 우리 부부 성격은 이왕 하려면 제대로 다 갖춰놓고 하고 싶습니다. 올해 말쯤 체험장이 다 지어지면 올겨울이나 내년부터 체험 행사를 운영할 수 있을 겁니다."

이들 부부가 이렇게 열심히 목장을 일구는 이유는 단 하나, '아들의 미래' 때문이다.

아들 지우 씨는 박 대표 부부와 함께 살며 목장 일을 하고 있다. 취직을 했었지만, 당시 박 대표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부모님이 고생스럽게 일군 것을 포기할 수 없다. 내가 하겠다"며 직장을 접고 목장 일에 뛰어들었다.

"아들과 같이 사니까 우리가 더 부지런해집니다. 모범을 보여야 하니까 더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아들에게 짐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게으름 피울 수가 없어요. 아들도 알아서 1시간 먼저 일어나 젖소를 돌보는 등 열심히 일하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아들의 미래를 위해 하나라도 더 일구고 싶습니다."

<추천 이유>

△천종철 양산시농업기술센터 소득기술담당 = 내화목장 박호진 대표는 33년째 젖소를 사육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현장에 접목한 핵심지도자입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 유우군 검정 생애유량 최고 100두 선정과 2007년 깨끗한 목장 가꾸기와 2010년 HACCP 인증 등 낙농산업 선구자로 오직 한 길을 꾸준히 걸으면서 집약된 기술과 노하우로 승부하는 열정의 강소농입니다. 올해는 유우협회 주관 우수목장 선정과 새로운 체험목장을 조성하는 등 차별화된 목장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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