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김영철·배지현 부부

두 달이면 충분했다. 첫 만남에서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말이다.

그렇다고 첫눈에 불꽃이 튄 것은 아니었다.

김영철(37)·배지현(32) 씨는 선 자리를 통해 처음 마주하게 됐다. 남자는 중간마다 실없는 이야기도 하며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했다. 여자도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호응했다. 하지만 그 정도였다. 맨송맨송했다. 서로 큰 호감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친구들이 마련한 소개팅 자리였으면 그냥 그 한 번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 관계인 남자 쪽 이모·여자 쪽 어머니가 주선한 자리였다. 집안끼리 마련한 '선 자리'라는 가볍지 않은 그 무엇이 그들을 눌렀다.

   

양쪽 집안에서는 조금 더 만나보고 판단하라는 압력 아닌 압력을 넣었다. 그렇게 몇 번을 더 만났다. 처음보다야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했다.

서너 번 만남이 이어진 후 경주 벚꽃 여행을 계획했다. 주말에도 직장일을 해야 했던 여자 쪽에서 모처럼 시간이 났다. 때마침 여자 쪽 아는 여동생 커플이 자기네도 경주에 가기로 했다며 현지에서 만나자고 했다.

경주에서 만난 여동생 커플과 함께 이곳저곳을 다녔다. 여동생 커플은 오래된 관계라 보란 듯이 스킨십을 했다. 그때까지도 이 둘은 쭈뼛쭈뼛하던 사이였다. 여동생 커플은 "손 좀 잡아라"며 바람잡이 역할을 충실히 하기 시작했다. 내심 이러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둘은 자연스럽게 깍지를 꼈다.

불꽃이 타오른 건 이때부터였다. 벚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맞닿아 있는 손에 모든 신경이 집중됐다. 마음이 가야 몸이 간다고 말하는 이가 있지만, 그 반대도 적지 않다. 몸이 닿게 되면서 서로는 '호감도 급상승'을 이루게 됐다.

이제 일사천리였다. 며칠 되지 않아 서로는 '결혼'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렸다. 누가 먼저 말하느냐 문제일 뿐이었다.

창원 저도연륙교에 있는 한 찻집에 들어갔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손님 한 명 없이 조용했다. 남자는 결혼 얘길 꺼낼 수 있는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마침내 말을 꺼내려는 찰나,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가족 모임인 듯싶었다. 그들은 조용했던 커피숍 분위기를 점령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남자는 우물쭈물했다. 보다 못한 여자가 "오빠, 우리 결혼하자"고 속 시원히 말했다. 남자는 고맙고 미안했다.

남자는 따로 날을 잡아 장미꽃 100송이와 함께 청혼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결혼 날짜도 그해 10월로 잡았다.

   

'내 임'을 찾는 데 30년 넘는 세월을 기다린 이들이 2011년 2월 25일 처음 만나 결혼 날짜를 잡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두 달이었다.

뭐 그리 급하게 했느냐 싶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결혼 시기를 넘어선 서로였기에 불필요하게 시간 낭비할 이유는 없었다.

둘은 성격이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둘 다 순한 성격이지만, 남자는 급한 면이 있고, 여자는 차분하다. 남자가 이끄는 쪽으로 여자가 잘 맞춰준다. 그래서 싸울 일이 별로 없다. 남자는 여자 덕이라며 고마워한다.

결혼한 지 1년 채 못된 지금, 부인 뱃속에는 7주 된 아이가 있다. 둘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건강한 부부라는 사실에 감사해 한다. 내년 4월이면 첫 아이를 보게 된다.

두 사람은 닮았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남매라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호감 있기 전까지는 몰랐다. 서로 마음을 뺏긴 이후부터는 그 말이 귀에 들어왔다. 눈매·가지런한 치아·얼굴형·검은테 안경…. 자신들이 봐도 닮았다 싶다. 지금도 거울을 함께 보며 "갈수록 더 똑같아지는 것 같네"라며 웃음 짓는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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