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흥미 위주 이야기를 찾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시청자가 원하는 것일까, 정말 이렇게 방송을 만들어야만 시청자가 채널을 돌리는 것일까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 보도를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서 난 또 한 번 방송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올림픽! 4년마다 열리는 전 세계인들의 축제. 각국 대표들은 그 축제에서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야말로 이 대회 한 번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부단히,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역시 단 한 번의 평가로 실력을 입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올림픽 참가 자체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 중에 1, 2등으로 뽑힌 것도 대단한데 세계 대회에 가서 금·은·동을 따다니, 참가한 모든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하지만 방송·언론은 그렇지 않다. 그들 나름대로 메달 가능성에 따라 방송을 할지 말지 정하고, 인기와 비인기로 나눠 인기 종목만 방송한다. 방송사가 보여주는 대로 볼 수밖에 없기에, 시청자들 역시 그 종목들만 시청하고 해당 선수가 메달을 반드시 따야만 하는 것처럼 여기게 된다. 메달을 따면 좋아하고 메달을 따지 않으면 아쉬워하고….

물론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누구보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마찬가지이다. 노력한 모든 선수가 칭찬받아 마땅하다. 선수들의 실력을 메달로만 평가하고 홀대하면 안 된다.

체조의 양학선 선수는 정말 대단했다. 어떻게 저런 자세가 나올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금메달 획득 후 모든 언론의 관심은 양학선 선수에게 집중되었다. 양학선이 누구인지, 어떻게 자라왔는지, 부모님은 누구인지, 어떤 훈련과정을 거쳤는지 국민들은 궁금해 했고 언론은 너도나도 취재열기를 올리기에 바빴다.

그러다 한 매체를 통해 양학선 선수가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었다는 것이 보도되자, 이번엔 이쪽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어떤 기업이 집을 선물한다더라, 이번 상금이 얼마라더라, 다른 기업은 얼마를 후원한다더라 등등. 언론은 본질은 잊고 가십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같은 언론인으로서 참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아무리 금메달리스트라 해도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이렇게까지 집중했을까 싶었다.

런던올림픽이 13일 끝이 났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폐막식까지 다 보고 다 함께 입국을 하는 것은 아니다. 메달을 따지 못한 종목, 경기가 끝난 선수들은 이미 입국했다. 하지만 입국 사실조차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참 안타깝다. 선수들 모두가 함께 귀국해서 다 같이 포토라인에 서고 다 같이 축하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언론의 이런 보도 태도 때문에 사람들은 무조건 메달만 기대하고, 선수들은 메달에만 집중하다 보니 사기가 떨어지고 연습에 집중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머나먼 타국까지 가서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모두가 국가대표, 모두가 1등이었다고.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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