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호의 '우포늪에 오시면'] (17) 우포늪의 금메달은 무엇일까요

폭염에도 불구하고 우포늪을 방문한 분들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동시에 표하면서, 우포늪의 생물들에게는 시원한 휴식을 주려고 하는지 드디어 반가운 비가 왔습니다.

십여 일이나 30도를 웃도는 찌는 날씨에 고생한 우포늪이 드디어 기세등등하던 햇볕 천지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의 나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한여름 내내 비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비는 언제나 반가운 손님인가 봅니다. 오랫동안 폭염에 시달린 독자 여러분, 우포늪, 그리고 우포늪의 방문자들을 위해 우포늪 인근에서 활동하신 청강(晴岡) 하재승(河在丞) 선생이 쓰신 시를 한 수 소개합니다.

반가운 비(喜雨)

기다리던 비가 내려 만천하에 혜택을 주는 구나. 구름은 담장 위로 날아가고 있는데

헐떡이는 소 앞의 두꺼비는 배가 볼록하고 개구리는 노래 부르니 오늘밤은 여러 잔의 술을 마시려 하네

밭 주위에 심은 나락 잎은 생기를 얻어 제비꼬리와 같이 윤기가 나고 이랑에는 콩꽃들에 벌이 붙어 아름답구나

밭 가운데의 조는 구슬같은 물을 마시지 못해 굶어 있는가? 꽃향내 차(茶) 마시며 시 한 수 바람에 날려 보내고자 하네.

 

위의 시를 읽으니 반갑게 내리는 비의 혜택으로 시작되는데, 특히 마지막의 "꽃향내 차(茶) 마시면서 시 한 수 지어 바람에 보내고자 하네"라는 표현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반갑게 내리는 비라 제목이 한자로 '喜雨'이나 글쓴이가 한글로 제목을 바꾸었음을 밝힘니다.)

지난 10여 일 간 우리 국민들을 즐겁게 때론 애타게 해준 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런던올림픽 기간에 우리 한국 선수들이 따낸 값진 메달들을 보면서, 우포늪의 금메달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가시연꽃일까? 아니면 말밤으로 불리는 마름일까요?

우포를 찾은 외국 관광객들. /경남도민일보DB

사진을 찍기 위해 우포늪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현재 우포늪의 금메달은 아마도 아름다운 가시연꽃일 수도 있을 겁니다.

우포늪 물에 있는 밤 맛을 가진 말밤의 표준말은 잎이 마름모꼴이라 하여 마름이라 불리는데, 우포늪의 중요 식물로 초등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우포늪 인근 주민들과 말밤에 대한 어린 시절 추억을 가진 40대 이상 방문자들에게는 마름이 금메달감일 수도 있을 겁니다.

겨울이면 우포늪을 찾는 고니와 기러기에게는 무엇이 금메달일까요? 섬유질이 풍부한 밀가루 성분의 자연산 빵이라 할 수도 있는 메자기가 금메달이겠습니까? 우포늪에서 주민들이 타는 작은 배를 타 본 초등학생들에게는 그 작은 배가 최고로 재미있는 체험으로 기억되기에 금메달감일지도 모릅니다.

방문객들마다 저마다 다르게 매기는, 우포늪의 금메달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한편으로 우포늪의 금메달감 경치는 또 무엇이라고 할지도 궁금합니다.

이번 8월이나 9월에 우포늪에 오시면 2008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이 꽃이 핀 우포늪의 대표 수생식물 중의 하나인 가시연꽃을 보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 아름다움과 크기로 인해 가시연꽃이 확연히 방문자들의 눈길을 끄는 메달감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지만, 올림픽에서 한 번 금메달을 수상한 사람이 영원히 계속해서 금메달 수상자가 될 수는 없는 것처럼,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생물은 계절별로도 다 다르니 이 또한 재미있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올림픽에서 차기 올림픽까지 2연승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과 같이 올해의 가시연꽃을 내년에도 보시리라는 가능성은 결코 많지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비가 얼마나 내리느냐가 가장 큰 결정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한가로운 우포늪의 거룻배./경남도민일보DB

1년생인 가시연은 콩 크기 만한 작은 씨앗에서 잘 발아하여 커 올라오다가도 홍수가 나거나 태풍을 만나게 되면 결국 다른 수생식물에게 그 대표 자리를 내어주고 맙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이 곳 주민들이 말밤이라 부르는 마름이 대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이나 우포늪의 생물이나 금메달인 1위의 자리는 그래서 항상 지키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도 근무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좋은 메달을 따시기 바랍니다. 직장에서의 하루 일과가 끝나면 대부분의 많은 독자분들이 댁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화제를 조금 바꾸어 우리가 사는 가정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글을 읽어 주시는 우리 독자분들은 가정의 부부와 자제분들로부터 어떤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십니까? 결론적으로 글을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이 금메달 아빠와 엄마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공동 메달도 있으나 공동 동메달이 아닌 공동 금메달이 쉽지야 않겠지만, 오늘부터라도 최선을 다해 보자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열심히 해서 좋은 메달 따보고 싶습니다.

우포늪에서 13년 넘는 세월 동안 사진을 찍어 온 전문작가인 정봉채 작가는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선 자연 속에서 한 곳을 오랫동안 보라고 합니다. 그 작가는 한 곳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사진기의 셔터를 누릅니다.

우포를 찾아온 천연기념물 노랑부리저어새. /경남도민일보DB

한 번은 정 작가가 한 곳에 5시간 동안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지나가는 짐승인 고라니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모르고 다가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게로 다가오더랍니다. 작가는 고라니의 그 행동에 순간적으로 당황했겠지만 그 고라니는 작가를 자연의 일부라고 여겼을 것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다가가지 않았을 겁니다.

이와 같이 오래 계속해서 보면 특이한 경험도 하면서 자연을 바르게 제대로 보는 힘을 가져 준다고 합니다.

우포늪에 방문자분들이 오시면 다양한 식물들을 가까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식물들을 그냥 스쳐 지나가지 마시고 유심히 5분 정도라도 보시고 관찰하시면 다양한 모습으로 그들이 인사도 하고 많은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모처럼 오시는 귀중한 발걸음이 의미있고 유익하시기를 바랍니다.

/노용호(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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