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후회없이 땀 흘렸다. 꼭 메달 따고 돌아오겠다"

여자 핸드볼하면 아직도 영화 ‘우생순’을 떠올리는 이가 많다.

2004 아테네올림픽 실화를 다룬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에서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역경을 이겨낸 스토리는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여자핸드볼은 ‘한데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으면서도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메달 2, 은메달 3, 동메달 1개를 기록했다.

구기종목에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경우는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과 여자 핸드볼이 유일하다. 도내 실업팀 소속으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도 있다. 바로 지난 1년 간 태릉선수촌에서 맹훈련을 통해 ‘제2의 우생순’을 준비하는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골키퍼 문경하(33․경남개발공사)다.

문경하는 이번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핸드볼 국가대표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된 2004 아테네 올림픽을 경험하기도 했다. 문경하는 비록 영화 속 주된 배경이 된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핸드볼 덴마크와의 결승전에는 뛰지 못했지만, 프랑스와의 4강전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한국 여자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부상으로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8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런던판 우생순’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문경하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 골키퍼./주찬우 기자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문경하를 만나 이번 올림픽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랜만이다. 예전보다 얼굴이 많이 탔다. 어떻게 지내나?

“런던 올림픽 막바지 훈련에 여념이 없다. 하루 세 타임씩 훈련을 하고 주말도 없이 태릉에서 훈련하고 있다. 나이가 드니 더 힘든 것 같다. 마지막 올림픽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태극마크를 다시 달 거라고 생각했나?

“사실 반신반의했다. 대표팀 발표를 앞둑소 가족에게도 큰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며칠 전 최종 엔트리가 발표됐는데 내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좀 감격스러웠다. 감독님께서 경험이 많은 부분을 배려해주신 것 같다.”

주전으로 뛸 가능성은?

“주희(대구광역시청)와 번갈아 골문을 지킬 것 같다. 아무래도 주희가 먼저 뛰지 않겠나 싶다. 얼마 전 치러진 최종평가전에서도 주희가 주전 골키퍼 역할을 했다. 조별리그 경기가 많으니까 기회는 올 것이다.”

이번 대표팀이 예전보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우려도 큰데?

“아마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8강에도 들지 못해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현재 우리 팀은 세대교체 중이다. 얼마 전 유럽 전지훈련도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경기력은 괜찮았다. 모든 것을 올림픽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가 속한 B조를 죽음의 조라 부르는데?

“노르웨이·덴마크·프랑스·스페인은 지난해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1~4위를 휩쓴 팀들이다. 쉽게 볼만한 팀은 하나도 없다. 우리가 아테네 때 결승에서 졌던 덴마크가 약하다고 들었다. 이번에는 설욕하고 싶다.”

올해는 태릉선수촌에만 있었는데, 여기가 소속팀(경남개발공사)보다 더 편하지 않나?

“무슨 소릴 하냐. 소속팀이 친정이라면 여긴 시댁이다.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시댁이 친정보다 편할 리가 있나.(참고로 문경하 선수는 아직 미혼이다) 후배들이 많이 응원해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올림픽 다녀와서 한턱내겠다.”

아직도 많은 팬이 핸드볼 하면 ‘우생순’을 떠올린다.

“그때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솔직히 별로 생각이 안 난다. 벌써 8년 전 아닌가.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만큼 런던에서 다시 한 번 ‘생애 최고의 순간’을 위해 뛰고 싶다.”

막바지 훈련이 힘들진 않나?

“올림픽 때까지만 여자이길 포기하기로 했다. 야외 체력 훈련에 얼굴도 많이 타고 셔틀런이나 스쿼트를 많이 해 근육도 많이 붙었다. 내가 봐도 여자로서 매력은 없어 보인다. 태릉에만 있다 보니 연애도 못한다.(웃음)”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각오는?

“지난 1년간 후회 없이 땀을 흘렸다. 금메달은 아니더라도 꼭 런던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메달 따고 와서 런던 소식 다시 전해주겠다. 그때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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