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31) 부산경남경마공원 야간경마축제

조금 기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한낮의 외출은 여전히 두렵다.

지난해 4월 국내 최대 '말 테마파크'를 열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 손색이 없는 '말(馬)이 말(story) 만들어 내는 곳',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야간경마축제가 한창이다.

한여름, 해가 지면 이야기가 시작되는 야간경마축제 현장으로 떠났다. 축제는 오는 19일까지 주말(금·토·일)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부산경남경마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오후 4시께 경마공원에 도착했다. 5000여 대의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웬만큼 사람이 모이지 않고서야 주차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무료다.

주말 입장료는 어른 1000원이다.

어스름 해가 지기 시작하면 경마공원은 현란한 빛과 어울려 또다른 별천지로 변한다.

입구에 들어서니 체험행사 부스가 줄지어 있다. 페이스 페인팅, 대나무 활 만들기, 수제 쿠키 만들기, 동물 얼굴 토피어리 체험, 한지 부채 만들기, 대나무 물총 만들기 등이 아이들의 시선을 끈다.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현장 접수처로 향했다.

평소에는 4회 운영하지만 야간 개장과 함께 횟수를 늘렸다. 평소 일반인은 출입이 통제된 곳으로 견학을 간다니 매력적이다. 이날 둘러볼 곳은 동물병원과 도핑검사소, 승용 마사. 오후 5시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시간이 남는다. 경마공원까지 왔는데 경마경기 베팅 현장에 가보기로 했다. 초보자라면 일단 1층에 있는 초보경마 베팅교육을 하는 곳을 찾는 것이 편하다. 직원의 친절한 해설을 10분간 듣고 나면 쉽게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대형스크린에선 다른 경마장 경기가 실시간 중계되고, 야간 경기를 앞두고 베팅에 신중한 사람들로 자못 분위기가 진지하다.

아이들은 1층 무료 키즈카페 '포니&키즈'나 2층 '북카페 북마니아'에서 잠시 놀면 된다. 키즈카페는 어른 1인 동반입장인데 깔끔한데다 웬만한 놀이기구가 있어 부담없이 놀기 적당하다.

◇견학 프로그램 =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대형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이동하는 동안 안내 직원이 경마공원과 말 등에 관해 친절히 설명해준다.

도핑검사소와 동물병원에서 말들이 어떻게 치료를 받고 경기 나가기 전 어떤 준비를 하는지 알게 됐다. 아이들 눈이 반짝반짝하고 질문이 많아진다.

가장 관심을 끈 곳은 승용 마사. 말들이 마사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쓰다듬어도 보고, 말이 제일 좋아한다는 각설탕을 직접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말은 귀 모양으로 기분을 알 수 있어요. 말의 귀가 뒤로 젖혀져 있으면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는 뜻이니 귀를 쫑긋 세운 말들에게 각설탕을 주세요. 손은 모아서 반듯하게 펴서 손바닥 중앙에 각설탕을 놓고 말에게 다가가면 됩니다. 말은 겁이 많아서 모든 것을 말이 볼 수 있게 해야 해요."

기념품까지 챙겨준다. 오후 6시가 다 되어 가지만 아직 햇볕은 따갑다.

견학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승용마사 등을 둘러보며 말을 보고 만질 수도 있다.

◇말 테마파크의 꽃, '호스토리랜드'와 '호스아일랜드' = 가야국을 비롯한 세계 말 이야기를 주제로 전시, 놀이, 체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호스토리랜드는 지하로 연결된 '시간의 터널'을 통해 입장 가능하다. 지하터널도 경마경기 트랙 하부로 이동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가야의 마형토기뿔잔을 본뜬 조각상이 나타난다. 이곳이 가야의 땅임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역시 말이 주요 테마다. 가야국을 재현한 성곽을 지나 김수로왕 부부가 말을 타고 등장하자마자 포세이돈과 올림포스 11신을 표현한 고대 로마의 전차가 나타나는 등 아테네 파르테논을 옮겨놓은 듯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호스 아일랜드에서는 자연에 흠뻑 취할 수 있다. 바람을 맞으며 이색자전거를 타고 연못을 끼고 한 바퀴 돌아볼 수도 있고 데크를 이용해 연못 위를 거닐어 볼 수도 있다.

◇한여름 밤의 축제가 시작된다 = 어스름 해가 지기 시작한다. 경마공원의 주요시설 곳곳에 현란한 조명이 켜진다.

하이라이트는 낮부터 아이들의 인기를 끌었던 슬라이드와 미니풀장으로 꾸며진 대형 워터슬라이드와 바닥 분수가 있는 곳이다. 물과 현란한 조명이 만나니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바닥 분수 반대편에는 야간축제 기간 마련된 공연과 무대가 시작돼 한층 분위기를 돋운다. 익숙한 노래가 귓가에 들리고 눈과 별, 별똥별 등 다양한 형상을 한 조명들이 머리 위에서 반짝거린다.

야간 경기가 시작됐다. 경마공원을 밝혀주는 시원한 조명 아래서, 잘 빠진 경주마들이 사람들의 함성과 탄식 속에 1500m에 달하는 거리를 박진감 넘치게 달린다. 찰나지만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해 주는 빙수 같은 맛이다.

조명이 켜진 바닥 분수는 물놀이 장소로 그만이다.

◇경마공원 TIP = 야간경마축제 기간 경마공원을 가는 방법 중 가장 편한 것은 경마공원의 셔틀버스다. 경남에서는 거제(다큐브거제백화점 옆 육교)와 통영(롯데마트 통영점), 장유(김해서부경찰서), 창원(마산역, 창원종합터미널, 내동상가, 남산 시외터미널, 진해 롯데마트, 진해 용원 풍림아이원 옆 대로변)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 개인차를 이용한다면 남해고속도로 지선 가락 나들목을 빠져나오면 된다.

경마공원 안 무료 키즈카페 포니&키즈. 한낮에도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 수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