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꽃 핀 썩은 물 악취 진동…하류서 상류로, 지천으로 확산

고인 물이 썩었다.

9일 오전 합천군 청덕면 합천창녕보 바로 밑 지천에서 얼룩덜룩 곰팡이꽃이 폈다. 유성 물감을 풀어놓은 듯했다. 악취가 진동했다. 현장에 있던 김상배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이 "조류가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낙동강으로 흐르지 못하고 지천에 갇힌 남조류가 썩은 것이다.

낙동강 녹조가 지천으로 확산하고 있다. 합천창녕보 상류인 경북 고령 회천에서 농사를 짓는 곽상수(43) 씨는 "녹조 현상을 올해 처음 봤다"고 했다. 회천은 과거 1~2급수 수질로 갈수기에도 맑은 물이 흘러 민물재첩이 서식했던 곳이지만, 현재 녹조로 뒤덮였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사무국장은 "녹조가 부패한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식수원인 낙동강 바닥에서 이처럼 영양염류 등 오염원이 쌓여 썩어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4대 강 오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식수 불안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9일 오전 합천창녕보를 방문, 녹조현상과 관련해 기자회견과 브리핑을 마친 후 합천창녕보와 바로 붙어있는 한 지천에서 녹조 현상으로 여러가지 색을 띠며 악취가 진동하는 강물을 손으로 퍼올려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박일호 기자

이날 마창진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합천창녕보를 방문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4대 강 사업이 녹조 재앙을 키웠다"고 했다. 장 의원은 "4대 강 사업 준설과 보 건설로 거대한 호소가 된 강에서 녹조 현상은 예견됐다"며 "수질 개선 사업이 아니라 4대 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수질 전문가인 부산가톨릭대학교 김좌관 교수도 자료를 통해 "4대 강 녹조는 가뭄과 고온 탓만 아니다. 과거 낙동강 조류는 주로 하류에서만 발생했다. 낙동강 중류 달성보와 강정고령보까지 조류가 확산한 것은 보 구조물로 물 체류시간이 길어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4대 강 조류 번성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은 "16개 보 수문을 열어놓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 의원은 "녹조 재앙이 심각한 낙동강은 더더욱 자연스러운 물 흐름을 회복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단기적으로 모든 가동보 수문을 상시 개방하고, 중기적으로 4대 강 사업으로 파괴된 낙동강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특히 지난해 7월 환경부가 작성한 문건을 제시하며 "보가 설치된 낙동강에도 수질예보제가 아닌 조류경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대 강 사업 이후 하천 형상이 호소형으로 변형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이미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호소에 적용하는 조류경보제보다 느슨한 '수질예보제'에 따라 4대 강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이날 발표한 최근 낙동강 보 지점 조류농도에 따르면 8개 보 가운데 상주보와 창녕함안보를 뺀 6개 보가 조류주의보 또는 경보 수준이었다.

남조류에서는 간질환을 유발하는 유해물질 마이크로시스티스(mycrocystis)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상배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남조류 발생 원인은 무더위와 강수량 감소가 주된 원인"이라며 "낙동강 수계 21개 정수장 가운데 중·하류에 있는 17개 정수장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춰 남조류 발생 시에도 안전하게 식수 공급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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