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영신버스 윤창근 기사, 버스 놓친 할머니 기다려

정류장을 지나친 버스가 100미터쯤 달리다 멈춰 섰다. 한적한 시골 강변 지방도로였다. 멈췄던 버스는 다시 정류장 쪽으로 후진하고 있었다.

이권섭(62·창녕군 유어면 진창리) 씨는 바로 그 도로 옆 낙동강 둑 위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사람도 없는 길에서 버스 혼자 후진을 하는 게 이상해보였다.

그때 정류장과 이어진 마을 진입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꼬부랑 할머니 한 분과 30미터쯤 뒤로 중년 부인 한 분이 바쁜 걸음으로 오고 있는 게 보였다. 후진하던 버스는 정류장에서 그들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1~2분 간격으로 두 사람이 모두 탑승하자 비로소 버스는 출발했다.

8일 오전 8시쯤 창녕군 유어면 미구마을 진입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펼쳐진 풍경이었다.

8일 오전 8시쯤 창녕군 유어면 미구마을 앞 도로에서 후진하여 기다리던 버스가 할머니를 태우고 있다. /이권섭(독자)

이권섭 씨는 할머니가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곤 이렇게 썼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기사님 고맙습니다. 언제나 손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영신버스를 운행하시는 기사님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이 글을 올려 칭찬합니다."

경남도민일보 취재 결과 이런 흐뭇한 풍경을 보여준 기사는 창녕 영신버스 소속 경남 71자 8107호를 운행하는 윤창근(47·창녕군 남지읍) 씨였다. 그는 "정류장에 사람이 없어 그냥 지나치던 중 왼쪽 창밖으로 할머니가 오고 있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시골에서는 흔히 있는 일인데, 이런 게 뭐 칭찬거리가 되느냐"며 겸연쩍어했다.

영신버스 영업부 박세덕(49) 차장은 "윤창근 기사는 평소에도 항상 웃는 낯으로 일하며 손님들 짐도 들어주는 등 친절하고 성실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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