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오동동 이야기] 창동 '멕시코' 노수걸 사장

한국 사람에게 멕시코는 솔직히 낯선 나라다. 하지만, 마산 사람들에게 창동 멕시코는 그리 멀리 않을지도 모른다. 창동에 가면 멕시코 음식 전문점 '멕시코'가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옛날 '금남의 구역'으로 유명한 '복희집' 맞은편에 있다. '멕시코' 간판은 멕시코 국기 색깔인 초록색, 흰색, 빨간색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선인장과 멕시코 전통모자 '솜 브레로'가 그려져 있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모습으로 창동을 찾는 사람들 시선을 끌고 있다.

이국적인 모습에 흠뻑 취해 가게에 들어서니 주인 '노수걸' 사장이 맞았다. 마산이 고향인 노 사장은 지난 2003년 '멕시코' 문을 열었다. 먼저 하필 왜 창동인가가 궁금했다.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창동이 마산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니 창동에 가게를 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이내 수긍이 갔다. 당시 창동은 마산 제일의 번화가라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산이 고향이라는 노 사장에게 창동에 대한 추억이 없는지 물었다. 사장님은 잠시 망설임도 없이 "쪽샘 골목 막걸리"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에 술을 먹는다든가 놀기 위해서는 무조건 창동으로 갔죠. 마산의 중심이었고, 마산 전역 젊은 세대들이 모두 모이는 장소였으니까요."

이번에는 예술촌에 대한 질문을 했다. 노 사장님은 예술촌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예술촌이 들어서기 전에는 빈 점포가 많이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았죠. 심지어 고양이가 빈 점포 안에 살기도 했으니 말이죠. 하지만, 예술촌이 들어서고 난 뒤부터는 일단 거리가 깨끗해져 좋습니다."

멕시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

하지만, 옛날처럼 많은 사람들이 창동을 찾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옛날처럼 창동에 젊은이들이 많이 와야 되는데, 이미 마산 인구가 줄어든 상태인데다 경남대 앞 댓거리,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 창원 상남동 등 젊은 사람들이 창동이 아니더라도 갈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란다. 창동이 다시 마산의 중심이 되기 위해선 외관이 나아졌다는데 안주하지 말고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 같다.

마산 창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번에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뜨거운 나라 '멕시코'와의 인연이 궁금했다.

노수걸 사장님은 멕시코를 찾은 이유는 한창 때 하던 의류 사업 때문이었다. 사장님은 그곳에서 우연히 멕시코 음식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고 한다. 이내 사업은 잠시 뒤로한 채 멕시코 요리를 배우는데 많은 나날을 보냈고, 어느 정도 멕시코 요리를 만들수 있게 되자 한국에서 멕시코 요리 전문점을 열 생각을 했다. 이렇게 마음을 먹은 차에 멕시코에서 반려자를 만나 같이 한국으로 돌아와 함께 가게를 열게 됐다.

멕시코 외부 모습.

노 사장이 생각하는 멕시코 요리 장점은 고추에 있다. "멕시코는 고추 원산지입니다. 멕시코에는 매운 요리가 많아서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 한국인들 식성에 잘 맞다죠. 또한 고추 효능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건강식품으로도 인정받고 있지요." 이러한 노 사장님이 추천하는 멕시코 음식은 '파히타(Fajita)'와 '케사디야(Quesadilla)'다.

'파히타'는 구운 쇠고기나 닭고기 등을 야채와 함께 토르티야에 싸서 먹는 요리다. '케사디야'는 토르티야 두장 사이에 치즈를 넣고 구운 것으로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두 요리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토르티야(Tortilla)'다. 토르티야는 멕시코 사람들에게 '밥'같은 음식이다. 식사와 음식 대부분에 토르티야가 빠지는 법이 없다.

멕시코는 인테리어도 인상적이다. 내부 소품은 노 사장이 멕시코에서 가져온 것이란다. 멕시코 국기를 시작으로 멕시코 전통 탈과 수공예로 짠 카펫, 이 밖에 아기자기한 소품들까지 모두 멕시코 향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마치 작은 멕시코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인터뷰 마지막 사심 가득한 질문 하나를 했다. "개인적으로 야구선수 가르시아가 예전에 여기를 자주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가르시아와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하자 노 사장님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가르시아는 돼지껍데기가 주재료인 멕시코 요리를 좋아했어요. 내가 이걸 알고 제가 아껴뒀던 돼지껍데기를 가르시아에게 가져가 요리해 먹으라고 선물로 줬죠. 그런데 제가 너무 아낀 나머지 유통기한이 지난 줄 모르고 줘버린 겁니다. 이를 나중에 알고는 급하게 미안하다 사과했죠." 노 사장님은 이 일을 계기로 가르시아 선수와 더 돈독한 사이가 됐다고 회상했다.

노수걸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마치 멕시코를 여행을 갔다 온 친근함이 들었다. 비록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지만, 다음에는 꼭 손님으로 찾아가 멕시코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사진 손승한(대학생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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