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기회 적극 활용해야

사회구성원들이 누리는 여가시간의 양이 곧 삶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라는 말이 있다. 여가시간이 단순히 남는 시간이나 자유시간이 아닌 재창조(re-creation)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가시간이 재창조를 위한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선택이 뒤따라야 한다. 선택이 배제된 여가시간은 말 그대로 남는 시간, 혹은 무의미한 시간일 뿐이다. 오늘은 주5일 근무제의 마지막 주체로 가족과 개인의 선택을 다룬다.
주5일 근무제로 인해 늘어난 여가시간은 가족에게는 가정의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개인에게는 자기계발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할 것이다.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아무래도 가장의 리더십이 중요해질 것이다. 물론 여기서 가장은 가부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 최소한의 조직인 이상 어떤 형태로든 조직을 책임질 리더가 생겨나고, 그의 역할에 따라 예전에는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정의 역할이 기대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주6일 근무제 아래서는 가장이 가정생활에 대해 책임을 크게 지지 않아도 됐다. 부모세대나 자녀세대 모두 6일 동안 시달린 몸과 정신을 가만히 쉬게 하는 데도 휴일 하루는 벅찼기 때문이다. 가족간에 대화가 없어도, 가족이 함께 프로그램을 갖지 않아도, 좋은 가정은 되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나쁜 가정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말하자면 가정을 이끄는 가장에게는 6일 동안 시달리는 일상이 때로는 핑계가 됐고, 또 비빌 언덕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로 생길 일상적인 연휴를 두고 이제 가장은 책임 있는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혹은 가족공동체가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대략 세 가지다.
첫째는 여행 및 체험 위주로 프로그램을 꾸미는 것이다. 여기에는 특정 농장과 계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는 ‘팜스테이(farm stay)’도 포함된다. 그러나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둘째는 문화교육 및 생활체육 위주로 프로그램을 꾸미는 것이다. 많은 돈을 들여 멀리 가기보다는 가까운 문화교육기관을 이용해 자기계발을 시도해봄직하다. 특히 문화교육은 평생에 걸쳐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와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는 부업 위주로 프로그램을 꾸미는 것이다. 가계가 넉넉하지 못한 경우 새롭게 형성될 여가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시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가족공동체의 결속이라는 차원에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
개인 차원에서 주5일 근무제가 취업기회를 넓혀 줄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일자리를 공유할 여지도 커지므로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근로시간 단축만으로 고용이 창출되는 효과는 예상보다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기가 좋아져 소비수준이 일정수준에 다다르면 주5일 근무제로 여가산업이 활성화돼 이와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삼성경제연구소의 강신겸 연구원은 “여가에 대한 최종수요가 10% 증가하면 약 65만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돼 4%의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취업대란이라는 요즘에 좁아지기만 하는 기존산업에 목매달지 말고 새롭게 열릴 여가산업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한 방법일 듯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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