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평소 고혈압약을 복용 중인 A씨(여·67)는 갑자기 가슴과 등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 응급으로 촬영된 전산화 단층촬영 사진 CT에서 급성 흉부 대동맥 박리(심장으로 통하는 동맥이 세로로 길게 찢어진 상태)로 진단됐다. 더구나 박리된 혈관이 계속 박리범위를 넓혀가고 있어 응급 수술이 필요했다. 삼성창원병원 흉부외과 의료진은 인터벤션(중재적시술, Intervention) 영상의학과 의료진과 동시에 수술에 참여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수술'을 하기로 하고 환자를 수술실로 옮겼다.

인터벤션은 영상의학의 한 영역으로서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까지 시행한다. 인터벤션은 우리말로 '중재'라고 일컬어진다. 주로 피부에 작은 구멍을 내어 혈관이나 치료·검사가 필요한 부위에 의료용 가느다란 관(카테터)에 바늘을 삽입하고, 이를 영상장비로 모니터하면서 치료를 하게 된다. 이 치료법은 몸속 장기의 정확한 조직검사나 수술시 절개로 인한 상처를 내지 않는다. 그만큼 안전하고 간단히 치료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치료로 인한 출혈, 통증이 적고 신체적 부담이 적어 회복 기간도 그만큼 빠르다.

현대인들의 점차 서구화되어가는 식습관과 음주, 흡연, 운동부족 등 위험요인이 과거보다 증가하고 있어 인터벤션 시술의 활용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암세포를 몸속 혈관을 통해 괴사시키거나 항암치료를 하기도 한다. 혈관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많은 질병도 인터벤션 시술법으로 간단히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간암 치료에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경동맥화학색전술은 서혜부에 혈관으로 통하는 작은 구멍을 내어 간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하고 난 뒤, 혈관을 막아 주는 치료법이다. 정상 간 조직은 소장 및 대장과 연결된 혈관에서 영양을 공급받는다. 그러나 간암세포는 주로 대동맥에서 간으로 연결된 조직에서 혈액을 공급받게 된다. 이러한 암세포의 성질을 이용하여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차단하거나 항암제를 투여한다. 이 시술법은 전신 마취와 개복술에 따르는 위험이 없고, 치료 후 회복 기간이 짧으며 수술할 수 없는 경우에도 시술할 수 있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 항암치료의 경우, 방사선 치료에 실패하거나 이 치료들을 체력적으로 견디지 못하는 환자들에게도 유용하다. 기존 정맥에 소량의 항암제를 직접 주입해 부작용 없이 종양 내에 항암제의 효과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종양 크기를 부분적으로 줄이며 투병생활을 더욱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다.

   

당뇨병이나 기저질환으로 인해 하지 동맥이 막혀 있는 말초동맥질환은 걷지도 못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되며, 이런 환자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유병률이 상당히 높다. 이 경우 다리 부분에 막힌 혈관을 재개통시켜 주는 혈관 성형술을 시행하면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급격한 증상 호전이 가능하다. 인터벤션 시술을 위해서는 고해상도 디지털 3차원 영상촬영이 가능한 혈관조영기와 경험이 많은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송윤규 삼성창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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