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10) 사천 다자연영농조합 이창효 대표

짙푸른 차밭이 끝없이 펼쳐지며 장관을 연출한다. 그런데 이곳은 차의 고장으로 유명한 하동도 보성도 아니다. 뙤약볕 아래 찻잎이 짙은 푸름을 자랑하는 곳은 바로 사천시 곤명면.

평야지 녹차 밭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천 다자연영농조합은 기계화를 통해 저비용 고품질 생산을 하고 있다. 또, 체험관·문화센터 등을 세워 관광과 농업을 연계한 소득원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국내 최대 평야 녹차 밭 = 이창효(64) 다자연영농조합 대표는 지역 96 농가를 설득해 작목반을 구성하고 60ha(식재면적 50ha)에 이르는 녹차단지를 만들었다.

"천년고찰로 유명한 사천 다솔사에서 1000년 전부터 녹차를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러한 다솔사의 차 역사를 산업과 연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30대 초반 나이에 다솔사 인근에서 1만 6500㎡(5000평)에 혼자 녹차를 재배했습니다."

하지만, 곧 규모화가 필요함을 절감했다. 농촌이 점점 고령화되면서 기계화가 돼야 원가절감 등이 가능하다고 느낀 것이다.

사천 다자연영농조합에서는 2010년 문화센터를 개관했다. 여기서는 관광객들이 차를 시음하고 녹차 관련 각종 상품을 구경할 수 있다.

2002년 지역 주민들과 첫 좌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반대에 부딪혔다. 성공 가능성을 알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녹차 식재 비용을 주민이 부담해야 하고, 찻잎을 딸 수 있기까지 약 4~5년은 소득이 없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96 농가를 설득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3년이 걸렸죠. 주민들을 설득하며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순차적으로 녹차를 심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녹차를 심지 못하겠다는 농가는 12 농가. 가정방문과 면담 등을 통해 타협점을 찾았다. 바로 대체 농지를 제공해 옮겨가게 하는 것. 그들이 원하는 최고 조건의 우량 농지를 찾아, 해당 농지 주인을 설득하는 작업을 했다. 결국, 녹차단지 내 12 농가와 대체농지를 가진 12 농가, 이렇게 24 농가를 모두 설득해 땅 바꾸기를 하고서야 녹차단지 터 확보는 마무리됐다.

그렇게 2002년 금성녹차작목반을 결성한 이창효 대표는 2003년 '사천 녹차원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2007년 다자연 브랜드를 개발했다.

다자연영농조합에서는 현재 조생종과 중생종, 만생종 총 8가지 품종의 녹차를 재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기별 수확이 가능하다.

"찻잎은 보통 1년에 3차례 수확합니다. 4월 20일~5월 10일께 한번, 7월에 한번, 10월에 한번이지요. 수확 적기는 5일가량입니다. 그러니까 4월 20일쯤부터 5일간 조생종을 수확하고, 그다음 5일은 중생종, 그다음은 만생종을 수확합니다. 즉 한번 수확할 때 조·중·만생종을 순차적으로 합니다. 기계 수확을 하려면 고르게 커야 좋은 차가 되기 때문에 수확 시기가 조금씩 다른 품종을 심었습니다."

다자연영농조합이 보유한 채엽기계는 모두 3대. 찻잎을 손으로 일일이 따는 것이 아니라, 이 기계를 이용해 따낸다.

또한, '변하지 않는 제품 맛'을 유지하려고 아미노산 성분 분석으로 품질을 관리, 성분 수치 별로 제품을 저장해 올해 차 맛과 내년 차 맛을 똑같이 유지하고 있다.

다자연영농조합의 녹차는 동서 등 국내 유명 녹차 회사에 납품되고 있다.

"규모화·기계화를 하니 가격 경쟁력이 올라갑니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녹차의 원자재는 이곳 상품을 많이 이용합니다."

올해 수확 목표는 60t, 매출 목표는 40억 원이다. 여기에는 뼈아픈 사정이 있다.

"2010년 150t을 수확했습니다. 나날이 수확량이 늘어나는 것에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었죠. 그런데 지난해인 2011년 1월 15일 100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덮쳤습니다. 영하 17.2도까지 기온이 내려갔죠. 한 달간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자 차나무가 100% 얼어 죽었습니다. 결국, 지난해 수확량은 '0'이었습니다."

4~5월까지도 죽어 있던 차 나무가 6월이 되어서야 뿌리에서 새순이 나서 자라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 2년 만에 처음 수확하게 됐습니다. 수확량은 얼마 안 되지만 감회가 남다릅니다."

다자연영농조합은 잎차, 삼각 티백, 녹차 마스크 팩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일부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앞으로 호주·캐나다·동남아 등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기존 차 밭과 달리 다자연영농조합에서는 찻잎을 기계로 딴다. /김구연 기자

◇관광을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 이 대표가 또 하나 관심을 둔 것은 바로 '관광'이다. 하동이나 보성 등 유명 녹차 산지에 비해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만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입소문'이라고 생각, 다자연의 녹차를 맛보고 체험할 수 있는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자연영농조합은 지난 2010년 문화센터, 2011년 체험관을 개관했다.

문화센터에서는 관광객들이 차를 시음하고 각종 동영상을 볼 수 있으며 상품을 구경할 수 있다.

체험관은 조금 독특하다.

"사천에서 체험할 수 있는 아이템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곤충체험, 비누·양초 만들기, 염색, 연 만들기 등 지역의 여러 체험 요소를 이곳에 집중시켜 공동운영하고 있죠. 이곳은 진양호가 둘러싼 곳이라 호반 체험도 할 수 있고, 체험관 2층에는 미술품 전시 공간도 있습니다. 요즘은 주5일제 시행으로 시·도 교육청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학생들이 많이 방문합니다. 지난해 2000명 정도가 다녀갔습니다."

자체 숙박시설은 없지만, 인근 팜스테이 등에서 숙박할 수 있어 지역 농민들과 윈윈이 가능하다.

경상남도 벤처농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 대표는 사천시 관광발전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농업매출 100억 원, 관광 매출 100억 원을 올리는 겁니다. 상품을 만들면 판매하는 게 제일 문제인데, 품질과 가격, 안전성을 갖추면 기본적인 요건은 확보하는 겁니다. 그걸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방문 관광객입니다. 이건 다자연 녹차뿐 아니라 농촌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추천 이유>

△임경주 사천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식품기술사) = 이창효 다자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첨단 농업기술의 선도적 실천과 농업발전의 강한 의지, 투철한 신념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합니다. 특히 벤처농업대학 출신으로 설립초기 98농가를 대상으로 조직한 대단위 녹차단지를 조성하면서 뛰어난 리더십과 경영마인드, 가공, 마케팅 등으로 농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최고의 농업 CEO입니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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