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형사재판 법정

재판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로 진행된다. 방청을 위한 별도 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자세·복장을 단정히 하고, 휴대전화를 꺼 두는 것 정도만 지키면 된다.

창원지방법원 제315호 법정. 입구에 오늘 재판 안내 글이 붙어 있다. 상해치사 건으로 피고인은 두 명이다. 오전 9시 30분 '개정중'에 불이 들어왔다.

재판이 시작됐지만, 방청객이 드나드는 양쪽 문은 열어 두었다. 대형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법정의 엄숙함을 깨고 있다. 한쪽에서는 캠코더가 돌아가고 있다.

피고인 두 명은 각각 선임한 변호인과 함께 있다. 맞은편에 검사 두 명이 앉아있고, 판사 3명이 내려다보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돼 배심원 10여 명도 함께하고 있다. 방청객은 6~7명 된다. 청원경찰 3명이 피고인석 앞, 검사석 앞, 방청석에 각각 자리하고 있다.

창원지방법원./남석형 기자

3명이 술 먹다 한 사람이 살해됐다. 피고인 ㄱ은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 함께 있던 ㄴ은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한 사실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술에 취했고, 정신이 없어 빨리 119를 부르지 못한 사실을 후회하고 있다.

피고인 ㄱ이 증인석에 앉았다. 피고인 ㄴ의 변호인이 마이크를 몸에 차고선 질문한다. 반대로 ㄴ이 증인석에 앉았을 때는 ㄱ의 변호인이 이것저것 물어본다. 변호인들은 자신이 맡은 피고인 죄를 감하거나, 책임이 없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때로는 상대편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도 내비친다.

ㄱ은 ㄴ에 대해 "심적으로 내가 잘 따르는 형님이다. 그런데 어디 하나에 꽂히면 꼭 그걸 해야 하는 성격이다. 술버릇이 좋지 않다. 장례식장에서 난동 부리는 걸 본 적도 있다"고 했다. ㄴ은 표정 변화 없이 담담히 듣는다.

낮 12시가 돼 재판은 1시간 후 다시 열기로 했다. 청원경찰과 함께 법정을 빠져나가던 ㄱ이 방청석 젊은 여자에게 잠시 시선을 보낸다. 이 젊은 여성은 잠시 후 ㄱ의 변호인을 만나 얘길 나눈다.

바깥으로 나온 방청객 가운데 한 명은 ㄱ을 향해 "아버지도 패는 놈이 어디서 거짓말만 하고 있노"라며 분개한다.

오후 1시 재판이 이어진다. ㄱ의 변호인이 ㄴ에게 질문을 이어간다. 변호인이 "1회 진술 때는 '때렸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하자, ㄴ이 답답해하며 옆에 있던 검사를 향해 "여기 이분들도 다 들으셨다. 제가 그런 말 한 적 있나"라고 되묻는다. 이에 재판장은 "질문하지 말고 맞다 아니다만 말하면 된다"고 정리한다.

ㄱ의 변호인과 ㄴ 사이에 설전이 이어진다. ㄴ은 최대한 많은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ㄱ의 변호인은 가끔 말을 자르며 "묻는 말에만 답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ㄴ을 향해 계속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ㄱ과 환경이 많이 다른데 왜 친하게 지냈나"라고 묻자 ㄴ은 질문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친하면 안 되나? 친한 게 죄인가?"라고 한다. ㄴ의 변호인은 재판장을 향해 손을 들고 뭔가 이의를 제기하려 한다.

ㄱ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도 특정 이야기에서는 ㄴ을 쳐다보기도 한다.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질문하고, 피고인이 말한 부분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이런 뜻이 맞나"라고 재차 확인한다. 배심원들은 질문할 것을 쪽지에 적어 재판장에게 전달한다.

재판 도중 방청석으로 어린이·학부모 30여 명이 우르르 들어온다. 견학온 아이들이다. 아이들도 법정의 엄숙함을 모르지 않는 듯 긴장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지겨운 듯 산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앞서 자리 지키고 있던 다른 방청객들은 불쾌한 표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재판이 끝나고 315호 법정 불은 다시 꺼졌다.

법원의 무거운 분위기는 법정 내에만 있지는 않다. 어떤 일로 법원을 찾았는지 모를 일이지만, 일흔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한 할머니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힘없이 법원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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