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정가원'

지난 7월 중순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공간에 언론사들 맛집 보도를 은근히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글 하나가 올라왔다. 언론이 소개한 맛집을 가면 십중팔구 실망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과장된 홍보로 피해입는 고객들. 여기에 기사도 한몫하지요. 언론에서 칭찬하는 음식점에 가보면 정말 실망하는 확률이 80~90% 이상이죠, 아마 여러분들도 보고 느끼고 있을 겁니다." 뭔가 '뜨끔'하는 것이 '내가 뭘 잘못했나' 싶다.

한데 뒷말이 수상하다. "이제는 직접 보고 맛 보고 평가해야죠. 우리집도 평가 좀 해주세요." 어라? 이건 또 웬말인가? 마지막에는 대놓고 가게 홍보를 하고 나선다. "워낙 주인이 무뚝뚝해서 그렇지 음식맛은 깔끔하고 끝내줍니다. ○○○ 한번 이용해 보세요.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바깥 주인장이 가게 이름까지 내걸고 '맛의 심판'을 기다리겠다니 예사롭지 않다.

소문은 흘러흘러 페이스북을 하는 식당 주인장들에게도 퍼진 모양이다. 자주 가는 밥집 주인장도 이 집 음식은 소개할 만하다는 반응이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밥집 주인장까지 칭찬을 하니 안 가볼 수 없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대우백화점 타워주차장 입구 맞은편에 위치한 '정가원'. 이곳은 오리 전문 식당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바깥 주인은 경남대학교에서 일을 하고, 음식은 전라도가 고향인 안주인이 담당한다.

김성민 씨./박일호 기자

안주인 김성민 씨는 전라북도 고창에서 나고 자랐다. 음식 좋기로 유명한 전라도인 만큼 어려서부터 손맛 좋은 어머니 덕에 입이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정갈하면서도 풍성했던 어머니 손맛은 딸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김 씨 대에는 물려받은 손맛에 음식에 대한 유별난 관심이 더해졌다. 정가원을 차리기 전부터 식사때마다 가족들에게 새로운 맛을 전하고자 이 재료를 갈아도 보고 저 재료를 섞어도 보면서 다양한 음식 개발에 몰두했다. 바깥 주인은 아내가 가진 손맛과 음식에 대한 열정을 더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다. 정가원은 그렇게 탄생했다.

정가원이 자랑하는 주요 음식은 '한방오리수육'과 '오리탕'이다. 주요 메뉴가 나오기 전 밑반찬들에 먼저 눈이 간다. 정갈하게 차려진 열무 김치, 숙주나물, 취나물 장아찌, 무청, 고구마 순 등 다섯 가지가 넘는 나물 반찬들이 색감과 식감을 자극한다. 나물 반찬은 흔히 밥 반찬으로 만들어져 짠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곳 나물 반찬들은 맨입에 먹기에도 부담없을 정도로 간이 적당히 잘 배었다. 어르신들은 나물 반찬만으로 소주 한 병은 거뜬히 비워낼 수 있을 만큼 푸짐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들 나물은 고창에서 남동생이나 친지들이 직접 재배한 것을 말려 사용한다. "우리 집안이 10남매인데 언니는 오디 농장을 하고, 남동생은 특용 작물을 재배해요. 때문에 나물들은 고창에 한 번 갈 때 마다 자동차 트렁크가 비좁을 정도로 가득가득 싣고 옵니다." 인심도 후해 나물 반찬은 무한정 새로 채워준다.

   

주재료인 오리는 녹차 먹인 것을 사용한다. 오리 사육부터 가공 전 과정이 깨끗하고 투명한 업체를 골라 고기를 받는다. 좋은 고기를 얻고자 한때 도축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아들과 함께 경남 곳곳의 오리 농원과 공장을 답사하는 노력을 기울여 낙점한다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한방 오리 수육'은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것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압력솥에 당귀, 생강, 대추 등 여섯 가지가 넘는 한방 약재로 달인 물에 재운 오리를 넣고 푹 삶아낸다. 때문에 수육에서도 한방 특유의 향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무와 파 등 각종 채소가 시원하고 깔끔한 첫맛, 오리가 가진 구수한 뒷맛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가마솥에 담긴 탕이 약한 불에 서서히 졸여지면 웅숭깊은 맛이 더해서 한층 풍미가 산다.여기에 배추, 상추, 깻잎과 당귀잎 등 쌈채소들이 눈맛을 자극한다. 쌈 채소를 하나씩 포갠 뒤, 고기 한 점을 고추장 양념과 겨자소스 그리고 들깨를 갈아넣은 특제 소스에 찍은 후 쌈을 싸 입에 넣는다. 부드럽게 잘 삶아진 고기가 입안에서 살살 녹아흐르는 사이 채소들이 내는 쌉싸래한 향이 코끝을 찌른다. 특히, 당귀잎이 내는 특유의 향미가 고기와 함께 입안에서 버무려지는 맛은 그야말로 건강이다. '오리탕'은 두꺼운 가마솥에 그득 담겨 나온다. 마치 시골 동네 잔칫날 가마솥에 그득 담아 나오는 소고깃국이 떠오른다. 소고깃국에 소 대신 오리가 든 것으로 보면 된다.

"수육은 30분 동안 삶은 고기를 다시 압력솥에 넣고 다시 고아 뜸을 들여 내서 촉촉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탕은 오리를 한 번 데쳐 핏물을 빼고 다시 씻은 후 육수를 뺍니다. 여기에 한방 재료와 갖은 야채를 넣고 다시 끓이는 등 세 번에 걸친 과정을 통해 깊은 맛을 내고자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깔끔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인 '가마솥 오리탕'./박일호 기자

후식으로 나오는 '오디 주스'는 또 하나의 별미다. 오디가 가진 달콤함이 입안에 감돌면 오디 씨의 쓴맛이 입안에서 건강을 이야기한다. 음식에 있어 '전라도 깐순이'를 자처하는 안주인의 남다른 솜씨와 넉넉한 인심이 정을 더한다.

   

<메뉴 및 위치>

◇메뉴: △한방오리수육 대 4만 5000원, 소 3만 5000원 △오리탕 1만 원(1인분). ◇위치: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2가 117-12 대우백화점 타워주차장 맞은편 2층. 055-222-8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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