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에 온 엄마들… 옷·장소만 휴가일 뿐 안방생활과 다를 바 없어

규모가 한눈에 들어오는 풀장에 안전요원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붉은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요원들은 조금이라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늘 경계한다.

깊이 110㎝ 풀장에서 조금만 특이한 행동을 하는 피서객을 겨냥하는 호각 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다이빙도 안 되고 튜브를 평범하지 않게 타는 것도 지적 사항이다. 풀장 곳곳에서 '삑삑' 소리가 이어진다.

그런 제약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에게는 든든하다. 리조트 풀장은 어린 아이를 낀 3~4인 가족을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피서지 가운데 하나다.

젊은 아이 엄마가 풀장 가에 주저앉은 채 아이를 안고 있다. 엄마 품에서 아이는 널브러졌다. 5~6세 정도 보이는 아이다. 엄마는 색이 화려하고 세련된 비키니 수영복을 입었다. 그 위에는 살짝 몸이 비치는 겉옷을 입었다. 단단히 준비한 모습이지만 지금은 꼼짝할 수 없다. 옷과 장소만 휴가일뿐 평소 안방에서 생활과 다를 바 없다. 아이와 엄마 옆을 아빠는 잠시 서성인다. 그 정도가 미안하다는 표현인 듯 아빠는 곧 물로 뛰어든다. 엄마는 살벌한 표정으로 윗니로 아랫입술을 깨문다.

   

풀장 2층에서 1층으로 이어진 미끄럼틀은 상당히 가파르고 길다. 꼭대기에는 키 130㎝ 이하는 탈 수 없다는 경고문이 있다. 엄마는 주저하는 아들을 기어이 끌고 왔다.

밑에서 올려다본 미끄럼틀과 위에서 내려다본 미끄럼틀은 또 다르다. 아들은 뒤로 계속 발을 뺀다. 키 130㎝에 조금 못 미치는 아이를 안전요원이 가로막는다. 아이는 안심하고 엄마는 속상한 표정이다. 발뺌하는 모습 때문인지, 키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남들 다 하는 걸 우리 아이만 못한다 싶을 때 마음 편한 엄마는 드물다.

아빠는 아이 손을 붙잡고 앞장서서 걸어가는 것만으로 스스로 역할을 제한한다. 뒤따르는 엄마는 튜브, 공, 구명조끼, 수건 등을 가방에 담고 손에 든 채 그 뒤를 쫓는다. 아빠는 사람만 챙기지만, 엄마는 사람과 사람에게 딸리는 모든 것을 함께 챙긴다. 가족을 챙기는 살림이라는 게 안팎 구별이 없고, 남편이 도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TV와 온라인에서는 너무 흔한 S라인과 식스팩이 리조트에서는 귀하다. 어린아이 한두 명을 낀 평범한 부부가 철저하게 몸을 관리할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어렵게 몸을 가꾼 이들은 대부분 해변으로 갔을 것이다. 평범한 엄마들이 수영복 위에 걸친 얇은 겉옷은 패션과 기능을 겸한다.

모처럼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아빠가 아이들과 뒤엉키는 시간은 고작 10여 분 정도다. 아이가 물속에 있을 때는 물 밖에, 아이가 물 밖에 있을 때는 물속에 있는 게 편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는 일 또한 대부분 엄마 몫이다. 아이 체력과 엄마 체력은 놀 때 그 차이가 더욱 분명해진다.

풀장 가에 있는 긴 의자에서 한 엄마는 눈을 붙인다. 자세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듯 옷가지 몇 개를 몸에 대충 걸친 채 푹 처졌다. 그제야 아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이에게 묶인다.

   

풀장 한쪽에는 물속에서 거센 물줄기가 나온다. 마사지 기능이 있다는 그곳에는 대부분 어른이 몰린다. 어깨와 등, 허리, 종아리로 이어지는 거센 물줄기에 몸을 맡긴 어른들은 눈을 지그시 감는다. 남매를 각각 다른 튜브에 태운 채 풀장 구석구석을 끌고 다니던 엄마는 뒤늦게 발견한 마사지 풀에 몸을 밀어 넣는다. 그래도 튜브와 이어진 끈을 놓지 못한다. 아이들은 계속 움직이고 싶고 엄마는 머무르고 싶다.

아이들 지겨움이 쌓이는 시간과 엄마 피곤이 줄어드는 시간은 비례한다. 결국, 양보해야 할 쪽은 엄마다. 아쉬운 표정으로 다시 튜브를 끌고 풀장 가운데로 걸음을 옮긴다. 멀리서 아빠가 느릿느릿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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