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의 대동맥 '대학입시'] (1) 인성·창의력 없고 오직 성적만

대학입시가 우리나라 교육의 대동맥이라는 표현에 대해 어떤 이는 "심장이죠, 심장"이라고 했다. "모든 걸 결정하니까"라는 이유였다. 심장으로부터 온 몸의 혈관에 피를 보내는 대동맥보다 더 확실한 표현일 수도 있다. 그만큼 대학입시는 한국의 교육을 규정하는 사실상 모든 것이라는 위치에 있다. 부정적 의미에서 모든 교육문제의 근원이기도 하다.

한국 교육은 대학입시를 전후로 확연히 구분된다. 그 전기인 초중등교육은 대학입시에 완벽하게 종속된다. 인성교육, 창의성교육 하면서 교육의 궁극적 가치로 전인교육을 내세우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콧방귀를 뀐다. 사회 전반을 자세히 알고, 그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잘하는지를 교육하는 전인교육의 가치를 학교 현장에서 찾기는 어렵다. 한때는 고3때를 입시지옥이라 했지만, 요즘은 고교 3년을 넘어서서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입시경쟁이 확대됐다.

입시 이후인 대학과정도 입시에 좌우되기는 마찬가지다. 대학의 경쟁력은 그 학교의 교수 숫자나 연구실적 같은 교육환경이 결정하지 않는다. 입시경쟁을 잉태한 대학서열 그 자체로 확정돼 있다. 서울대와 서울의 사립대, 수도권대학과 지방의 국공립대,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로 이어지는 서열은 시대에 따라 움직이지만 뼈대는 변함이 없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취업관문에서 대학의 서열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렇게 대학입시는 교육의 모든 요소를 규정한다. 이 기획은 한국의, 경남의 대학입시 현실을 여과없이 다루는 게 목적이다.

교육혁명공동행동 대원들이 30일 오후 대구시 동성로 상설야외무대에서 홍보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입시가 변하지 않으면 교육은 안 바뀐다" = 경기도교육청 김상곤 교육감이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한국 교육의 심층을 찔렀다. "저는 지난 3년간 경기도 초중등교육의 혁신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대학입시가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모든 것을 옥죄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입시체제가 변하지 않으면 초중등교육의 어떠한 혁신책도 성과를 거둘 수 없는 현실이다." 급기야 그는 '통합 고등기초대학 설립'이라는 입시체제 개선안까지 내놨다. "입시제도가 교육감의 업무가 아님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입시경쟁으로 인해 제가 맡고 이는 초중등교육이 왜곡돼 있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신분결정 장이 대학입시가 돼 있다. 대학서열화와 그로 인해 아이들을 성적이라는 한줄로 세우는 현실로 인해 절대 다수의 학생들은 인생의 패배자가 돼버리는 현실입니다. 나라 경쟁력은 인재의 창의력에 달려 있다. 그래서 제안한다. 고교를 졸업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가가 1년 과정의 통합고등기초대학을 설립하는 것이다. 국립교양대학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국의 국공립대학과 희망하는 사립대학을 포괄해 내신성적과 별도의 자격시험으로 통합 전형을 해서 학생들을 뽑는다. 그곳에서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 인문계열과 이공계열로 교양학습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대선 정국에서 다시 부상한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 김상곤 교육감의 안은 통합 고등기초대학 이후의 과정이 소개되지 않았다. 이후에 더 보완되고 소개될 것이다. 김 교육감뿐만 아니라 최근 민주통합당이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국공립대통폐합안도 현행 대학입시체제의 변화 기운을 엿보게 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제시한 내용은 이랬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2017년까지 서울대 명칭을 없애고 전국 주요 국립대학을 서울대의 캠퍼스로 만들겠다. 국립대를 통폐합해 서울대는 학부에 기초학문 분야만 두는 대학원 중심 국립대 서울 캠퍼스로 바꾸고 지방의 거점국립대를 의대 공대 등 학문별로 특성화해 경북캠퍼스 전남캠퍼스 식으로 전국에 서울대를 만들겠다."

하지만 이는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이 당론으로 정하고 있는 국공립대통합네크워크 안에서 비롯된 정책이다. 당론으로 채택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던 것이 이 지역의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정진상 교수의 제안이었다. 그는 지난 2003년 민주노동당의 기관지인 <이론과 실천>에 안을 게재했고, 다음해인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공약으로 채택했다. 국립대네트워크는 통폐합안에 비해 큰 차이가 있다. 전국 26개의 국공립대뿐만 아니라 사립대까지 포괄해 입학생 정원을 30만명 선으로 잡았다. 전문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을 포괄하자는 개념이다. 전형 역시 통합한다. 70%의 학생은 고교 내신성적으로, 인문계를 제외한 실업계고 졸업생 등은 대학입학자격시험으로 30%를 뽑는다. 교육과정은 2년간 교양과정, 다음 2년간은 학부과정으로 구성한다. 현재의 법학 의학 약학 같은 전문직 준비과정은 각 분야별 전문대학원에서 이뤄진다. 정진상 교수는 "민주노동당이 이 안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면 이번엔 어렵더라도 다음 대선 땐 당선할 있을 것"이라고 지난 2007년 장담했다. 〈계속〉

이 기획의 첫 걸음을 교육혁명공동행동과 함께 한다. 참교육학부모회와 장애인교육권연대,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전국 2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대학서열제 폐지와 입시경쟁 철폐를 내세우며 지난 2월 결성했다. 이들이 지난 25일 부산과 제주에서 전국 도보행진을 시작했고, 30일 대구시 일정을 경남도민일보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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