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 케냐 나이로비 근처의 보육원에서 매번 같은 일만 하다, 새로운 경험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봉사를 하려 했다.

바로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큰 호수, 빅토리아 호수 근처에 있는 시골마을이었다. 처음으로 북적한 도시를 떠나 진정한 아프리카 마을로 떠나는 것만 같아 마음이 설렜다.

거기서 나를 마중나온 시골학교의 선생님들을 만나 자전거택시(?)를 타고 어두운 시골길을 달렸다. 주변은 정말 칠흑 같은 어둠과 귀뚜라미, 메뚜기 같은 곤충의 울음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너무나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순간 주변을 밝히는 불빛이 나를 감쌌다. 잠시 내려 신기한 듯 살피니, 교장선생님이 다가와 친절하게 반딧불임을 알려주신다. 순간,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것도 내가 나고 자란 나라가 아닌 이 머나먼 타지에서 난생처음 반딧불을 본다는 사실에 갑자기 흥분했고 한참 동안 불의 향연을 감상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우린 길을 재촉해야 했다. 나뿐만이 아닌, 나의 20㎏는 족히 되는 배낭을 싣고도 자전거는 무서운 속도로 20분 가량을 달려 시골 학교, 이강가라에 도착했다. 그리고 봉사활동 기간 머무르기로 한 교장선생님의 집에 짐을 풀었다. 집은 작고 아담했으나 어두워서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한참 배가 고팠던 우리는 희미한 촛불 아래 부인이 준비해준 만찬을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내가 눈을 떴을 때, 여전히 주변은 깜깜했다. 그나마 희미하게 어디선가 들어오는 빛을 통해 아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가니 교장선생님 부인은 나를 위해 따뜻한 우유와 무려 6개의 식빵을 구워 놓으셨다. 나는 어떻게 이걸 다 먹느냐며 너무 많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곳에서 지내면서 나는 매일 아침 그 이상의 식빵을 먹으면서도 항상 배고파 하는 무서운 식성을 가지게 되었다. 아침을 먹고 밖을 나와 내가 어떤 집에서 지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소똥으로 만든 집이란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순간 경악했다. 물론 100% 소똥이 아닌 흙과 소똥을 섞은 것이지만, 어찌 되었든 소똥이 들어간 소똥 집이었다.

나는 소똥 집을 뒤로하고 아침 세수를 하러 나갔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수도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나를 친히 우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우물에서 물 긷는 법을 친히 보여줬다. 난생처음 우물에서 물을 길어 세수를 하려고 하는데, 생각보단 쉽지 않아 몇 번을 퍼담아야 한 대야를 채울 수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반 오지의 공간에 들어와 있음을 실감했다. 샤워는 그나마 해가 있을 때는 편하지만,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우물 물을 퍼와 한 손에는 손전등을 들고 한 손으로만 샤워를 해야 했다. 하루하루가 과거로 떠난 듯한 모험의 연속이었다.

   

지금 문명 속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에게 과연 이런 삶을 준다면 어떨까 하는 재미난 상상이 들었다. 아마 하루도 못 버티고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태반일 게다. 하지만 지금 가진 것에 고마워할 줄 모르는 이가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못 가진 것들에 대한 불만이 아닌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 수 있을 테니.

/김신형(김해시 장유면)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