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캠프 사람들은 모두 엽관 후보들…MB정부 '엽관 비리' 되풀이 말아야

'코드인사'라는 말이 있다.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인사권자가 자신과 철학이 맞는 사람을 등용한다는 뜻으로 '참여정부' 시절 조선·동아·중앙일보 등이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비판하기 위해 쓴 말이다. 비슷한 말로는 '정실인사' '보은인사' 등이 있다.

그러나 '코드인사'가 다 나쁜 건 아니다. 인권위원회나 언론 관련기관 등 정치권력이 장악해선 안 될 곳을 빼고는 대체로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함께 하는 사람이 정부 요직을 맡는 게 맞다. 다만 그 분야의 전문성이나 능력, 도덕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 오직 인사권자와 친분관계만으로 임명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경우는 '코드인사'라기보단 '정실인사'에 가깝다.

코드인사는 중세 귀족정치 시대를 지나 선거로 권력을 선출하는 민주주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도입된 엽관제(獵官制·spoils system)에서 비롯됐다. 엽관제는 관료제(官僚制)와 대립하는 개념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세력이 정부의 요직을 일종의 전리품(spoils)처럼 차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대통령이 비서실이나 장·차관 등 각료 구성권한을 갖는 것이나 수많은 정부투자기관이나 공기업 임원 임면권을 갖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어차피 민주주의는 이런 엽관제와 관료제가 적절히 조화·견제·대립하면서 굴러가는 것이다.

어쨌든 노무현 정부가 '코드인사'로 조중동에게 과도한 비판을 받았다면, 이명박 정부에선 '코드인사'뿐 아니라 '고소영'이니 '강부자'니 '영포라인' '특보사장'이니 온갖 엽관인사가 판을 쳤다. 조중동은 지나치게 관대했다. 그 결과 '상왕' '영일대군' 등으로 불렸던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은 뇌물수수 등 비리 혐의로 구속됐고,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도 역시 같은 꼴이 됐다. 그들과 함께 '6인회' 멤버였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돈봉투 살포 사실이 드러나 의장직 사퇴와 함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과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박영준 지경부 차관,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가쁜 수많은 엽관들이 비리혐의로 줄줄이 엮여들어가고 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이명박 정부는 엽관제의 폐해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정권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명박 정부는 엽관제뿐 아니라 사회적 신용(credit)을 관리해야 할 최후의 보루인 행정 관료와 법원·검찰을 좌지우지하면서 관료제마저 유린했다. 지자체 공무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중앙 부처 공무원들의 태도가 현저하게 고압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심지어 지방에 하달되는 공문의 문구조차 '~해주시기 바랍니다'에서 '~할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나도 직접 경험했다. 예전 정권의 언론 관련기관 공무원은 주로 언론사의 입장을 청취하고 답변하는 태도였지만, 현 정권에선 일방적으로 훈시하고 꾸중하는 방식이었다. 영혼이 없는 공정한 관리자여야 할 관료들이 대통령과 그의 엽관배들에게 영혼을 저당잡혀 버린 결과다.

   

이처럼 대선은 단순히 대통령 한 명을 뽑는 이벤트가 아니다. 대선 후보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엽관 후보들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각 대선 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과 본부장, 대변인들은 물론 그를 지지하는 국회의원·지방의원, 그리고 수많은 특보와 외곽단체 인사들의 면면까지 유권자에게 알리고, 언론은 이들을 검증해야 한다. 바로 그들이 다음 정부의 총리, 장·차관, 청와대 비서실, 각종 위원회는 물론 정부투자기관이나 공기업 임원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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