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9) 함안 서화농원 안희재 대표

하우스 가득 싱그러운 포도가 알알이 매달려 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뙤약볕이 숨을 막히게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하우스 안 풍경은 가슴에 연둣빛 바람을 스치게 한다.

함안 칠북면 안희재(63) 대표의 서화농원 포도하우스에서는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포도농장에 포도가 매달려 있는 것이 왜 이색적이냐고? 다른 농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광경이기 때문이다.

포도는 대부분 종이 봉지로 싸서 키운다. 그래서 이곳처럼 청포도가 눈앞에 가득 그 자태를 드러낸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보통은 약을 치기 때문에 봉지를 씌웁니다. 하지만, 이곳은 친환경 유기농으로 키우기 때문에 봉지를 씌울 필요가 없어요. 등록된 유기 자재만 사용합니다. 이곳 포도는 일하다가 그냥 따먹어도 됩니다. 함안군에서 유일한 유기농 포도입니다."

친환경 유기농업을 고집하는 안희재 대표의 함안 서화농원에 청포도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약을 치지 않기 때문에 봉지를 씌우지 않은 모습이 이색적이다. /김구연 기자

서화농원 포도 포장 상자에는 '유기합성 농약·화학비료·제초제·축분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자재를 사용한 농법'이라고 표시돼 있다.

농촌에서 농사일로 외길을 걸으며 70년대에는 칠북면 과수조합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안 대표는 10여 년 전 함안군에서 처음으로 저농약·친환경 농법으로 포도 재배를 시작했다. 그 후 저농약 3년, 무농약 3년, 전환기 3년의 인증기간을 거쳐 유기농 재배를 한 지 3년째다.

안 대표의 서화농원은 전국 대표적인 친환경 농장 등을 선발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정하는 대한민국 스타팜 농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참 힘들었습니다. 지금처럼 유기 자재가 다양하게 나와 있던 것도 아니어서 병이 걸려도 그냥 손 놓고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반 농사를 지었으면 부자가 됐을 겁니다. 유기농으로 하느라 손해도 많이 봤죠. 수확량이 일반 농법만 못하고, 알도 작아요. 알이 많이 붙도록 하는 약도 있는데 유기농에서는 그런 걸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콩깻묵(콩기름 찌꺼기)·깻묵·숯·쌀겨·게 껍데기·당밀·미생물 등을 섞어 친환경 미생물 유기농 퇴비를 직접 만들어 쓰다 보니 생산비도 더 많이 든다.

옆에서 부인 전귀자(61) 씨가 말을 거들었다.

"초창기에는 너무 힘드니까 포기하자고 남편에게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고집을 꺾을 수 없었죠. 이렇게 힘들게 유기농으로 농사지어도 누가 제대로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는데…."

유기농으로 키운 청포도를 안 대표가 들어 보이고 있다.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고집했을까.

안 대표는 "먹을거리니까"라고 짧게 답했다.

"사람이 먹을 거잖아요.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유기농을 고집해왔습니다."

안 대표 농장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는 32년가량 됐다. 안 대표의 두 자녀 나이가 30대 초·중반이니 포도나무는 자식과 함께 자란 셈이다.

하루 일과 시작은 새벽 5시 30분. 특히 요즘은 낮에 너무 더워 새벽에 작업을 많이 한다. 12월쯤 1년 농사를 시작한다. 가지치기와 퇴비 살포, 비닐 교체 등을 하고, 순이 나오면 가지를 묶어 줘야 한다. 송이가 나오면 너무 늘어지지 않게 짧게 다듬고 알이 생기면 알을 솎아 주고 필요 없는 잎을 떼 낸다. 수확은 8~9월 초. 그러면 12월까지는 쉴 수 있다.

재배면적은 7894㎡. 지난해는 포도나무가 추위로 피해를 봐 수확량이 12t에 불과했다.

"동해로 나무가 많이 죽어 올해도 수확량이 많지는 않을 듯합니다. 또, 새로운 품종으로 수종 갱신 중이거든요. 2014년쯤에는 20t가량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자연과 함께 키우는 유기농 재배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을까.

전귀자 씨는 "다 힘들다. 하지만, 농사는 어떻게든 짓겠는데, 판매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힘들여 유기농으로 정성껏 키운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유기농 포도가 시장에 나가면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 너무 아쉽습니다. 그만큼 가격을 잘 받는 것도 아니고…. 색깔이나 크기가 일반 재배 포도보다 못하니까 보통의 소비자들은 색깔이 좋고 알이 굵은 포도에 손이 먼저 가죠. 정부에서도 유기농 재배를 권장만 하지 말고 판매에 도움을 좀 더 줬으면 좋겠어요. 유통업자와 연결을 시켜준다든지, 유기농 홍보를 많이 해준다든지."

아내의 말에 안 대표가 "아, 그래도 옛날보다는 많이 좋아졌잖아. 앞으로 더 좋아지겠지"라며 불쑥 말을 끊었다.

안 대표가 지역 농업계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유기농 재배 등 최신 재배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 대표는 농촌진흥청의 '영농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농모니터 요원은 굳이 포도 농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지역 농민들과 농촌진흥청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영농의 애로와 좋은 아이템을 농진청 홈페이지에 올리면 청장에게 바로 보고가 되고, 문의 사항에는 각 분야 전문가가 답변을 달아 바로 해결해준다. 영농모니터 요원은 농민들의 대변자이자, 정보교류의 첨병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약 7년 전 영농모니터 요원이 처음 생길 때부터 활동하고 있습니다. 1개 시군에 1명이 활동 중입니다. 전국에 약 180명이 있죠. 올해는 영농모니터 요원과 함께 현장농촌지도관으로 위촉됐습니다. 그동안 수상 내역이요? 농촌진흥청과 함안군 등지에서 많이 받았죠. 허허허."

<추천 이유>

△최용완 함안군농업기술센터 원예특작담당 = 칠북이령유기농벨리 영농조합법인 안희재 대표는 포도와 단감을 주생산 품목으로 지역 내 과수재배 11농가를 결집해 친환경 농업실천으로 유기농 미생물제를 직접 생산, 법인농장과 인근농가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적인 농업을 해서 생산에서 판매까지 공동선별 공동출하로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고 농산물 제값받기에 적극 앞장서는 한편 도내 으뜸가는 과수재배 강소농으로 지역농업의 리더입니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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