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학생권리가 보장 돼야 교사 권리도 보장"

창신대학교 해직교수 출신인 조형래 도의원(45·교육1)이 교육위원으로 경남도의회에 입성한 지 2년이 흘렀다. 조 의원이 2년 전 교육위원으로 출마하면서 내건 공약은 선명했다. ‘무상급식’, ‘교육평등’, ‘교육비리 척결’이었다. 경남도의회 의원 사무실에는 선거 운동 기간에 사용했던 포스터가 아직도 붙어 있다. 의정 활동의 기준점으로 삼고 항상 되새김질하겠다는 의지였다.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듯 조 의원이 내건 공약은 백 년이 걸릴지 이백 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긴 하지만 서서히 일에 탄력이 붙었고 가시적인 성과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무산…‘대도민 사과문’ 발표

그런데 최근 조 의원 몇몇 동료의원들(조재규, 공윤권 의원)과 함께 ‘대도민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연합고사 철회 주민 청원과 경남학생인권조례 주민 발의가 최근 경남도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된 때문이었다.

조형래 경남도의원./박일호 기자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가 도민들의 뜻에 반한 결과를 내놓게 돼 교육위원회 일원으로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는 것이었고, “동료의원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다하지 못한 점을 솔직히 고백한다”고 반성했다.

교육계에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의제들이 도출되고 있고 그에 대한 도민들의 인식과 관심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가는 상황에서 의회가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진단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조 의원이 동료 교육의원들의 보수성을 탓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소통하고 설득하는 것을 의정활동 본연의 자세로 여기고 있었기에 자신의 공부 부족과 정성 부족을 1차적인 책임으로 돌렸다.

“설득력 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의원의 능력인데,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다수의 의견을 인정해야죠. 다만 제 스스로 자성과 성찰을 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 의원은 그래서 딜레마 아닌 딜레마적 상황에 빠져 있다. 교육 개혁 기치를 내건 젊은 도의원이 너무 온건하게 의정 활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 투쟁적인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는다.

“온건하고 과격하다는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해직당하고 투쟁할 때 비하면 온건한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가급적이면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의정활동을 하려고 애를 씁니다.”

‘창신대 해직교수’로 여전히 복직 운동 중

조 의원은 아직도 자신을 ‘창신대 해직교수’라 칭한다. 지난 2004년부터 창신대에서 불거진 ‘교수협의회’ 사태로 말미암아 조 의원은 2010년 2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같은 처지의 동료 교수가 10여 명이었고, 지금도 창신대와 교육 당국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조 의원을 포함한 해직 교수 6명은 매주 토요일이면 모임을 여는 등, 복직 운동을 벌이고 있다. 생존권도 생존권이지만, 명예회복이 더 중요한 일이었다.

“재단의 일방적인 학교 운영에 반대해 소통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교수들이 할 말 못하면 학생들이 받아야 할 교육의 질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게 교수협의회를 만들자고 했는데, 갖은 방법으로 압박을 했죠. 그럴수록 더 강력하게 저항했고요. 사학재단과 교육 당국의 끈끈한 유착관계는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조형래 경남도의원./박일호 기자

청와대, 국무총리실, 대검찰청, 감사원 등에 탄원서와 각종 의혹에 대해 제보를 하고 있지만 “별무효과”라고 한다. 힘이 빠지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라며 좌절할 법도 하지만, 조 의원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도의회에서 부결되긴 했지만 학생인권 조례의 필요성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교권 침해에 대해 많이 우려하시면서 시기상조라는 의견들을 많이 내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할 때입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군사주의 문화가 학교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고, 지시와 통제문화가 여전합니다. 전교조 운동으로 학교 내 민주주의가 진전되었다고는 하지만 학생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지 않고 있죠. 또한 학생들의 권리가 보장되면 자연스럽게 선생님들의 권리도 향상됩니다. 학생들의 권리 신장이 교사들에게 저항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거죠.”

하반기엔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 조례 상정

조 의원이 1년 넘게 준비해온 학교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조례도 구체화 됐다. 도내 1만 2000여 명에 이르는 학교 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마련된 이 조례는 하반기 도의회에서 상정될 계획이다. 도 교육감이 직접 학교 비정규직을 고용해 고용불안과 차별대우를 해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당초 지난 6월 도의회 교육위원회에 상정돼 심의할 계획이었으나, 조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좀 더 심도 있게 논의하고 소통하기 위해 조례 상정 시기를 늦췄다.

조형래 경남도의원./박일호 기자

학교 내 교직원들 간의 불평등 문제가 주목받는 시점에, 민주노총 등과 함께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킨 일은 “대단히 보람있는 일”이었다고 했다.

조 의원이 도의회에 들어온 후 접한 건 역시나 교육청의 폐쇄성이었다. 자신 있게 행정 절차를 드러내고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자료를 요청하면 꼭 열흘 기한을 채워서 갖다 줍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추가 질문하고 답변 받고 하다 보면 한두 달이 금방 흘러갑니다. 제도적인 맹점이고 답답한 부분이죠. 물론 자료를 요청한다고 바로바로 준비하기가 어렵다는 건 압니다만, 자신 있게 교육 행정을 설명하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다양한 정책 제언을 하면서 교육청과 소통을 하면서도, 다양한 민원을 접하다 보니 의견 마찰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만큼 조 의원은 광범위하게 민원인들과 접촉하고 있다. 교육계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인 사학비리에서부터, 유아교육, 연합고사, 학교비정규직, 학생인권조례, 장애인 교육 문제 등에 천착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경남 교육에 활력을 불어 놓고 있었다.

조형래 경남도의원./박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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