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29) 전남 담양 걷기 좋은 길

숨이 턱턱 막힌다. 후텁지근이란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지경이다. '찌는 듯이 덥다'라는 말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휴가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모름지기 휴가란 일상에 놓여 있던 나를 놓아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조금 낯선 곳으로 떠나보는 것이 지친 나를 위한 선물이 아닐까? 여기에 요즘 대세라는 '에코 힐링'까지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듯.

에코힐링(eco-healing)이란 ecology(자연)와 healing(치유)의 합성어로 '자연을 통한 치유'라는 의미이다. 지치고 복잡한 일상을 떠나 자연 속에서 걷고 싶은 길을 찾아 떠난 곳은 전라남도 담양. 특히 담양으로 떠나는 길목엔 여수 엑스포도 있다. 담양의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길, 그 한가운데 나를 놓았다.

◇죽녹원

여간해서는 더위를 잊기 어렵다. 그렇다고 인공적인 바람에 몸을 맡길 수는 없는 법. 죽녹원은 초록의 푸름을 눈에 담고 귀를 열어 '사르락, 사르락' 소리를 들으며 잠시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곳이다.

느릿느릿 죽녹원 돌계단을 밟고 걷는 것도 잠시, 어느 길을 먼저 걸을까 안내판 앞에서 잠시 고민해야 한다.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총 2.2km의 산책로는 운수대통길·죽마고우길·철학자의 길·선비의 길·사랑이 변치 않는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된다.

한낮의 태양은 이글거리듯 타오르지만 대나무들이 만들어 낸 서늘한 기운을 잠시라도 느낄 수 있는 죽녹원.

무성히 돋아난 댓잎들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고 곳곳에 놓인 쉬어가는 정자 아래에 서서 부채에 몸을 맡긴 채 하늘로 끝 간 데 없이 치솟은 대나무 숲을 감상하다 보면 지쳤던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두어 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나가기 좋은 대나무로 둘러싸인 길은 세상과 단절되고 오롯이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는 하지만 곳곳으로 길이 나 있어 입구만 지나면 한산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죽녹원 안을 걷다 보면 대나무 분재 및 생태전시관이란 안내판이 나오는데 아이와 함께 왔다면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댓잎 아이스크림 한 입 물며 갈증도 달래고 녹차 아이스크림과는 또 다른 별미에 기분도 좋아진다.

최근 전남도산림자원연구소가 치유의 숲 17개소에 대해 숲 환경 관찰을 한 결과 담양 죽녹원·만연산 등에서 피톤치드가 높게 측정됐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거나 분비하는 물질로 삼림욕을 통해 마시게 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 효과도 있다고 한다.

한껏 배를 부풀려 숨을 들이마셔 대나무의 좋은 기운을 담뿍 담아가는 것도 좋겠다. 어른은 2000원(65세 이상 무료), 어린이 1000원(6세 이하 무료).

◇메타세쿼이아 길

담양 죽녹원 인근에는 대나무통밥과 떡갈비가 유명하다. 죽녹원 인근에서 이를 주 메뉴로 하는 식당들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죽녹원 인근에서 한끼를 해결하고 메타세쿼이아 길로 향하면 하루종일 에코힐링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죽녹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 다리를 하나 건너면 죽녹원에서부터 자전거로 메타세쿼이아 길을 감상할 수 있지만 요즘 같은 더위에는 자가용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산림청에서 '아름다운 거리 숲'과 더불어 국토해양부에서 뽑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1970년대 가로수 조성 사업으로 국도 24호를 따라 심어진 메타세쿼이아는 울창한 가로수길이 됐다.

넉넉한, 끝도 없이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길.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더없이 여유롭고, 메타세쿼이아와 인근 풍경들을 감상하다 보면 더위도 잠시 잊는다.

같은 초록색이지만 메타세쿼이아가 주는 초록은 좀 더 낭만적이다. 넉넉한, 끝도 없이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 마음이 탁 놓이고 여유롭다. 덕분에 더 감상적이 된다. 곳곳에 길을 방해하지 않고 놓인 의자와 초록 벌판 위의 장승들도 메타세쿼이아 길을 감상하기에 더 없는 조력자가 된다. 현재 이 길의 관리를 위해 입장료(일반인 1000원)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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