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불 되기까지 118초…곳곳에 눈살 찌푸리는 장면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대형마트 앞 신호등 건널목은 녹색불에서 빨간불로 바뀌는 데 42초 걸린다. 그 안에 55~60걸음을 옮겨야 한다.

녹색불이 막 켜지고 난 후에 대형마트에서 나온 아주머니는 한 손엔 짐보따리, 또 한 손엔 양산을 들고 뛴다. 이럴 때 아니면 뛸 일이 없는 양 상당히 빠른 걸음을 옮긴다. 중간 즈음 도달했을 때는 남들보다 앞서 있는데도, 뜀박질을 멈추지 않는다. 제일 먼저 건너서는 또 다른 신호등 앞에 도착해서야 잠시 짐보따리를 놓는다. 앞 건널목보다 비교적 짧은 여기에서는 여유를 두고 건넌다.

신호등으로 향하다 녹색불을 발견한 여럿 중에서 한 사람이 뛰면 그 옆 사람도 반사적으로 함께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래도 그 속에서 어떤 이는 여유를 잃지 않으려 애쓴다.

   

대형마트에서 유모차 끌고 나온 아주머니는 막 녹색불을 알아채고 잠시 뛰려다 금세 포기한다. 곧바로 돌려서는 햇빛을 피해 에어컨 나오는 대형마트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다음 순서를 위해 1분 58초를 기다려야 한다.

신호등 바로 앞에는 그늘이 없다. 신호등이 만든 작은 그늘은 한 사람 몫도 안 된다. 대부분 10m가량 떨어진 나무 그늘에서 기다린다. 그래도 대부분은 왔다갔다해야 하는 20m가 귀찮은 듯 한여름 뙤약볕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신호가 바뀌자 차도를 가로질러 건널목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정차한 승합차가 가로막고 있다. 한 검은 중형차는 건널목에 4분의 3 이상을 들이밀고는 깜빡이를 켜놓고 있다. 차에서 나는 열기에 서 있는 여학생들이 발걸음을 옆으로 옮긴다.

녹색불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한 남자가 급하게 뛰어간다. 반쯤 왔을 때 이미 빨간불로 변해 그 나머지는 아슬아슬하게 뛰어간다. 급한 일이 있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한다.

   

녹색불에 사람들이 횡단하고 있는데도 우회전하려는 차량은 슬금슬금 눈치 보며 지나간다. 멈추는 차가 있어도 뒤에서 빵빵거리기도 한다. 그에 떠밀려 앞 차량은 사람을 앞에 두고 움직인다. 엄마 손잡고 오른손 들고 지나는 꼬마 시선은 이 차량에 향해있다. 어른들은 새삼스러울 것 없다는 듯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늦은 출발로 몇 걸음 앞에 두고 빨간불을 맞이한 이가 있어도, 어떤 차량은 봐주는 법 없이 그 앞을 지나쳐 나간다.

사람들 사이로 오토바이가 시커먼 매연을 내뿜으며 횡단한다. 한 아이가 탄 자전거도 제법 빠른 속도로 사람들 사이를 비집는다.

대형마트 앞이라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맨 앞 택시에 손님이 올랐다. 죄화전하려면 왼쪽 6개 차로를 옮겨야 한다. 하지만 신호에 걸린 차량들이 각 차로에 줄줄이 들어서 있다. 택시는 할 수 없이 건널목을 가로질러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데, 아주 어정쩡하게 돼 버렸다. 횡단하는 이 눈빛이 곱지 않다. 그래도 택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러지 않고서는 저만치 가서 유턴해야 한다.

막 택시에서 내리려는 이는 녹색불을 보고선 마음이 급하다. 반쯤 내려 잔돈을 받으려는데 택시기사 손길이 늦다. 그래도 이번에 건너기는 했다.

건너다 슬리퍼 벗겨져 다시 신어야 하는 사람, 손수레를 끌고 가야 하는 노인, 아장아장하는 아이와 함께 건너야 하는 이들에게는 42초라는 시간이 짧아 보인다. 하지만 이를 기다려줘야 하는 차량 운전자들에겐 또 길게 느껴지는 듯도 하다.

깊은 밤이 되면 보행자 신호등은 꺼지고, 차량 신호등은 점멸등으로 바뀌는 곳이 제법 있다. 앞 못 보는 사람, 거동 불편한 사람은 어떻게든 알아서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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