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45) 창원소방본부 119구조대 주효식 팀장

"야 이 ××들 다 죽었어." 극도로 흥분한 남자의 고함이 들려왔다. "야야 너 그만해." 불안에 찬 또 다른 남자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저기요. 저 사람 흉기 좀 뺏어주세요…. 큰일 나겠어요." 이번엔 겁에 질린 젊은 여성의 외침이 들려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나는 소리였다.

위험을 직감한 주 팀장은 바로 뛰었다. 길 모퉁이를 돌자 10명 안팎의 남자들 무리 속에 20대 남자가 연방 흉기를 크게 휘두르고 있었다. 30㎝가량의 흉기였다. 흉기를 든 남자는 또 다른 남자들 무리 속으로 다가가고 있었고 그들은 기겁한 표정으로 뒷걸음질만 쳤다.

그냥 두면 큰 사고가 날 것 같다는 생각이 주 팀장 머리를 스쳤다. 고민할 겨를도 없이 주 팀장은 남자 뒤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러나 계속 흉기를 휘둘러 더는 무리였다. 때를 기다렸다. 잠시 흉기를 휘젓던 몸부림이 멈추는 순간. 주 팀장은 잽싸게 남자의 오른쪽 손목을 잡고 허리 뒤로 꺾어 올렸다. "아∼아" 신음과 함께 "이 ×× 니는 뭐꼬. 이거 놔. 니도 죽고 싶어?" 남자는 고통스러운 표정과 함께 어렵게 고개를 돌려 노려보며 소리쳤다. 손목을 더 힘껏 비틀어도 흉기를 놓지 않았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있었던 주 팀장은 흉기를 잡고 힘껏 당겨 빼냈다. 그리고 저만치 뒤쪽으로 던졌다.

   

마침 도착한 경찰 두 명이 곧바로 그 남자의 양쪽 팔을 붙들고 연행해갔다. 더는 반항 없이 그렇게 끌려갔다.

"와∼" "수고했습니다" "멋있어요".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이 박수와 갈채를 보냈다. 쑥스러웠다. 주 팀장은 이쪽저쪽으로 짧게 고개 숙여 답례를 하며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뛰었다.

지난 4월 7일 오전 1시 10분께 군항제가 한창이던 창원시 진해구 충무동에서 발생했던 사건이다. 이 일을 해결한 창원소방본부 119구조대 주효식(44·지방소방장) 3팀장은 시민들 사이에 칭찬이 퍼지면서 지난 5월 창원시 이달의 베스트 공무원에 선정됐다.

23일 오후 6시 20분 진해에 있는 창원소방본부 119구조대에서 그를 만났다. 소방서로 들어서자 그는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있었다.

진해에서 태어나 올해로 17년차 소방공무원인 그는 동료 사이에서 '무대포'로 불리고 있었다. 부지런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기본이고 정의감과 의협심이 남달라 붙여진 별명이란다.

주 팀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없었고 다른 동료도 다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인데 이 일이 알려져 오히려 쑥스럽다"고 말했다.

동료는 지난해 여름에 있었던 주 팀장의 활약도 전했다.

"비 오는 밤 자살하려고 아파트 3층에서 뛰어내린 40대 여성을 구조하는 출동이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은 여성은 가까이 오면 죽이겠다고 흉기를 휘두르며 자신의 팔목을 자해하는 상황이었다. 이때도 주 팀장이 흉기를 빼앗고 안전하게 병원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주 팀장은 흉기에 손가락이 베였고 아직 영광의 상처가 연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영화 <분노의 역류>를 본 뒤 소방대원의 길을 택했다는 그는 "내용도 감동적이었지만 영화에 묘사된 소방대원들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며 "꼭 소방대원이 돼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고, 지금도 그 일념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주변의 칭찬도, 안정된 공무원 지위도 아닌 사건을 마치고 느끼는 보람 때문이란다.

주 팀장은 앞으로 포부를 묻는 말에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며 "일터에서는 후배들이 현장에서 실수없이 완벽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노하우를 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존경받는 선배이고 싶다"고 소박한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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