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갯벌의 청소꾼 게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들은 바다를 찾는다. 그 곳에는 시원한 파도와 수평선이 펼쳐져 일상의 묵은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파도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휴가의 들뜬 발걸음을 갯벌로 옮기면 군데군데 쓰레기 무더기 사이로 집게다리가 붉고 통통한 게가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는 집의 구멍이 들쥐나 뱀 구멍과 비슷하게 생겨서 그곳에 사는 이 게를 '뱀게'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정확한 이름은 '도둑게'이다.

◇도둑게의 생태 = 곤충이 육지에서 성공한 무리라면 바다에서는 갑각류가 그렇다. 우리에게 친숙한 게가 바로 바깥껍데기가 단단한 이 갑각류에 속한다. 게들은 집게발, 걷는발, 헤엄치는발을 적절히 사용하며 갯벌과 바다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데, 지구에서 다리가 열 개인 동물은 게뿐이다. "아니 아니 아니되옵니다" 오징어가 있다고요? 사실은 오징어의 다리 10개 중 가장 긴 2개는 '촉완'이라고 부르는 촉수다. 그러니까 다리 10개인 동물은 게뿐임이 당연하다.

발이 날카로워 나무에도 기어오를 수 있는 도둑게. /김인성

도둑게는 여느 게와 다르게 바닷가에 가까운 산기슭 습지나 냇가의 방축 돌 밑, 논밭 등에 산다. 우물가나 심지어 부엌에까지 들어가며 여름철에는 해안의 산 위에까지 올라간다. 뭐든 잘먹는 도둑게, 사람이 먹는 것은 소주 빼고 다 먹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국수며 식빵, 삼겹살 등등 못 먹는 게 없는데 심지어는 민가의 가축사육장에 들어가서 그 배설물(닭똥 등)을 즐겨 먹는 장면이 발견되기도 한다.

7∼8월에 암컷이 알을 품는데, 8∼9월 상순의 만조 달 밝은 밤에 해안 암석지대에 모여 부화한 유생상태의 알(zoea)을 바닷물에 털어 넣는다.

◇왜 도둑게라 부를까? = 도둑게라는 이름은 부엌에 들어가서 음식물을 훔쳐 먹는다 해서 생겼다. 갯벌의 기수지역(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민가들은 도둑게가 빈번하게 출몰해서 음식찌꺼기나 과일껍질에 붙은 속살을 훔쳐 먹는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며 정식 학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냉장고가 어느 집에나 있고, 음식찌꺼기를 위생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도둑게가 살아가기에 매우 어려워졌다.

도둑게의 천적은 두꺼비. 도둑게가 출몰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두꺼비가 진을 치고 있다. 주로 어린 새끼들을 단숨에 먹어 치우는데, 그래도 굴 속에 숨어 살기 때문에 조심만 하면 특별한 천적은 없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무에 기어오르는 유일한 게가 도둑게이다. 발이 날카로워 나무에 기어오르기는 안성맞춤. 도둑게는 의사(擬死)행동이 가능해서 위험을 느끼면 10분이고 20분이고 죽은 체하다가 위험이 사라지면 얼른 일어나 도망간다.

항간에는 2% 부족한 정치인들이 아직도 잘난 척 큰소리를 내고 있다. 차라리 도둑게의 의사행동이라도 배우려는 생각을 가지면 덜 밉지 않을까….

/김인성(우포생태교육원 원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