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금슬 상징하는 자귀나무

아내가 외국 연수를 간 지 3개월이 지났다. 아내가 없어 가장 힘든 일은 4살, 5살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이다. 평일에는 고맙게도 장모님이 도와주시지만, 주말에는 홀로 집으로 데려와 먹이고 놀리고 씻기고 재운다. 평일보다 주말이 더 고되고 힘들었다.

다음 주에 아내가 돌아오는 마당에 이제야 아이들과 주말을 잘 보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주말 육아 비법은 공원 산책이다. 자주 가는 공원인 함안의 함주공원은 창원의 어떤 공원에 견주어도 시설이 뒤지지 않는 편이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버스를 고쳐서 만든 버스도서관인데, 책은 물론, 돗자리도 빌려주니 참 좋다.

비가 잠시 그친 주말 함주공원을 한 바퀴 도는데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그리운 아내의 향기가 난다. 향기를 따라가니 분홍빛 실타래 같은 꽃들이 나뭇잎 위로 무성하게 많이 피어 있다. 향기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자귀나무.

분홍빛 실타래 같은 꽃들이 나뭇잎 위로 무성하게 피어있는 자귀나무. /박대현

자귀나무 잎은 미모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만지면 접히는 미모사 잎과 다르게 온도에 반응해 잎이 접힌다.

더운 낮에는 잎이 양쪽으로 벌어져 있다가 온도가 내려간 밤중에는 잎이 접히기 때문에 낮과 밤의 잎 모양이 다르다. 그래서 마치 귀신이 와서 자는 것 같다고 하여 자귀나무라고 이름 지어졌다.

나무를 깎아 다듬는 연장인 자귀를 만드는 나무라 자귀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낮에는 따로 있다가 밤이면 마주 보고 접히는 잎의 특징으로 부부 금슬을 상징한다. 그래서 합혼수(合婚樹) 또는 합환목(合歡木)이라도 하고 소가 좋아해 소쌀밥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열매는 콩 꼬투리처럼 생겼는데 가을날 바람이 불 때 이 꼬투리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여자들 수다 소리와 같아 여설수(女舌樹)라고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이름이 있는 걸 보면 예부터 우리 조상의 관심이 많았던 나무였음을 알 수 있다.

그저 예쁘고 향기로워 조경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지만, 자귀나무의 약효는 매우 뛰어나다. 나무껍질과 꽃을 약으로 쓰는데 특히 껍질은 타박상, 골절, 류머티즘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펴낸 <동의처방대전>에는 임파선암에 약물치료로 쓴다고도 나와 있다.

자귀나무의 꽃말은 가슴이 두근거림, 환희이다. 화목한 가정을 위해 집에 자귀나무를 키우면 부부의 정이 더 돈독해진다고 한다.

곧 3개월 만에 아내와 만난다. 자귀나무를 심을 마당이 없으니 함주공원의 큰 자귀나무 아래에서 아내와 함께 꽃향기를 맡으면 좋을 것 같다.

/박대현(창원 봉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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