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8) 서정현 김해 샛별장미농원 대표

"장미 재배를 위해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하지만, 식재 간격·배지 선택 등 아직 연구할 부분이 많습니다. 꾸준한 연구로 품질과 원가를 개선해 세계 시장을 뚫어야 합니다."

김해 주촌면 원지리에서 샛별장미농원을 운영하는 서정현(59)·김옥남(55) 대표 부부는 늦깎이 공부에 한창이다.

서 대표는 지난해 경상대에서 최고농업경영자과정을 마쳤고, 부인 김옥남 씨는 마이스터대학에서 2년째 공부하는 등 부부가 공동 연구와 경영으로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서 대표가 부산에서 원예전문 종묘회사에 다니다 귀농한 것은 지난 1988년. 그 후로 24년을 장미에 빠져 살았다. 늦게 시작한 화훼농사였지만, 그만큼 연구와 노력을 많이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밖에서 보는 것과 직접 장미를 키우는 현실은 상당히 달랐습니다. 김해시 농업기술센터와 도 농업기술원 등에서 기초부터 교육 받았습니다. 교육이나 세미나가 있다 하면 거의 빠지지 않고 다녔습니다."

김해 주촌면 샛별장미농원을 운영하는 서정현·김옥남 부부가 재배 하우스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김구연 기자

서 대표 등이 1998년 결성한 김해장미수경재배연구회는 현재 20여 농가가 활동하며 농업경영자과정, 마이스터대학, 장미 스터디그룹 등 활동을 통해 우수 기술력을 도입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촌면 내 다른 곳에서 토경(토양) 재배로 장미를 키웠다. 당시에는 아직 국내에 장미 수경재배, 즉 양액재배 기술이 도입되기 전이었다.

"자본도 기술도 없다 보니 당시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을 무턱대고 그대로 따라하다 실패도 많이 했습니다. 하우스를 너무 낮게 지어 실패하기도 했죠. 머리가 닿을 정도로 낮게 지었습니다. 보온력과 안정성 때문에 당시에는 그게 좋은 하우스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지금 서 대표의 하우스 높이(측고)는 2m 80㎝. 3m가량이다.

"하우스가 높아야 온·습도 관리에 유리합니다. 시설 원예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네덜란드는 6m로 짓다가 최근 8m로 변화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무작정 높이 지을 수는 없다. 높은 하우스는 태풍 등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서 대표의 농원서 자라고 있는 장미. /김구연 기자

서 대표는 1994년과 2006년 네덜란드 견학을 다녀오면서 각종 시행착오의 원인을 많이 찾았다.

"네덜란드에 가서 보고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습니다. 그러나 네덜란드와 우리나라는 날씨 등 여러 가지 환경이 다른 만큼 그대로 적용할 수 없죠. 우리 재배 방법과 접목해 적절한 재배 환경을 찾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흙에서 장미를 키우는 토경 재배를 하다 양액(액체 비료)을 공급해 키우는 수경재배로 바꾼 것은 지난 1997년이다.

"토경 재배는 연간 4.5~5번 수확하지만, 수경재배는 7.5~8번 수확합니다.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죠."

암면 배지에 장미 모종을 심어 양액(비료)을 공급해 키운다. 꽃은 일 년 내내 수확한다.

서 대표 농장이 주촌면 원지리에 자리 잡은 지는 9년째. '좋은 물'을 찾아 이곳저곳 둘러보다 원지리로 오게 됐다. 염분이나 철분, 미네랄이 많은 물은 비료 조정을 균등하게 하기 힘들기 때문에 '깨끗한 물' 확보가 중요했다.

온·습도 관리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품질이 좋지 않다.

"에어컨으로 실내 온도를 낮추면 냉방비가 엄청나게 들겠죠. 이건 아직 연구 중인 겁니다만, 지하수를 2도가량 냉각시켜 바깥 공기를 유입해 공급하는 송풍기 바람을 차게 만들어 하우스에 불어넣고 있습니다. 그러면 안에 있던 더운 공기가 밖으로 나가게 되겠죠. 아직 시험단계입니다."

생산성 향상과 난방비 절감을 위해 '적외선 등'도 이용하고 있다.

서 대표 농장에서는 2003년 무렵에는 100% 일본으로 수출했지만, 현재 내수와 수출 비중은 8대 2 정도다. 일본 내부 소비량이 줄어든데다, 일본이 수입선 다변화를 꾀하면서 베트남·인도·케냐 등지의 장미에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전량 수출할 때는 일본에서 선호하는 미니장미를 키웠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인기 있는 대륜 장미가 대부분이다.

"FTA 때문에 우리 농촌이 참 어렵습니다. 중국과의 FTA도 타격이지만, 콜롬비아와의 FTA 체결이 큰 걱정입니다. 7년 내 관세가 철폐되는데, 콜롬비아는 장미 생산 최적지라 할 수 있습니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장미 때문에 미국 장미 농가가 전멸할 지경이었죠. 하지만, 겁 먹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싸워야 합니다. 개인과 기업, 지자체, 정부 등이 나서서 일본 시장을 뚫고 정착시키는 데 15년이 걸렸습니다.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한 것처럼 중국 시장을 뚫어야 합니다. 중국은 공항에도 꽃 판매점이 있고, 꽃다발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꽃 수요가 많은 곳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한때 200농가에 이르던 김해 지역 화훼농가가 시설채소로 전환하는 등의 이유로 50농가 정도로 줄었다. 서 대표는 그만큼 국내 화훼농가의 힘이 줄어들어 중국 시장 공략에 애로가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샛별장미농원에서는 현재 5000㎡(1500평)가량 농장에서 50만~60만 송이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서 대표의 갑작스런 귀농 결정에 부인 김옥남 씨는 어땠을까.

"아무 것도 몰랐으니까 따라왔어요. 알면 안 왔죠. 힘든 점요? 일이 힘든 것보다, 남편이 나가면 완전 함흥차사예요."

살짝 눈을 흘기는 부인에게 서 대표는 "아, 맡고 있는 게 많으니까"라며 멋쩍은 듯 말을 얼버무린다. 서 대표는 김해장미수경재배연구회 회장, 경남장미연합협의회 사무국장 등을 맡고 있으며, 2002년 새농민상, 2009년 세계농업기술인상, 2010년 새농민본상을 수상했다.

<추천 이유>

△이상훈 김해시농업기술센터 경제작물담당 = 샛별농원 서정현 대표는 20여 년째 장미를 재배하면서 최고농업경영자과정과 장미스터디그룹 수료, 장미 특화작목 산학연협력단 활동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현장에 접목한 핵심지도자입니다.

토경 재배의 한계 극복을 위해 장미 수경재배 시설을 설치, 연간 50만 송이의 장미를 생산해 1억 8000만 원의 소득(조수익)을 올리는 진정한 강소농입니다. 화훼산업 선구자로 오직 한 길을 꾸준히 걸으면서 집약된 기술과 노하우로 승부하는 열정의 농업CEO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