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박금병·박미녀 씨 부부

사랑은 반드시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지는 않는다.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을 외면하기도 하고,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사람에게 느닷없이 다가오기도 한다. 공평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삶이라는 게 또 그렇다. 지금부터 6년 전, 28살 박금병(34) 씨는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한 사람이 다가왔고, 그 사람은 금병 씨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졸업도 못하고 학원에서 일할 때였지요. 사는 게 재미도 없고 무기력하게 살았습니다. 마치 안갯속을 걷는 듯한 그런 일상이었지요."

박미녀(32) 씨가 같은 학원 선생으로 온 게 그맘때였다. 풋풋하고 순수한 느낌을 주는 아가씨에게 금병 씨는 금방 호감을 느꼈다. 고등부 교사였던 금병 씨는 초등부 교사인 미녀 씨 교실에 자주 드나들었다.

"고등·초등부 선생이 같이할 일은 없었어요. 저는 사실 이성과 얘기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고 아직도 친구라고 할 만한 여자는 없어요. 그런데도 아내에게는 자주 말을 걸었지요. '작업' 같은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이야기를 나누면 기운이 솟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선생님, 저 좋아해요?"미녀 씨도 금병 씨에 대한 호감은 있었다. 학교 다니면서 일도 열심히 하고, 회식 때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금병 씨가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보였다. 물론 이 판단에는 오해도 섞였다. 금병 씨가 회식 자리를 끝까지 지킨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런 날에는 대부분 학교를 건너뛰었다. 늦게 학원에 출근했을 때 초췌한 모습은 술이 덜 깬 것이었는데 미녀 씨는 그저 열심히 사는 모습으로 여겼다. 어쨌든 평소 호감을 느낀 남자가 자주 교실을 찾아오며 말을 거는 것은 100% '작업'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작업 다음 단계인 '고백'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에서 일하는 한 교사 생일 때 술자리에서 술을 좀 마신 미녀 씨가 금병 씨를 따로 불러냈다.

"네, 좋아합니다."

연애는 그렇게 시작됐다. 극적으로 시작한 연애였지만, 일상이 무기력했던 금병 씨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았다.

"제가 당시 게임 중독이었어요. 돌이켜보면 데이트다운 데이트도 하지 못했지요. 너무 게을러서 어디 멀리 데이트를 한 기억도 없어요. 음주·가무를 즐긴 기억밖에 없네요."

게으르고 무기력한 남자에게 돌파구를 고민하게 한 것은 역시 여자였다. 사람답게 살지는 않았되 사람답게 살지 않는 것을 모를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금병 씨는 뭔가 길을 찾고 싶었다.

"결혼을 하면 좀 사람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것 같아요. 당시 아내도 정신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했는지 서로 자연스럽게 결혼을 고민하게 됐지요."

마주하면 편했고, 함께 있으면 힘을 줬던 미녀 씨. 금병 씨는 미녀 씨가 늘어놓는 잔소리조차 고마웠다. 무절제한 생활이 익숙했던 금병 씨에게 미녀 씨는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되기도 했다. 친구처럼, 애인처럼, 엄마처럼… 금병 씨는 이 사람을 놓칠 수 없었다. 그런데도 게으름과 무기력은 중요한 순간마저 발목을 잡는다.

"프러포즈를 따로 못했어요. 당시에 특별한 프러포즈를 하지 못하는 대신 살면서 평생 프러포즈를 하겠다, 평생 갚을 테니 기다려달라고 말했지요. 그런데 평생 가도 못 갚을 것 같아요."

2008년 8월, 금병 씨와 미녀 씨는 부부가 된다. 그리고 결혼 4년째가 다 된 지금, 두 딸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스스로 늘 자책할 만큼 무기력했던 금병 씨는 이제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안고 산다. 스스로 절제하며 아내와 딸들이 웃는 모습에서 가장 큰 행복을 찾는 가장이 됐다. 총각 때와 180도 바뀐 유부남이 됐다. 느닷없이 다가온 사랑이 성공적으로 한 인간을 개조한 셈이다.

"늘 대화가 많은 가정을 만들고 싶어요. 사소한 오해라도 쌓이지 않게 많이 얘기하고 서로 이해하는 그런 가정이지요. 그리고 아내와 딸들에게 늘 함께여서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네요."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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