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28) 고성 갈모봉 산림욕장

지친다. 오락가락하는, 물을 잔뜩 머금은 날씨는 몸도 마음도 지치게 한다. 이번 장마가 지나고 나면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기다리고 있을테다.

누군가의 말대로 '힐링'이 필요한 때다. 더위에 맞서 싸우려면 충전도 절실하다.

자연의 좋은 기운을 잔뜩 받는다면 조금 위로가 될까?

특히 땀띠에다 모기의 공격까지 아이들의 피부가 괴로운 것은 건조한 겨울만이 아니다. 나무가 내뿜는 기운 중에 피톤치드가 있다. 주로 침엽수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그중에서도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이 으뜸이란다.

하늘로 솟은 편백나무와 폭신폭신한 편백나무 톱밥길을 걷다보면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Phyton)과 살균력을 의미하는 치드(Cide)가 합성된 말로 숲에 들어가면 느낄 수 있는 삼림향으로 대표되는 테르펜이 주성분이다. 이 '피톤치드'는 아토피 치유는 물론 우울증, 불면증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의 농도를 감소시킨다.

이번 주말, 일상에 지친 어른과 날씨에 지친 아이와 함께 편백나무 숲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고성군 고성읍 이당리 산 183번지 갈모봉 산림욕장은 거침없이 하늘로 뻗은 녹음이 짙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어우러진 숲이 울창하다. 갈모봉에는 삼나무, 소나무, 낙엽송, 낙우송, 느티나무, 단풍나무가 빽빽이 심어졌는데 전체 수종의 약 80%를 차지하는 편백나무만 40만∼50만 그루로 추정된다.

장마에다 더위로 도심은 텁텁한 숨 막힘이 여전한데 이곳은 청량한 편백의 향이 먼저 우리를 맞이한다.

제3주차장에 차를 대면 곧바로 산책로가 보인다. 산책로 바닥에는 편백나무 톱밥이 깔렸다.

산책로 사이로 길게 뻗은 편백나무가 싱싱한 생명력과 함께 기분 좋은 향기를 내뿜는다. 따로 안내판이 없어도 곧게 뻗은 편백 사이로 만들어진 길이 좋은 안내자다.

폭신폭신한 편백나무 톱밥을 밟는 기분이 좋다. 편백의 기운이 발끝에서 온몸으로 전해진다. 수령 30∼50년생의 편백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산책로는 지루하지 않게 데크로드와 편백길을 오가기도 하고 곳곳에 쉼터와 누워서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산림욕대가 편백이 빽빽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산림욕대는 산책하며 흘린 땀을 기분 좋게 말리기에 더없이 좋다.

전날, 비가 많이 와서 습했는데도 이곳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게 내쉬니 몸이 편안해지고 사르르 잠까지 온다.

편백나무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물소리가 시원한 계곡이 나오는데 편백 향과 어우러져 청량한 기운을 담뿍 담아갈 수 있다.

팔각정자까지 쉬엄쉬엄 느리게 느리게 걸어가면 한 시간 정도 걷기 좋은 코스가 만들어진다. 제2주차장 인근 사방댐이란 안내판을 따라 내려가면 맑디맑은 계곡 같은 물이 흐르고, 앉아서 쉴만한 야외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는 등 아이들과 잠시 뛰어놀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졸졸졸 물소리가 청량한 공기와 어우러져 가던 발길을 붙잡는다.

   

아이들은 살짝 발을 담가도 좋고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도 좋다.

제1주차장에선 자연관찰로 지나 본격적인 갈모봉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로 들어갈 수 있으니 오르막 곳곳에 놓인 세 곳의 주차장 중 원하는 곳에 차를 대고 산책과 등산을 택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보자.

편백의 숲 속에서 몸과 마음에 초록물이 들었다.

피톤치즈(Phytoncide)가 뭘까?

<피톤치드(Phytoncide)란>숲 속의 식물들이 만들어 내는 살균성을 가진 모든 물질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 사람들이 삼림욕을 즐기는 것은 피톤치드(Phytoncide) 때문. 피톤치드의 주성분은 테르펜이라는 물질이다. 바로 이 물질이 숲 속의 향긋한 냄새를 만들어 낸다.

피톤치드는 심리적인 안정감 이외에도 말초 혈관을 단련시키고 심폐 기능을 강화시킨다. 기관지 천식과 폐결핵 치료, 심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이것만이 아니다.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 작용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톤치드의 효과는 산 중턱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숲 한가운데서 숲의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조금씩 내뱉는 복식 호흡을 하면 효과가 훨씬 크다. 삼림욕은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일사량이 많고 온도와 습도가 높은 시간대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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