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손상·안면골격 기형 유발, 장부의 기운 다스려 치료 가능

몇년 전 '잠버릇에도 이유가 있다'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의 다양한 잠버릇(이갈이·코골이· 잠꼬대 등)이 장부(오장육부)의 허실에 따라 그 원인이 다르다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여러 잠버릇 중 이갈이에 대해서 좀 더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일시적으로 가볍게 나타나는 이갈이를 병적인 문제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거의 매일 나타나거나 주위 사람에게 신경이 쓰일 정도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개선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심한 이갈이는 치아의 손상이나 안면 골격의 이상뿐만 아니라 수면에 영향을 미쳐 성장에도 좋지 않다.

현대의학에서는 이갈이의 원인에 대해 여러 추정을 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니 치료법이 있을 수 없다.

현재 보조장치를 하는 방법 정도가 대증요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보조장치를 하는 건 이갈이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이갈이를 방지하거나 억제시키는 용도이다.

한방에서는 이갈이의 원인을 스트레스(心火)와 간담(肝膽)의 문제, 소화기 이상, 허로 등 한의사에 따라 그 원인과 치료법을 달리하고 있다.

이갈이만으로 한의원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질환으로 병원에 와 기타 증세를 문진하는 도중 이갈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갈이가 많이 나타나는 아이들을 보면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ADHD(과잉행동장애)나 산만한 아이 등에서 많이 발견된다. 한의학적으로 보자면 심열(心熱)이나 신허(腎虛)로 진단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여러 가지 뇌병변으로 말미암은 발달장애 아이들로부터 많이 보이는데 이는 허로(虛勞·심신이 허약하고 피로함)로 진단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사춘기 남학생(여학생은 거의 본 적이 없다)으로 과한 자위행위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 외 특별한 병은 없는데 신허(腎虛) 증세가 있는 아이도 많이 나타난다. '치아나 뼈가 약하다', '유아 때 이가 빨리 났거나 지나치게 늦게 났다', '야뇨증세를 보인다'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갈이가 있는 아이 중에서 간혹 단맛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방에서는 감상신(甘傷腎·단맛은 신의 기운을 상하게 한다)이라 해서 신허의 문제로 본다.

   

위와 같이 이갈이는 대체로 신허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신허란 신(腎)의 기운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아이들은 비뇨생식기계와 뼈, 치아와 관련된 칼슘 대사 전반에 관련이 있다. 이갈이는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장부의 허실로 말미암은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치료를 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옥상철(창원시 마산회원구 아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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