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기타리스트 유지원 씨

창원시 성산구 한 지하 연습실, 그곳에서 기타리스트 유지원(35) 씨를 만났다.

유 씨는 지금은 해체된 밴드 '해령'의 리더였다. 해령은 기타 유지원, 보컬 권정열, 베이스 윤철종이 함께 활동한 밴드다.

밴드 해령, 지금은 온라인상에서 가수 십센치(10cm)의 전신으로 더 유명하다. 포털사이트에 '십센치 과거사진'이라고 검색하면 유 씨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창원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원래 고향은 대구예요. 6개월 전부터 창원시 양덕동 동부교회에서 음악감독을 맡고 있어요."

유 씨는 중3 때부터 교회에 다녔다고 한다. 벌써 20년가량 다닌 셈이다. 그래서일까 유 씨는 교회 음악에 빠지고 있었다. 또 그것이 십센치와 길을 달리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시절 동아리 밴드활동을 했죠. 당시 인근의 고교밴드들과 교류하기도 했는데 그때 (권)정열이와 (윤)철종이를 만났어요. 그게 인연이 되어 같이 '해령'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고, 2004년 1집 <Virus>를 냈지요."

   

물론 십센치라는 이름으로 같이 활동하자는 제안도 있었단다. 처음엔 '차후에 합류하겠다'는 식이었는데, 교회 음악에 빠져 있었던 유 씨는 어느샌가 그들과 갭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사실, 해령에서 함께할 때보다 권정열과 윤철종이라는 두 사람이 만들어 내는 색깔이 더 멋있었단다.

"처음 홍대클럽에서 활동하던 그들이 유명해지기 시작할 땐 정말 뿌듯했어요. 점점 유명해지더니 MBC <무한도전>에 나온다는 거예요. 솔직히 정말 배 아프더라고요. 하하하. 그렇지만 지금은 합류할 생각이 없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십센치와 인연이 끊어진 것은 아니다. 유 씨는 종종 십센치의 공연 무대에 오른다. 오프닝 무대 또는 게스트로 참여한다고 했다. 유 씨의 페이스북 담벼락에도 십센치 멤버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눈에 띈다.

너무 십센치 얘기만 했나. 미안해졌다. 다시 오늘의 주인공 유지원 씨에게 집중해보자. 앞으로 활동계획을 물었다.

"괜찮아요(웃음). 앞에서 말했다시피 교회 음악에 빠져 있어요. 요즘은 교회 찬송가 등도 밴드로, 현대적 색깔을 입혀 불러요.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기타 솔로 2집 앨범 작업 중입니다. 예전 1집도 냈었고요. 또 디지털 싱글을 내기도 했었고…. 1집 앨범은 저작권 문제 등 때문에 더 만들 수가 없어요. 지금 제 수중에도 딱 1장밖에 없고요. 하하."

사실 일반 대중에게 '기타앨범'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유 씨의 설명이 필요했다.

"유명한 기타리스트 김세황, 함춘호 씨 등의 앨범을 들어보면 정말 멋있죠.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가 뚜렷하니까요. 하지만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거리감이 느껴질 것 같기도 해요. 저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목표이고요. 앨범에 들어가는 곡들도 대부분 기존 곡을 편곡해서 쉽고, 또 따라 쳐볼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그런데 사실 앨범 발매도 쉽지 않아요."

이야기는 음원 유통구조의 모순으로 흘렀다. 유 씨는 음원 사이트의 '무제한' 다운로드를 비판했다. "말도 안 되는 유통구조죠. 예를 들면, (권)정열이가 피처링 해준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곡이 있어요. 정열이 이름 때문에 다운로드가 장난 아니었죠. 그런데도 수중엔 남는 게 없어요. 37만 원의 사용료를 내고 만든 곡인데, 6개월 정산해서 15만 원이 입금됐어요. 1번 다운로드에 10~20원이 내 몫인데, 얼핏 계산해도 약 1만 번의 다운로드가 있었다는 말이죠. 결국엔 통신사, 음원 사이트 배만 불린 꼴이죠"라며 씁쓸해했다.

이런 사정 탓에 유 씨는 학원 수학강사를 하기도 했다. 지금도 창원에서 수학 과외를 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이 유 씨를 더 끈질기게 만들었다. 유 씨는 "음악을 놓지 않고 쭉 이어가는게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힘들지만은 않아요. '돈을 많이 벌어서 떵떵거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며 웃음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타를 얼마나 잘 치는지, 또 사진도 찍을 겸 해서 연주를 부탁했다.

"글쎄. 정규 교육으로 기타를 배운 적이 없어요. 순수하게 내가 좋아서 연습한 기타죠. 한때 홍대 근처에서 기타를 메고 지나가면 나름 알아보는 사람도 많았죠(웃음). 나름 '기타 좀 친다' 하는 사람들이면 내 이름 또는 내 아이디 'nudy22'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 같아요. 하하."

하지만, 분명한 건 사진 찍는 내내 귀는 너무나 황홀했다. 연주를 더 듣고 싶어 사진을 계속 더 찍어야 한다고 핑계를 댔는지도 모르겠다.

유지원 씨는 확실하게 정해지진 않았지만 앞으로 2~3년 정도 창원에 머물 계획이다. 여자친구는 없지만, 만약 결혼을 하게 되면 아예 눌러 살게 될지도 모른다며 웃어 보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