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호의 '우포늪에 오시면'] (16) 습지와 인간의 관계도 생각해보시길

우포늪을 찾는 방문객들을 위해 우포늪관리사업소에서는 해설사들을 대상으로 능력향상 교육을 합니다.

며칠 전인 9일에도 나무 전문가를 초빙하여 교육을 하였는데, 그날 강사는 쥐똥나무라는 생태이름을 가진 강판권 교수였습니다. 강 교수는 나무를 역사적 관점에서 보고, 나무와 인간의 관계를 연구하여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전문가입니다. 그 분에 따르면 식물을 가리킬 때, "이 꽃은 무엇이고 저 꽃은 또 무엇이다"라고 이름만 전해주거나, "이런 또는 저런 식물이 인간의 몸에 어떻게 좋다는 인간 중심의 생각을 전달하지 말고, 식물 그 자체를 이해하자"고 합니다. 식물을 보면 식물에게 인사하자고 하는 것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나무나 풀 같은 식물도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이죠. 우포늪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생태계 선배인 나무에게 인사하자"고 하면 신기해하기도 하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기도 합니다.

습지는 농사짓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많은 것을 제공해주는 보금자리다.  /김구연 기자

그 분의 강연은 매우 인상적이며 지혜로운 이야기가 많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어느 날 혜능 선사라는 승려가 지나가는데, 젊은 스님 두 명이 바람에 깃발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언쟁을 하고 있었답니다. 젊은 한 스님이 '바람에 깃발이 흔들린다'고 하니, 다른 스님이 '아니다. 깃발에 바람이 흔들린다'고 하였답니다. 그것을 보고 혜능 스님은 '그런 게 아니고 네 마음이 흔들린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런 선문답(禪問答)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을 전합니다. "나무는 땅에 뿌리를 박고 하늘을 향해 있습니다. 나무는 땅의 기운과 하늘의 기운을 동시에 받으면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사람도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아야 제대로 살 수 있습니다. 우포는 땅과 하늘의 그러한 기운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우포늪은 사람이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우포늪에 온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우포늪에 오셔서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수년 전부터 우포늪과 같은 습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심히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이 갑자기 습지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습지는 물이 있는 젖은 땅으로 가장 쉬운 말로는 '물구덩이' 또는 '물꾸디'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습지보호 국제기구인 람사르(Ramsar)는 습지를 '깊이가 6미터 이하의 젖은 땅'이라고 정의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습지는 위치에 따라 산에 있는 고산 습지와 우포늪과 같은 내륙 습지 그리고 바닷가에 있는 연안습지인 갯벌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습지는 자연습지와 인공습지로도 나누어지는데, 사람이 만든 인공습지인 논에서 한국인들은 벼를 키워 열매인 쌀을 먹어 왔습니다.

습지는 또한 인간들에게 많은 산소를 공급해 주는 고마운 땅입니다. 물이 있는 땅, 습지는 우리가 농사짓고 살아온, 은혜를 입은 축복의 땅입니다. 우포늪은 인간들에게 많은 것을 제공해주는 보금자리입니다. 우포늪에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우포 인근의 주매마을에 있는 옛 무덤(고분)들입니다. 주매마을의 이전 마을 회관 뒤쪽 산에서는 가야시대 토기들이 수없이 출토되었습니다. 1980년대 초에는 우포늪 인근 주매리의 마산터 마을 옆 산에서도 많은 토기들이 출토되었습니다. 친척 한 명이 보여준 큰 토기 항아리를 보면서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우포늪에 살아온 것임을 어린 마음에도 느꼈습니다. 우포늪을 방문하시면 가야시대 그 이전 신석기시대에 살아온 그 사람들을 상상해보십시오. 우포늪에 있었던 그 사람들은 우포늪에 있었던 많은 물고기와 새들을 잡고 살았을 겁니다. 논농사 기술이 전파되어 물이 깊지 않은 쪽에서는 습지를 메워 논농사를 했을 것입니다. 신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우포늪에 많은 농부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우포늪 등의 습지를 인간 중심으로 습지의 중요성을 모르고 산업화 공업화 등으로 잊어버렸던 습지의 중요성을 인간이 다시 깨닫고 있습니다. 최근 습지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책들이 다수 출간되었습니다. 습지와 인간, 인간과 습지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면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의 <습지와 인간>이라는 책을 읽어보시면 될 것입니다. 이번 여름휴가 때 시간이 있으시면 우리가 몰랐거나 잊어버리고 지내면서 많은 혜택을 받아온 습지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책을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우포늪에 오시면서 습지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하고 오시는 분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우포늪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포늪이 학교 교과서에 나온다는 얘기는 앞서 전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우포늪은 그 생태보전의 중요성으로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교재에도 나옵니다.

우포늪에 오시면 오랫동안 우포늪에서 활동해온 주영학 씨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우포늪 지킴이로 잘 알려진 그 분은 우포늪 인근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 누구보다 우포늪을 잘 아십니다. 우포늪에서 환경을 보호하며 제2의 인생을 고향에서 멋지게 살고 있습니다. 이분은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도 나옵니다. 수일 전 집에 가니 학교의 교지 편집위원이기도 한 중학교 3학년 아들이 "교지 편집 담당 학생들과 함께 우포늪에 가서 주영학 씨를 인터뷰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였습니다. 주영학 씨는 대대제방에 있었던 양수장에서 물을 관리하던 분의 자제이십니다. 젊어서는 대구에 있는 어느 직장에서 일하다가 20년 전 고향 우포늪으로 와 지금까지 현장을 누비면서 우포늪을 지켜오는 분이죠. 환경 분야에 대한 공로로 대통령상을 받았고 어느 출판사의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으니 그 교과서를 배우는 전국의 학생들이 알게 된 것입니다. 한번은 어느 중학교의 시험문제지에 '주영학 씨에 대해 맞는 것은?'이란 질문이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우포늪에는 이렇게 어린 시절 우포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우포늪 지킴이 활동이나 해설 등의 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공헌도 하고 멋있게 사는 분들이 계십니다. 우포늪에 오시면 우포늪의 지킴이나 해설사들을 만나보시고 현장 소리를 들어 보고 가셨으면 합니다.

자제가 학생인 방문객들의 경우, 우포늪을 지키는 분들을 만나 인터뷰하면 다가오는 여름방학 숙제도 하고 생태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직업 탐구도 될 것입니다. 한국의 다른 생태교육장도 찾아가 인터뷰한다면 나중에 정리하여 작은 책으로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포늪을 찾는 부모님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계속해서 관찰을 하며 감성을 키우면, 우포늪은 자제들을 위한 꿈의 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우포늪을 배경으로 하여 쓰인 것처럼.

/노용호(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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