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하성진·고은정 씨 부부

대학에서 만난 연인은 '캠퍼스 커플', 직장에서 만난 연인은 '사내 커플'. 그렇다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난 연인은 뭐라고 일컫는 게 좋을까. 어쨌든 하성진(37) 씨와 고은정(29) 씨가 만난 것은 지난 2003년. 대학 졸업생 성진 씨와 대학 신입생 은정 씨는 대형 가족 외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나이 차이가 커서 그랬나, 그냥 뭘 하든 다 예쁘게 보였지요. 뒤에 들었는데 아내는 저를 상당히 거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네요."

성진 씨는 은정 씨가 그저 예쁘고 귀여웠다. 일하는 모습이 야무진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당장 연애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귀여운 동생 대하듯 장난을 주고받고 농담 한마디씩 던지면서 지냈다. 그러면서 서로 힘겨운 아르바이트 생활 중에 활력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고 있었다.

"그냥 서로 편하게 지내면서 정이 들었나 봐요. 마음이 있었는지 저녁에 일을 마치고 술을 한 잔 했는데, 그냥 서로 마음이 통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사귀게 됐지요."

   

8살이면 적은 나이 차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늘 격의 없이 지내던 이들에게 나이를 따지는 게 오히려 새삼스러웠다. 둘 다 술 한 잔 마시는 것을 마다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더 죽이 맞았다. 성진 씨는 술에 의한, 술을 위한, 술 데이트라고 돌이켰다.

"데이트가 늘 술만 마시는 것 같아서 뭐를 같이 해보자고 뜻을 맞춘 게 당일 저녁 자가용을 타고 부산에서 경기도까지 가자는 것이었어요."

10년이 넘은 소형차 프라이드는 시속 90㎞ 내기가 버거웠다. 경기도에 사는 친구를 보러 가겠다고 호기롭게 출발한 성진 씨와 은정 씨는 고속도로 안에서만 10시간 넘게 보낸다. 우여곡절 끝에 새벽에 만난 친구와는 또 오랜만이라고 술 한 잔이었다. 피곤하게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기까지 10시간.

   

"당연히 미안하지요. 아무것도 모르고 함께 간 아내가 고맙지요. 그런데 그때는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 마냥 좋았을 때였어요."

30살이 되던 해, 성진 씨는 결혼 자체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일단 결혼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지내다가는 어쩐지 평생 정신 못 차리고 중심 없이 살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 결혼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옆에 있는 은정 씨였다. 은정 씨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이해하고 따뜻하게 받아주는 사람이었다. 예쁘고 착한 동생은 어느덧 믿음직한 동반자가 돼 있었다.

"사랑하지요. 어떤 면에서는 구원자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프러포즈는 투박했다. 성진 씨는 수저만 들고 오면 된다며 같이 살자고 말했다. 은정 씨는 받은 적이 없다는 프러포즈를 성진 씨는 그렇게 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물론 은정 씨가 그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벤트 없이 말로 때운 것을 프러포즈로 인정할 수 없을 뿐이었다.

"결혼하자는 말이 오가도 이벤트가 없으면 프러포즈가 아니더라고요. 아직도 뜯기고 삽니다."

하성진 씨와 고은정 씨는 2005년 12월에 결혼했다. 올해 결혼 7년차인 부부는 1남 1녀를 두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을 늘 믿고 옆에서 지켜봐 주는 점, 좀 우겨도 대부분 내 뜻을 받아들여 주는 점, 져 주기도 하는 점 등 그런 이해심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지금은 관계가 역전됐지만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15만 원을 주는 다세대 주택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아이가 또 일찍 태어나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도 많았다. 그래도 될 수 있으면 가진 만큼 그 안에서 만족하면서 살려고 애쓰다 보니 또 나름 행복하게 지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우리에게 했던 행동이나 마음이 조금 눈에 보여요. 철없는 자식 키운다고 애쓴 부모님께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해요. 이제 철이 조금 드나 보지요."

성진 씨는 서로 거짓 없이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가족을 꿈꾼다. 정말 친한 친구처럼…. 그리고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 작은 데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가정을 만들고 싶다.

"우리 가족이 늘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힘이 되는 사랑 가득한 가족. 살면서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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