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삼귀해안로의 여름밤…

‘내 주변 공간’ 하면 어떠한 곳이 떠오르세요?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는 특정한 공간이 존재합니다. 그 공간에는 사람들의 다양한 얘기와 풍경이 스며 있습니다. ‘공간 & 공감’은 <경남도민일보>가 지난 5월부터 매주 2회, 특정 공간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스케치하듯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연재기사입니다. <피플파워>에서도 ‘공간 속에 담긴 사람살이’를 독자들과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창원 두산중공업을 지나 삼귀해안로에 접어들자 차들이 일렬로 빼곡히 주차해 있다. 밤 12시를 향하는 시간임에도 가로등이 많지 않은 곳에는 차들이 오히려 늘어난다. 주차된 차량의 시동이 꺼졌지만, 사람은 내리지 않는다. 양쪽 창문이 반쯤 내려진 사이로 남녀의 작은 대화가 흘러나온다. 차량 DMB를 켜서 함께 보기도 한다.

   
사진 / 박민국 기자

마창대교 아래쪽으로 조금 더 향하면 가로등 밝은 곳을 중심으로 차 사이사이에 낚시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네 명의 중년 남녀는 한쪽에 텐트를 치고 낚싯대 두 개를 걸쳐놓은 채 술을 곁들이고 있다. 과거 이곳에 있었던 기차 모양의 커피숍에서 팥빙수 먹었던 얘기를 하고 있다.

“그때 올 때만 해도 우리도 젊은 축이었는데…. 이젠 그 집도 없고, 우리도 나이를 먹고….”

곳곳에 있는 횟집은 하나둘 불이 꺼지고 있다. ‘낚시 슈퍼’라고 이름 내건 곳은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다. 이곳에도 한두 해 전부터 커피전문점이 두어 곳 들어섰다. 밤늦은 시간에도 제법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다.

이런 속에서 옛 풍의 커피숍 겸 레스토랑 한 곳이 눈에 띈다. 이름이 ‘하늘다리’다.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석교마을 쪽에 또 다른 커피숍이 하나 있다. 이 커피숍은 한때 창원시 건축대상제 대상에 뽑힌 건물로 알려져 있다. 앞에 주차된 차량은 많지 않다.

삼삼오오 함께와 낚시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혼자인 사람도 적지 않다. 한 아저씨는 낚싯대를 걸쳐놓고 팔짱을 낀 채 시간을 낚는 듯 그렇게 서 있다. 바다 건너 마산 야경이 좋은 친구가 되는 듯하다. 또 다른 곳에서는 제각각 온 아저씨들이 간간이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여름이지만 밤 바닷바람이 제법 차다. 남자의 양복 윗도리를 걸치고 있는 여자는 남자에게 안기다시피 해서 걷고 있다. 남자가 “오늘은 물이 많이 들어왔네. 가득 차서 좋다”라고 하자 여자는 “나는 가득찬 게 싫은데. 곧 비게 될 거니까”라고 한다. 둘은 그렇게 자연스레 그들만의 대화를 이어간다.

또 다른 젊은 남녀가 함께 걷고 있다. 여자는 남자보다 반 발짝 정도 뒤에서 걷는다. 남자는 걷는 도중 팔이 여자 몸에 닿자 다시 조금 옆으로 떨어져 걷는다. 그런 모습이 몇 번 반복된다. 남자가 “마창대교 불이 켜져 있으면 더 멋있을 텐데…”라고 말을 꺼내자 여자는 살짝 미소로 답할 뿐이다. 둘의 대화가 아직은 어색해 보인다.

   
사진 / 박민국 기자

주차된 차량 가운데 노란색 오픈카가 눈에 들어온다. 지나가는 이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지만, 차에 앉은 두 남녀는 자신들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쪽에는 젊은 남녀 두 명이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다. 이들 주변에 낚싯대는 없다. 먹을거리라고는 캔 음료수밖에 없다. 이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달빛이 매우 밝다.

비릿한 바다 내음 사이로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다. 캠핑카 앞에서 세 명의 남녀가 고기를 구우며 이날 자리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리 돈 쓰는 것도 나쁘지 않네. 한 번씩 이렇게 바람도 쐬고 해야 충전도 되지.”

“그러게. 맨날 이렇게 지내면 얼마나 좋겠노.”

“맨날은 무슨. 이렇게 한 번 경험하고 그 기억으로 버티는 거지.”

   
사진 / 박민국 기자  

소주병이 꽤 쌓여간다.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대화는 꽤 흐려 간다. 그래도 얼굴에서 웃음은 가시지 않는다. 지금 추억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과거 추억을 꺼내는 이도 있어 보인다.

모자 쓴 한 남자는 시선을 바다 쪽에 고정하고 있다. 담배 한 대 꺼내 물고, 또 한 대, 또 한 대를 입에 댄다. 한동안 그렇게 있던 남자는 한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자신의 차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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