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분주한 사람들 고된 뒷모습…다급한 대리운전기사, 버린 물건 줍는 어르신

밤 10시 넘자 시내버스 타야 할 사람들 마음이 급해지는 듯하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조금 더 지나 밤 11시 즈음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놓치지 않고 막차를 맞이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도 있고, 뒤늦게 와서는 조금 기다리다 이내 택시로 향하는 이도 있다. 버스 끊긴 정류장은 술 취한 이들이 기약 없이 잠을 청하는 곳으로 변한다. 누군가에게는 담배 한 대 피울 수 있는 쉼표 같은 공간이 되기도 하고, 연인들의 소소한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한다.

주차할 곳 못 찾은 이들은 그 정도는 양해해 줄 것이라 믿는 듯, 건널목 도로변 중앙에 주차한다. 건널목 이용자들도 그 심정을 모르지 않는다는 듯 불편함을 감수한다. 낮에 택시들이 차지했던 백화점 앞 도로는 주차 차량으로 가득하다.

밤이 더 깊어지면 빨간불인데 지나는 사람·차량도 늘어난다. 오히려 녹색불 기다리는 보행자·운전자는 머쓱함을 감수해야 한다. 시내버스 끊긴 이후 지나는 택시들은 거리 사람들을 향해 경적 울리며 '여기 빈 택시 있소'를 알린다.

   
 

이발소에서는 사인볼이 밤늦게까지 돌아간다. 그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것인지, 영업은 안 하지만 홍보를 위해 밤새 돌리는 것인지, 또 다른 무엇을 하는 것인지는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다.술집 모여있는 거리에서는 '찹쌀떡~ 메밀묵~' 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나는 몇몇 여자들한테서는 방금 뿌린 듯한 향수 냄새가 짙게 난다. 밴 한 대가 선다. 여자 세 명 가운데 한 명만 내려 노래방 있는 건물로 들어간다. 밴 앞좌석에 앉은 여자는 차창 밖으로 머리 내밀고 기절한 듯이 자고 있다. 이 차는 또 어디론가 향한다. 편의점 안 인출기에서는 술냄새 짙은 남자가 1만 원짜리를 수북이 뽑아선 어디론가 향한다.

인적 드문 거리에서 스쳐 지나는 서로는 어색함 혹은 긴장감을 함께 나타낸다. 굳이 눈빛을 마주치지 않으려 시선을 딴 곳에 두며 지나친다. 주택가에서 앞서 걷는 여자를 발견한 남자는 아예 걸음을 늦추거나, 아니면 괜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앞질러 간다. 주택가 음식물쓰레기 버려진 전봇대는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린다. 그러다 밤을 보내기 위해 차량 밑으로 들어간다. 아침에 시동이 걸리기 전까지는 고양이들 공간이 된다.

   
 

한 남자는 버스 끊긴 시내버스정류장에 앉아있다.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하고 머리도 단정하다. 택시 잡으려고도 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치다. 작은 승합차가 도착하자 올라탄다. 승합차에는 '대리운전'이라고 적혀있다. 또 다른 남자도 깔끔한 모습을 하고서는 전화 통화하며 열심히 뛴다. 이 사람 역시 대리운전기사다. 고객과 길이 엇갈렸는지, 헐레벌떡이다. 그렇게 대리운전기사와 고객은 만났는데, 대리운전기사가 사과부터 한다. 손님은 더 미안해한다.

인적 드문 면 단위지역으로 간 대리운전기사들은 돌아오는 길이 걱정이다. 오가는 택시도 없다. 지나가는 차를 세워 얻어탈 수밖에 없다. 지나가는 차들은 어두컴컴한 곳에 남자 혼자 서 있으니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지나가 버린다. 다행히 고마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목적지에 도착해 담뱃값 하라며 3000원을 내밀지만, 태워준 사람은 받지 않는다. 서로에게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법하다.

대학가 술집이 밀집해 있는 노상에서 아주머니 두 명은 채소를 팔고 있다. 밤 12시 넘은 이 시간, 오가는 이들이라고는 젊은 사람들밖에 없다. 그래도 아주머니들은 마늘을 까고 채소를 다듬으며 잠잘 시간을 대신하고 있다.

빈상자 모으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은 밤에 나온 것들이 있는지 손수레를 힘겹게 끌며 동네를 누빈다. 밤거리는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공간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이어가는, 혹은 하루를 시작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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