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43) 거창군 도시건축과 전정규 도시개발담당

대형 사업 현장엔 언제나 그가 있다. 작달막한 키에 다부진 인상, 거침없는 말투에서 전형적인 야전형 공무원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거창군 도시건축과 도시개발 업무를 맡은 지방토목주사 전정규(52) 씨의 첫인상이다.

거창읍은 군 전체 인구 6만 5000여 명 가운데 65% 정도인 4만여 명이 밀집된 곳으로, 전국의 군 단위 지자체로서는 드물게 도시화 규모를 갖추고 있고 그만큼 민원의 종류와 성격도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요즘 거창읍을 관통하는 위천을 가로지르는 다섯 번째 다리인 '아림교' 가설과 접속도로개설공사 등이 포함된 '거창읍 소도읍 육성사업'으로 2년 넘게 시달리고 있다.

   
 

"62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이 사업은 거창읍의 강북과 강남을 원활하게 연결하는 사업으로 도시공간 재편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지만 역시 터 편입과 관련한 민원으로 우여곡절을 겪어 왔습니다. 다행히 최근 토지 소유자들에 오랜 설득이 주효해 보상문제 등을 매듭 짓고 공사 마무리를 앞당길 수 있게 됐습니다."

주민들을 만나고 현장을 살피느라 검게 그을은 그의 얼굴 가득 웃음이 번진다. 거창의 지역개발을 획기적으로 앞당기게 될 '거창 개발촉진지구 사업'도 그가 온 힘을 쏟는 과제이다. 거창읍 정장, 북상면 창선, 위천면 황산, 남상면 월평, 가조면 도리 등 4개 권역, 6개 단위사업에 오는 2019년까지 모두 372억을 투입하는 이 사업에 대해 그는 "앞으로 거창읍의 면모를 획기적으로 바꾸게 될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로서 이 사업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각오를 내비친다. 이와 함께 '거창읍 대동 로터리 조성사업'도 추진 중이다.

거창읍의 중심 상권인 대동리는 오래전부터 교통체증으로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도시환경을 해치는 애물단지가 되어 왔다.

그럼에도 주변 상인들의 현실적 이해관계와 예산 사정 때문에 지금까지 선뜻 개발사업에 착수할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민선 5기 들어서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추진하게 되었다. 220억 원을 들여 반지름이 40m에 이르는 대형 로터리를 조성하게 될 이 사업은 올해부터 국비를 비롯한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보상절차에 들어갔으며, 현재는 로터리 조성에 편입되는 일부 주변 상인들의 반대를 설득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근래에는 논란이 된 로터리에서 거창교를 연결하는 '아림로 특화거리 조성'과 관련해 주차 곤란에 따른 영업 피해를 걱정하는 주변 상인들의 항의를 설득하는 등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이 밖에도 64억여 원이 투입되는 13건의 도시계획도로 사업이 거창읍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언제 어떤 민원이 일어날지 몰라 한순간도 마음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없다.

그는 "도시계획사업은 사유재산 행사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공무원이 판단을 잘못하게 되면 도시발전 전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신중하고도 어렵다"며 "각종 도시개발은 사업장이 인구가 밀집된 시내이다 보니 군민이 일정부분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군민 전체가 감시자가 되기 때문에 집단민원을 비롯한 문제가 많이 따른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이들 대형 도시개발사업들은 무엇보다 담당 공무원의 추진의지와 예산확보가 관건으로 상대적으로 어려운 업무에 속하지만 그에 따른 수상 등의 성과 보상이나 동기부여는 거의 기대할 수 없는 분야라는 것이 공직사회 내부의 인식이다.

민원이 있는 곳에 그가 있고 골치 아픈 현장에는 언제나 그가 나타난다. 민원은 그 성격에 따라 맞춤식 해결 방법을 찾아 풀어가야 한다며 오늘도 민원성 자료를 한 아름 챙겨들고 현장으로 나가는 그는 천생 '현장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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