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사천강 하천기본계획부터 다시 세워야

꼭대기의 잎만 병들었다고 생각하고, 그 잎만 떼어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아닙니다, 줄기까지 썩었습니다. 더 들어가 보니 뿌리 한쪽이 썩고 있습니다. 어찌할까요? 잎만 떼어내고 돌아설까요? 아님 단호하게 썩은 반쪽 뿌리도 잘라내고, 남은 뿌리가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줘야 할까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귀하디 귀한 수달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천 단면적 축소로 범람이 우려되는 하천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개발공사 탓인 침수지역 확대가 보였습니다.

사천강과 가화천이 만나는 사천만을 보았습니다. 사천읍과 사천강, 남강댐 방류와 사천만 만조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천강 하천환경 정비사업' 관련해서 사전환경성 검토 수리·수문 문헌조사에서 '황강·사천강 하천기본계획, 1992년 5월'을 근거로 하천유출량, 하천유황, 홍수량 산정 및 빈도별 홍수량을 산정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20년 전의 하천기본계획으로 사업을 시행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과 관련해서 환경운동연합은 인제대학교 토목공학과 박재현 교수님께 조언을 구한 결과 아래와 같은 이유로 사천강 하천기본계획의 재수립이 시급함을 재확인하였습니다.

1. 도시화로 인한 주변지역의 변화 (사천제1, 2 일반산업단지, 사천외국인 투자지역, 사남농공단지에서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가 조성으로 토지이용 현황이 현격하게 변화되었음. 현재 공사 중인 항공우주테마공원, 조성계획 중인 사주·용당 도시개발사업 등).

2. 이러한 주변지역의 개발로 말미암아 유출량 증가, 강우량 증가에 따른 홍수량이 다시 산정되어야 한다.

3. 당시에는 없었던 남강댐 가화천 방수로 인해 유량유입 →사천만 해수면 상승 →주변 하천으로 홍수 가중.

4. 빈도별 홍수량을 50년에서 100~200년으로 상향하여 홍수 방어능력 강화.

지난 6월14일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사천시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각종 개발사업이 사천강의 홍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에 사천시는 개발에 앞서 재해 방지를 위한 대책부터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여 지난 6월21일 경상남도와 사천시에 사천강 하천환경 정비사업 즉각 중단, 사천강 하천기본계획 재수립, 전문가를 통한 사천강 현장조사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사천강. /김향진

경남도에서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하천기본계획 수립이 어렵고, 사천강 공사는 사천시 관할이라고 일축하였습니다. 정작 당사자인 사천시는 29일까지 회신을 부탁하였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답이 없습니다.

지난 6월21일 행정사무감사 보고에서 건설과 관계자는 사천강 하천정비사업과 관련해서 공사를 당일부터 재개한다는 사실과 함께 '환경단체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날 공사재개 여부를 확인하고자 현장에 갔습니다. 현장은 텅 비어 있었으며, 건설과에 전화하니 관계자가 현장에 나갔다고 합니다.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니 받지를 않습니다. 현장에는 없고 전화는 받지 않고.

지난 5월1일 사업시행과 함께 현재까지 건설과 관계자는 한 차례의 연락도 없었음에도 무작정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화를 해보기라도 하고 이런 말을 들었다면 억울하지도 않겠습니다. 행정 부서의 장으로서 정말 제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8년 12월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 방류에 따른 하류영향 조사 보고서'. 남강댐 방류에 따른 하류영향 조사용역 자문회의 의견 중에 아래와 같은 의견이 있었습니다.

1. 사천시 2020년 도시기본게획에 의하면 사천만 일원에 진사산업단지 등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 계획되어 있다. 따라서 제수문 방류 시 사천만 일원의 매립으로 예상되는 영향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함.

2. 과거에는 지방 2급 하천이 50년 빈도였으나, 현재는 80년 빈도 홍수위(홍수량)를 적용하므로, 이에 대한 통일적인 적용(남강댐 계획홍수량 200년, 사천강 계획홍수량 50년).

3. 사천만 일원의 하천정비기본계획 재수립.

현재 사천강 일원에서 항공우주테마공원 조성사업(총 면적 9만 7016㎡ / 100% 농경지)이 진행되고 있고, 사주용당 도시개발사업(총 면적 48만 4182㎡ 중 72%인 34만 8611㎡가 농경지)이 계획 중에 있습니다. 이 두 사업은 대부분 농경지인 곳을 개발하는 사업입니다. 예측건대 이 두 사업 탓에 불투수층의 증가로 강우량이 급격하게 유출량으로 전환되어 홍수로 말미암은 침수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해마다 강우량이 증가하고 있고, 국지성 호우나 대형 태풍 등 침수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기후현상들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지금 사천강 주변에는 호우 시 물을 담는 저류지 역할을 해온 농경지가 대폭 줄어들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남강댐 가화천 방류와 사천만 만조가 겹치는 시기에 폭우가 쏟아지기라도 한다면 위험천만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03년 창원시 마산지역에서 발생한 태풍 매미로 말미암은 피해도 폭우가 내린 시점과 바다의 만조 시기가 겹친 결과였음을 상기한다면 결코 남의 일이 아닐 수 있음을 걱정해야 합니다. 만일의 경우 사천읍 일대에서 물난리가 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과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볼 때, 사천강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중단하고, 예산 운운하지 말고 20년 전의 사천강 하천기본계획부터 재수립한 이후에, 사천강 지역에서 이뤄지는 개발사업 전체를 대상으로 한 사전재해영향평가와 홍수 피해 예측 시뮬레이션을 해야 합니다. 그런 연휴에 개발사업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성을 제시했음에도 공사를 강행한다면, 이후에 홍수로 말미암은 피해가 가중되었을 시에는 분명하게 경남도와 사천시 관계자들에게 그 책임을 명명백백하게 물을 것입니다.

사천시에서는 7월9일자로 정기인사를 단행한다고 합니다. 도민의 재산과 생명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탁상행정으로 일관함에 절대 넘겨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올 초 사천읍 한보 2차 아파트로 문학동아리 선배가 이사를 왔습니다.

'내 진주에서 살 때는 정말 몰랐는데, 여기 사천 오고부터는 글이 그냥 된다. 아침에 일어나 사천강 따라 수청까지 걸어갔다 내려오면 정말 꿈같이 왜가리며 백로가 보인다. 도시 주변에서 어디 새 보기가 쉽나. 그것도 많이 보인다. 가끔은 물고기가 뛰어오르고. 진주 가좌천만 봐도 하천 살린다고 하더니 콘크리트 처발라서 지금은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진아 근데 강에 공사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안 하더라. 제발 하천은 그대로 내버려두라고 해라, 응!'

무엇을 위한 공사이기에, 도대체 얼마나 다급하기에 장마철에 비까지 오는데 저렇게 덤프트럭과 굴착기로 사천강을 흙탕물로 만들면서 서두르는 것일까요?

지난 5월에 하천바닥을 뒤엎어 놓더니 어느새 물풀이 자랐습니다. 그리고 또 뒤엎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면 죽일 것 다 죽이고 나면 또 이렇게 물억새가 갯버들이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 서두름이 인간을 향한 마음이기를 정말 진짜로 믿고 싶습니다. 그 선배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말입니다.

/김향진(사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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