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신상하·배연주 부부

신상하(28) 씨와 배연주(27) 씨가 처음 만난 것은 2009년 4월. 상하 씨 친구와 연주 씨 친구가 두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서로 친구를 이어준 연인 역시 지금은 부부다. 상하 씨와 연주 씨는 고향이 대구다. 상하 씨는 2008년부터 창원에 있는 제조업체에 취직해 직장생활을 했다.

"첫날 대구 시내에서 소개받고 다음날 친구 커플과 경주에 놀러 갔어요. 처음 소개받았을 때는 서먹했는데 경주에 가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많다 보니 서로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얼큰한 음식을 좋아하고, 볼링을 좋아하는 것도 닮았다. 취향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고 대화도 잘 통하니 서로 인상이 좋게 남는 것은 당연했다. 헤어지기가 무섭게 상하 씨는 전화를 걸었다.

"직접 말하기는 그랬고 전화로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연주 씨도 선뜻 받아들이더라고요."

사는 지역으로만 따지면 대구 아가씨와 창원 총각 연애는 그렇게 시작됐다. 상하 씨는 '주말 커플' 생활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데이트는 주말에 주로 대구에서 했다. 연주 씨가 가끔 창원에 오는 일도 있었지만 대부분 상하 씨가 대구로 갔다. 데이트 시간은 걷는 시간이었다.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했어요. 가끔 시내에서 연주 씨 집까지도 걸어갔는데 2시간 정도 걸려요. 걷다가 배고프면 맛있는 것 먹고, 목 마르면 마시고, 영화도 보고…. 사실 차가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대구 신천대로, 망우공원에서 동촌으로 가는 강둑길 등이 주요 코스였다. 가는 길에는 군것질할 곳이 많아 그렇게 심심하지도 않았다. 이 '뚜벅이 커플'에게 차가 생긴 것은 지난해 3월. 차가 생기면 꼭 해봤으면 했던 여행이 국도 따라가는 강원도 코스였는데 당장 실행했다. 그리고 그동안 짐이 번거로워 가지 못했던 워터파크도 신나게 돌아다녔다. 그래도 상하 씨는 차 없을 때 버스 타고 다녔던 여행을 즐거운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해남 땅끝마을, 완도 등 차 없었을 때 먼거리 여행은 더 많이 갔던 것 같아요."

상하 씨와 연주 씨가 결혼을 생각한 것은 올해 들어서다. 많지 않은 나이지만 3년 남짓 연애를 하면서 서로 부모님도 자주 마주치게 되고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3월 상견례를 했는데 4월, 6월, 10월에 좋은 날짜가 나왔다. 4월은 너무 이르고, 10월은 너무 먼 것 같아 6월로 날을 정했다.

"서로 결혼을 언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저 사람과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양가에서 진행을 하니 일이 쉽게 풀린 것 같아요."

양가와 커플이 쉽게 생각한 결혼을 오히려 이르다고 생각한 것은 주변 사람들이었다. 상하 씨와 친한 형들은 결혼이 너무 이른 게 아니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왕 할 결혼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상하 씨 생각을 돌릴 정도는 아니었다. 상하 씨가 형보다 빨리 결혼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는데 막상 형제 사이에서는 아무 문제 될 게 없었다.

시원하게 추월을 허용한 쌍둥이 형이 해프닝을 일으킨 것은 막상 결혼 때였다. 물론 본인 뜻과는 전혀 상관없었지만….

"형이 축의금을 받는데 하객들이 많이 당황하더라고요. 신랑이 앉아서 축의금 받는가 해서…. 많이 닮았거든요. 아내도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는데, 지금이야 확실하게 구분하지요."

무난하게 결혼한 이 부부에게도 폭탄이 하나 있다. 상하 씨가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못한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미루다가 결국 결혼을 먼저 하게 됐다. 신혼여행 가서 가이드 도움을 받아 프러포즈를 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가장 큰 걱정이지요. 어쩔 수 없이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자주 선물 사주고, 비싼 가방도 사주고…."

3년 남짓 '주말 커플' 생활을 한 상하 씨는 연주 씨와 그저 한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주말에만 보다가 일상을 함께 보낸다는 게 '결혼'이고, 결혼이 지닌 의미였다.

"서로 친구처럼 묵혀두는 것 없이 늘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서로 챙겨주고 화목하며 행복한 모습을 나이 들어서까지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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