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6) 의령토속식품 전연수 대표

의령군 칠곡면 산남리 자굴산 자락 소박한 농촌 마을에 자리 잡은 의령토속식품. 작은 마당으로 들어서면 조금 위쪽 마당에 장독이 정갈하게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우리 전통 장류가 전연수(59) 대표의 손끝에서 자연과 함께 맛깔스럽게 숙성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드는 것은 된장과 간장, 메주, 청국장, 그리고 망개떡 등이다. 1992년 정부의 농촌여성 일감 갖기 사업에 지원한 것이 지금의 '의령토속식품'을 있게 했다.

"이 지역에선 콩 재배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콩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농촌진흥청 일감 갖기 사업에 2차 사업으로 장류 만들기를 지원했습니다.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간장과 된장을 만들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메주만을 만들어 백화점 등에서 판매했다. 그러다 이익이 더 되는 장을 만들게 됐다.

전 대표의 장류는 정성과 자연이 맛을 낸다. 해콩을 삶고 다져 메주를 빚고, 그 메주를 띄워 장을 담근다. 숯·대추·대구나 명태 등을 넣어 6개월간 발효 숙성시키고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고, 된장은 다른 장독에서 2개월가량 숙성한 후 판매한다.

감칠맛을 더욱 살리려고 대구나 명태를 넣는 것은 시어머니에게서 전수한 '맛'이다.

의령군 칠곡면 자굴산 자락서 의령토속식품을 운영하는 전연수 대표가 직접 담근 장을 숙성하는 장독을 살펴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망개떡에 눈을 돌린 것은 1994년. "지역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차별화해보자"는 의령군 농업기술센터의 추천 때문이었다. 전 대표의 하루는 새벽 2시에 시작한다. 모두 망개떡 때문이다. 새벽에 작업해 휴게소 등에 납품한다. 한때 서울지역 백화점에 납품했는데, 이때는 한밤중에 작업해야 했다.

하루 만들어내는 망개떡은 1000~2000개. 모두 전 대표가 혼자 만든다.

메주는 연간 4000㎏가량의 콩으로 만들고, 장은 2000㎏가량 생산한다. 메주를 만들 때는 마을 사람을 임시 고용해 같이 일한다.

지금은 망개떡이 의령토속식품의 주상품이지만,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의령군 농업기술센터에 있던 이경희 계장님이 꼭 망개떡을 해보라는 거예요. 사실, 처음에는 망개떡을 하기 싫었습니다. 떡 만드는 게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들잖아요. 하지만, 장류보다는 망개떡이 부가가치가 높다고 꼭 해보라는 권유에 결국 하게 됐죠. 그분 뒤를 이어 이영미 계장님도 저희를 도와주려고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이경희 계장님은 지금 함안에서 근무하고, 이영미 계장님은 명퇴하셨습니다."

전 대표가 하루 2000개씩 빚는 망개떡.

등을 떼밀리다시피 시작한 망개떡이지만, 전 대표는 절대 안주하지 않고 연구와 노력을 거듭했다.

"요즘은 웰빙이라며 너무 짜거나 달게 먹지 않잖아요. 그런데 망개떡은 팥소가 들어가다 보니 많이 달았습니다. 그래서 농업기술원이나 센터에 강의를 많이 다니는 영산대 권민경 교수와 같이 연구해서 망개 뿌리(토복령)를 고아서 조청을 만들어 팥소를 만드니 많이 달지 않게 됐습니다."

전 대표는 지난해 의령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농촌진흥청의 '굳지 않는 떡' 기술을 전수했다.

멥쌀 떡의 큰 단점은 12시간가량 지나면 굳어버린다는 것. 그래서 택배 판매 등의 애로가 많았다. 하지만, 전 대표가 한기정 박사에게서 전수한 기술은 떡 만드는 과정에서의 온도와 펀칭 조절로 다른 첨가물 없이도 떡이 오랫동안 굳지 않고 말랑말랑하게 유지된다.

의령토속식품 제품의 특징 중 하나는 포장 단위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망개떡은 4개, 15개, 30개, 60개 포장으로 판매한다. 고객들이 부담없이 손쉽게 구매해서 먹을 수 있도록 4개짜리 소포장을 만들었다. 이 소포장 망개떡이 인기를 끌고 있다. 된장도 500g, 간장도 0.2L짜리부터 있다.

굳지 않는 망개떡, 소포장 등 새로운 도전으로 망개떡 인기가 높아지지만, 제품을 믿고 꾸준히 구매하는 고정고객들 때문에 장류 만들기를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전체 매출 중 비중은 망개떡이 3분의 2가량, 장류가 3분의 1가량이다.

전 대표는 소포장 망개떡으로 2002년 세계농업기술인상 여성농업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또, 2007년 농업인의 날 국무총리상, 같은 해 농촌진흥청의 여성스타상을 받기도 했다.

"저는 특별히 한 게 없어요. 기술적인 도움을 주위에서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한 게 있다면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라는 대로, 전문가들이 하라는 대로 열심히 따라 한 것뿐입니다. 고마운 분들이 참 많습니다."

제품 구입 문의 www.tosog.com(전화 055-572-3718).

<추천 이유>

△최용원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생활자원담당 = 전연수 대표는 정갈한 장독항아리와 소박한 농촌전경이 잘 어우러진 전형적인 농촌 환경에서 농촌여성 일감갖기 사업으로 장류사업에 매진해 지역 명품화를 일구어 냈습니다. 또, 오랫동안의 집념과 피나는 노력으로 맛과 멋, 향을 고루 갖춘 명품 자굴산망개떡을 개발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국 강소농 핵심 모델로 많은 농가에게 꿈과 희망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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