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변용 가능한 블랙박스 형태…젊은 예술가 '끼' 펼칠 기회 제공도

경남은행이 최근 본사 사옥 내 지하 대강당을 리모델링한다. 아직은 구체적인 실행보다 사례 조사를 통한 알맞은 모델을 찾는 단계. 경남은행 측은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사원 회합은 물론, 공연, 영화 상영 등이 가능한 복합시설 구비로 도내 메세나 선도 기업으로서 문화예술 부흥을 이끌 새로운 동력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몇 가지 사례 분석을 통해 이번 강당 리모델링의 바람직한 방향과 기대 효과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경남은행의 적극적 문화마케팅

경남은행은 박영빈 은행장 취임 이후 본격적인 문화마케팅으로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경남메세나협의회를 통해 도내 메세나 결연 사업을 주도함과 동시에 은행 내 갤러리 설립, 연극·음악 공연, 영화 상영 행사를 꾸준히 열어 도민과 소통 창구를 많이 넓힌 덕택이다.

지난해 4월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를 보고자 경남은행 지하 대강당을 가득 메운 지역 주민들. /경남은행

강당 리모델링 계획은 문화마케팅을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 사업을 총괄하는 경남은행 방신용 총무부장은 "강당은 지역 문화예술 부흥 차원에서 공연장 형태로 리모델링될 계획"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경남은행 측은 창원 성산아트홀과 3·15 아트센터 소극장, 울산의 한 공연장을 견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은 리모델링 방안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다는 계획이다.

사옥 내 공연장 조성 사례

경남은행이 구상하는 것과 같은 사옥 내 공연장 사례로는 LIG손해보험이 대표적이다. LIG는 지난 2006년 서울 테헤란로 본사 사옥 지하에 'LIG아트홀'을 만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부산 범일동 사옥 3층에 'LIG아트홀 부산'을 만들었다.

이 둘은 LIG손해보험이 본격적인 기업 메세나 활동을 위해 설립한 것이다. 서울 'LIG아트홀'은 연간 약 25개 기획공연과 5개 예술교육 프로그램, 10개 대관공연들을 소화하며 지역사회 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지난 4월 개관 1주년을 맞은 'LIG아트홀 부산'은 현대 무용, 재즈 시리즈 등 지역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예술 장르들을 유치해 선보임으로써 많은 고정 관객을 확보했다.

특히 'LIG아트홀 부산'은 블랙박스 극장 형태로서, 300여 석 가운데 150석의 고정 객석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가변 좌석으로 만들어 무대를 자유자재로 변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음악, 연극, 무용과 함께 강연 및 영화 상영 심지어 패션쇼까지 열 수 있는 전천후 구조라 활용 가치가 높다.

도내에는 아직 이러한 블랙박스 극장 시설이 없다. 공연장은 아니지만, 도내에선 대우조선해양이 거제 옥포 오션플라자에 작은 영화관을 만들어 사옥 내로 문화예술을 끌어들였다.

대우조선해양이 시민 복지 차원에서 만든 이 영화관은 직원 외에도 거제 시민 누구나 단돈 2000원에 최신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형태의 메세나도 가능

극장 형태도 형태지만, LIG아트홀이 선보이는 프로그램 역시 눈길을 끈다. LIG아트홀은 미래 동량이 될 젊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무대를 꾸민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젊은 예술가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난해하지만 실험적인 공연들을 무대에 자주 올려 문화저변의 확대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번 강당 리모델링 역시 예총, 민예총 등 기성 전업예술단체와 기업 간 결연이 중심이 된 현재의 경남메세나 운용 폭을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도내에는 연극, 무용, 음악 외에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록 밴드, 재즈 밴드 등 기성 예술인 집단에 속하지 않은 예술가도 많다. 경남은행이 강당 리모델링을 통해 충만한 끼가 있음에도 펼칠 돈과 공간이 없는 이들이 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용한다면, 이는 기존과 또 다른 메세나의 한 형태가 구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과 문화, 시민 잇는 촉매제 될 수도

경남은행 강당 리모델링은 몇 해 전부터 굳게 닫힌 창원 공단 '공장 내 공연장' 문을 열 수 있는 계기로도 기대를 모은다. 창원 내에는 500~1000석 규모의 강당형 공연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 창원 1·2공장, 동환산업 내 공연장, 두산엔진, STX중앙동 사옥, 볼보, 삼성테크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LG전자 창원 1공장 내 공연장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고3수험생을 위한 청소년 음악회'를 매년 열었고, 삼성테크윈은 사내 직원들이 참여하는 뮤지컬을 만들어 공연을 하기도 했다. 동환산업은 최고급 그랜드 피아노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공연장은 창원시향의 '찾아가는 음악회' 등을 통해 몇 차례 개방했다가 현재는 대부분 공장 내부 행사용으로만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학에서 메세나 관련 과목을 가르치는 안병삼 창원시향 단무장은 이들 공연장에 대해 "시설이 썩 좋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규모가 크고, 시설이 여느 전문 공연장 못지않아 다양한 형태의 공연이 가능하다"면서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공연장을 자주 개방해서 시민들이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도내 메세나 주도 기업인 경남은행의 강당 리모델링이 몇몇 공장에 자극제가 된다면, 기업과 시민이 문화로 더욱 가까워지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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