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 부림동 시골집칼국수

시골집칼국수 주인 내외는 풋풋했다. 어떻게든 음식을 예쁘게 포장하고, 없는 말도 쉽게 만들어 내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잘나고 반듯하고 요란하게 꾸민 사람들보다 더 눈길이 가고 기억에 많이 남았다.

시골집칼국수는 들깨칼국수, 바지락 수제비, 산채비빔밥 등을 판다. 이름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고 한마디로 소박하다.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살기는 편해졌지만 아날로그가 일상이던 그때가 그립다. 음식도 울긋불긋 화려한 것보다는 소박한 밥상이 좋다.

영문학을 전공한 정성호(59) 씨와 행정학을 전공한 진대업(58)씨는 3년 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동에 칼국수 집을 차렸다.

복스러운 얼굴을 가진 진대업 씨는 함양에서 태어났다. 결혼과 동시에 살림에 전념하게 된 그는 음식을 곧잘 했고, 음식을 맛본 사람들은 그의 음식을 '시골스럽다'고 표현했다.

멸치·청어·들깻가루 등을 넣은 국물은 육수를 보는 듯 색이 뽀얗고 들깨 특유의 고소한 향이 코끝을 유혹했다. /김구연 기자

정성호 씨는 외국계회사와 영어학원에서 일했다. 지금도 짬짬이 학생들을 가르친다. 아내가 요리를 하면 그는 서빙을 한다. 기자가 묻는 말에 아내가 엉뚱한 대답이라도 하면 "그게 아니고"라며 그가 옆에서 거든다. 찰떡궁합이 따로 없다.종가는 아니었지만 제사가 유난히 많았다.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은 그가 담당했고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뚝딱 나물을 만들어내곤 했다. 고기를 싫어하던 터라 음식을 차리면 유난히 채소가 많았고, 조리법도 자연 상태에 가까운 것을 선호했다. 진대업 씨는 "소박하게 차려내고, 집에서 먹는 것처럼 하자"는 마음으로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시골집칼국수 주인 내외만큼이나 음식도 풋풋할까? 소위 잘나간다는 들깨칼국수와 산채비빔밥, 만두, 파전 등을 맛보기로 했다.

칼국수는 잘 알려진 대로 칼로 썬 국수를 말한다. 국수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면발을 손으로 여러 번 늘려 가늘게 뽑는 납면, 바가지 같은 도구에 구멍을 뚫어 반죽을 밀어내는 압착면, 그리고 칼국수로 나뉜다.

   
 

들깨는 예전 사람들이 먹을거리가 없을 때 찾았다곤 하지만 사실은 보약을 먹은 거나 다름없다. 오메가3과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관의 노화를 방지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한다. 요즘은 중국에서 껍질을 벗기고 빻은 하얀 들깻가루가 수입돼 들깨 특유의 구수하고 고소한 맛이 덜하긴 하다.

진대업 씨가 만든 들깨칼국수는 숟가락으로 국물을 떴을 때 흘러내릴 정도로 농도가 묽었다. 멸치·청어·들깻가루 등을 넣은 국물은 마치 육수를 보는 듯 색이 뽀얗고 들깨 특유의 고소한 향이 코끝을 유혹했다.

이유식을 먹듯 부드러움이 혀를 노크하더니 금세 이불로 변해 혀를 감싸기 시작했다. 혀로 이불을 젖히니 고소함이 밀물처럼 들어온다. 곱디고운 들깨가 입안에서 맴돌더니 목구멍으로 스르르 넘어간다. 한 젓가락 후루룩 넘기니 어릴 적 먹던 들깨칼국수가 생각나 옛 추억에 스르륵 잠겨버렸다.

나물은 손맛이다. '삶고', '데치고', '무치고'를 잘해야 사각사각 씹히는 맛과 특유의 향이 살아 있다. 취나물, 고사리, 호박, 콩나물 등을 밥과 함께 젓가락으로 슬슬 비벼 한 줌 먹었다.

나물 하나는 곧잘 무친다는 진 씨의 말이 예사롭지 않았다.

나물은 각자의 색깔이 흐트러지지 않은 채 저마다 개성을 녹여 비빔밥이라는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었다. 산채비빔밥 국물은 경상도식 탕국이었다.

파전은 메밀가루가 들어가서 바삭바삭한 질감은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부드러웠고 만두는 쫄깃한 피와 만두소가 한데 어울려 씹히는 맛이 좋았다.

시골집칼국수는 옛날 시골집 같았다. 활짝 열린 문은 활짝 열린 마당이고 정성호·진대업 씨가 내놓은 음식은 밖에 나가 노는 어린 손자·손녀들이 돌아오면 내놓은 맛있는 저녁이었다. 도시에 살다 오랜만에 시골집에 가면 그만큼 정겹고 가슴 설레는 일이 있을까. 시골집칼국수가 그러했다.

<들깨의 효능>

들깨는 뇌 신경기능을 촉진시켜주는 DHA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매우 유익하다.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에 노인들도 꾸준히 섭취하면 좋다.

또한 들깨는 콜레스테롤이 우리 몸속에 쌓이는 것을 예방하고 비타민 E와 비타민 F도 많이 들어 있어 피부를 촉촉하게 한다.

들깨는 구입할 때 원산지 표기만 믿지 말고 직접 국내산인지 외국산인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낟알의 크기가 고르고 갈색이 선명하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다.

실온에서는 그늘진 장소에서 신문지 등의 종이에 담아 보관한다. 장기보관시에는 냉동보관을 하는데 30일 이상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들깨칼국수 6000원 △들깨수제비 6000원 △왕만두 6000원 △메밀해물파전 1만 원.

◇위치 :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동 11-2번지. 055-242-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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