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54) 꽃은 정치이고 권력이다

◇이승기 <더킹투하츠> 비련의 꽃 = 이승기 하지원 조정석이 나온 드라마 <더킹투하츠>를 볼 때마다 왕실 공식 꽃이 무슨 꽃일까, 나라꽃 무궁화일까, 아님 다른 꽃일까, 궁금한 분이 계실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아도 찾기 어려운 꽃은 바로 조선과 대한제국의 꽃 오얏꽃이다. 요즘 한창 맛있게 먹는 자두꽃이라고 하면 '아~하~' 할게다. 이성계의 후손 전주 이(李)씨 한자를 오얏 리라고 하는데 오얏이 무얼까 하고 궁금해도 쉽게 알 수가 없고 그냥 자두라고만 알려져 있다.

◇고종 황제의 꽃 오얏 = 고종 황제의 관복에 새겨진 오얏은 2012년 이승기의 황제 관복에도 똑같이 오얏 문양으로 새겨진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99.9%는 그 꽃이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꽃 오얏꽃인 줄 모른다. 전주 이씨, 오얏 이씨, 조선과 대한제국의 꽃 오얏이 이제는 표준어도 아닌 죽은 말(死語)과 고어(古語)가 되어 틀린 말이 되는 치욕을 맛본다. 그 치욕도 잠시 지금은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잊혀 버렸다.

오얏을 공식 꽃으로 쓴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 관복 곳곳에 오얏 문양이 보인다.

◇오얏과 벚꽃 그리고 국화 = 오얏꽃을 죽여버린 꽃은 바로 일본 벚꽃과 국화이다. 일본 국민의 꽃 사쿠라와 일본 왕실의 공식 꽃 국화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에 제대로 뿌리를 내렸다. 일본 제국주의가 망해버린 조선 창경원에 심은 사쿠라와 식민지 조선의 해군기지 진해에 심은 사쿠라는 여전히 대표적인 대한민국 봄축제로 살아남아 이 나라 황국신민의 맘을 흔들고 있다. 왕벚꽃 원산지는 대한민국 제주도라며 애써 자위하며 꽃이 무슨 죄가 있나며 벚꽃 축제를 즐긴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친일이냐 아니냐를 두고 말이 많지만 일본 왕실의 공식 꽃은 국화가 맞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깃발 욱일기는 햇살이 아니고 국화 꽃잎 16개다. 일본 여권 표지 모델 국화는 일본 백성은 일본 천황의 백성이라는 뜻이다. 일본 여권 표지 꽃잎도 16개다. 우리가 애써 매란국죽을 들먹이며 국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국화는 일본 왕실의 공식 꽃이다.

◇미국과 기독교 = 일제가 물러나고 영어로 된 것은 모두 최고가 되고 미국과 기독교는 이 땅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해방된 지 50년도 지나지 않아 장미는 대한민국 국민 둘 중 하나가 좋아하는 꽃이 되었다. 해방 되고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대한민국은 어버이날을 정하면서 이 나라에서 나지도 않는 카네이션이란 꽃을 어버이날 꽃으로 정했다.

보이스카우트는 성모 마리아의 꽃 백합을 가슴에 달았고 해마다 대한민국 국민은 예수님의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가슴에 달고 불우 이웃을 생각했다.

2000년대가 되면서 연꽃 꽃상여 타고 극락왕생하던 대한민국 사람들이 어느 순간 국화꽃 향기를 맡으며 천당을 가도록 상조회사와 영안실이 모두 국화꽃을 준비해 준다. 지난 100년간 꽃이 바로 정치고 권력이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꽃의 정치다.

이승기·하지원이 출연한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 이승기가 입은 관복 옷깃의 오얏 문양이 눈에 띈다. /MBC

◇신라시대 정치의 꽃 모란 = 선덕여왕은 당나라에서 보낸 모란꽃 그림을 보고 모란꽃에는 향기가 없다고 했다. 선덕여왕과 신하들이 축농증이 심한 환자가 아니고서는 모란꽃 그 진하고 그윽한 향기를 못 맡을 이유가 없다. 모란꽃에 나비가 없는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힘 센 나라 중국. 중국에서도 가장 힘센 왕 당나라 당태종 이세민을 빗댄 것이다. 꽃 중의 꽃 화왕(花王)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꽃 모란은 당나라와 당태종 이세민을 의미하고 벌과 나비는 중국 옆에서 살고 있는 신라 같은 작은 나라를 말한다. 제 아무리 예쁘고 향기로운 꽃이라도 국제 관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도 향기가 있어야 매력있는 사람이듯이 나라도 향기가 있어야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다는 선덕여왕의 모란 이야기는 천년 묵은 향기다.

◇재스민 혁명과 수국 혁명 = 중동 아랍 재스민 혁명으로 세계 질서가 바뀌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수국혁명으로 에너지에 대한 세상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꽃은 세상의 잣대이고 상징이다. 꽃은 정치이고 권력이다. 김영랑은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라며 기다린다고 했다. 우리는 이제 어떤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는가.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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