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전화도 없이 집에 찾아왔다. 신랑과 싸웠다는 것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 않던가. 둘 사이의 문제는 둘이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적당히 들어주고 달래서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에, 이왕 왔으니 이야기나 해보라고, 다 들어주겠다고 했다. 근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신랑이 평소에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 심지어 폭행까지 일삼아왔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요즘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냐고, 어떻게 아내한테 그런 행동들을 할 수가 있냐고, 이야기를 듣다보니 신랑의 가정환경 탓이 커 보였다.

친구 신랑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맞고 사는 어머니를 보고 자랐다고 한다. 엄마를 무시하고 욕하고 때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를 너무너무 증오하고 미워했다고 한다. 자기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데 신랑은 평소엔 그러지 않다가 술만 마시면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보였다. 부모가 말렸지만 소용 없었다고 한다. 아빠도 엄마 때렸지 않냐고 하면서 오히려 대들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자식에게 부모가 무슨 할 말이 있었을까.

친구를 달래 돌려보내고 난 뒤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정말 막중한 책임감마저 들었다. 올바른 가정환경에서 자라야 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오랜 시간 많은 것을 투자해야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와도 같다.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돌봐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 할 만큼 부모의 말과 행동, 생활습관, 교양, 지식이 그대로 아이에게 반영된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이면 부모에게 책임이 있고,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가 밝고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면 부모는 모범적으로 그런 모습을 자주 노출시키고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날이면 날마다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결국 교육의 문제로 귀착되고, 또 그 원인은 가정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가정보다 더 중요한 학교는 없고 부모보다 더 영향력이 큰 교사는 없다. 가정교육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부부 간의 신뢰와 믿음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세상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가르침과 사랑을 주어야 하고 아이들은 사랑을 받아야한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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