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박경우(31)·이고은(30) 부부

박경우(31) 씨와 이고은(30) 씨가 만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친구들과 술 한잔하러 간 자리에서 경우 씨는 일행과 원래 아는 사이였던 고은 씨를 만나 합석하게 된다.

"의경 하다가 제대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제대하고 여자랑 같이 술 마신 게 처음이라서 제가 마음이 쉽게 움직였나 봐요."

제대한 지 얼마 안 돼서 눈이 낮은 상태였다? 심드렁한 것처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경우 씨와 고은 씨가 결혼한 것은 지난 5월, 연애 기간만 7년 가까이 된다. 상대적으로 눈이 낮은 상태에서 만나 7년을 연애하고 결혼한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시원시원한 성격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주눅이 들지 않고 먼저 한 잔 하자고 제안하기도 하고…. 물론 얼굴도 예뻤고요. 제가 무조건 사귀자고 했지요."

   
 

경우 씨는 처음 만난 술자리에서 고은 씨에게 전화번호를 받는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계속 연락하면서 집에도 찾아가며 사귀자고 제안한다. 처음에 머뭇거렸던 고은 씨도 경우 씨 마음을 받아들인다. 통영이 고향인 경우 씨는 제대 후 직장을 구하고자 마산에 왔다. 원래 마산이 고향인 고은 씨는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회생활만 따지면 고은 씨가 선배였던 셈이다. 데이트는 평범하게 진행됐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만나고, 만나면 영화 보고 술 마시고 그랬어요. 평범한 데이트였지요. 처음에는 제가 매달릴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는 아내가 저를 먼저 보자고 하는 식으로 바뀌더라고요. 데이트가 특별한 것은 없고 제대하고 처음 만난 여자와 결혼한 게 특별한 것 같아요."

짧지 않은 연애 기간이다. 경우 씨는 좀 더 일찍 결혼하고 싶었지만, 고은 씨는 그렇게 서두르지 않았다. 경우 씨를 검증(?)할 시간도 필요했고, 미혼인 오빠도 있었다. 하지만, 경우 씨는 그런 이유보다 고은 씨가 더 자유롭게 놀고 싶어서 결혼을 미뤘다고 '추정'한다.

"자기가 결혼하고 싶었으면 그런 것 때문에 미루지 않았겠지요. 더 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서른 되니까 더 미루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리고 그럴 계기도 있었고요."

경우 씨는 지난해 디스크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부산에서 입원한 경우 씨를 고은 씨는 틈만 나면 찾아와 병시중을 했다. 경우 씨는 가까이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부쩍 하게 됐다.

"오래 사귀다 보니 멀리 놀러 간 적도 몇 번 있었지요. 그런데 피곤해서 먼저 잠이 든 모습을 보면 그냥 내가 먹여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병원에 있으면서 더 강해졌지요. 그리고 병원에서 할 일이 없으니까 스마트폰으로 프러포즈 멋지게 하는 방법을 검색하게 되더라고요."

   
 

경우 씨는 굳이 서울에서 이벤트로 유명한 카페를 찾아내 프러포즈를 준비했다. 고은 씨에게는 집안 어른 만나러 간다고 속였다. 평범한 카페와 달리 그 카페는 겉은 일반 오피스텔처럼 돼 있어 고은 씨도 쉽게 속았다. 하지만, 문을 열자 깜짝 이벤트가 준비돼 있었다. 감동한 고은 씨는 눈물을 보이며 경우 씨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

"결혼 2개월 정도 됐는데 늘 가족 같아요. 항상 옆에 있었으니까.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보다 그냥 반쪽 같아요. 가족이라는 느낌이 좋고, 혼자 뭘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좋아요. 물론 신비감 같은 것은 없지만 늘 든든한 기분이 좋네요."

부부는 자녀 계획을 2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고 내년쯤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결혼하고 한 해 정도는 조금 자유롭게 보내고 싶다는 게 고은 씨 생각이다.

"아내가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편이에요. 운동 부족으로 아플까 봐 늘 걱정이 돼요. 나중에 시간 맞춰서 함께 운동도 많이 다니고 늘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결혼 전에 디스크로 고생했던 경우 씨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건강이었다. 가족 모두 몸과 마음이 튼튼하고 늘 긍정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 새내기 가장이 그리는 행복한 가정 모습이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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