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5) 하동 정옥다슬기 추호진 대표

"이번에 소개할 강소농은 다슬기 사육 농가가 어떨까요? 아주 열심히 연구하고 일하는 젊은 농민이 하동에 있습니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석정태 지도관의 제의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다슬기? 다슬기가 농업인가?'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슬기는 농산물도 아니고 축산물도 아닌데 어떻게 농민이고 강소농일까. 그런데 이 '농민'은 도농기원의 강소농 우수사례 책자에도 실려 있었다.

하동군 농업기술센터 백성수 천부농만부촌 담당은 "다슬기 하나를 보면 수산물이라 하겠지만, 정옥다슬기 추호진 대표가 생산하는 것은 녹차를 이용해 가공한 벤처농산물이므로 농업기술센터에서 관장한다"고 소개했다. 지난 주말, 수산물을 이용해 부농을 꿈꾸는 하동 정옥다슬기 추호진 대표를 만났다.

항상 긍정의 에너지로 하동군 양보면에서 농촌을 지키고 있는 정옥다슬기 추호진(34)·양은영(32) 대표 부부.

정옥다슬기는 생다슬기·다슬기국·다슬기장·다슬기진액·다슬기환 등을 가공·판매한다. 추 대표 어머니의 손맛으로 개발한 다슬기장은 특허출원까지 했다. 지난해 농업소득은 1억 3000만 원. 올해는 2억 5000만~3억 원을 목표로 한다.

정옥다슬기 추호진(오른쪽)·양은영 부부가 다슬기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직접 개발한 장비를 선보이며 웃고 있다. /김구연 기자

추 대표는 다슬기 사육을 하지만, 이는 '가공용'이 아니다. 가공용 다슬기는 전량 수매한다. 키우는 것은 방류용이다.

정옥다슬기의 사업 부문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주 수입원인 다슬기 가공·판매이고, 다른 하나는 다슬기를 키워 자치단체 등에 방류용으로 판매한다.

"다슬기는 난태생이라 새끼를 낳습니다. 봄에 다슬기를 잡아와서 출산을 유도, 어미 다슬기는 강으로 돌려보내고 새끼를 이곳에서 키웁니다. 방류용 다슬기 수익은 전체의 10%도 안 되지만, 자연과 농촌을 살리려면 꼭 필요한 일입니다. 다슬기는 천연기념물인 반딧불이 유충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강에 다슬기가 많아지면 자연히 반딧불이도 많아지겠죠."

추 대표는 농촌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도 다슬기 방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슬기를 방류하면 마을 어르신들의 수익원이 됩니다. 어르신들이 잡아온 다슬기를 사들여서 가공식품을 만드니까요. 또, 일부 어르신은 저희 작업장에서 다슬기 까는 일을 하니 또 다른 수익원이 되죠. 다슬기와 농업소재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 더 나은 부가가치를 제공합니다."

추 대표는 서울 토박이인 양은영 씨를 만나 서울에서 결혼해 한동안 살았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다 귀향을 결심했다.

"아내가 귀촌을 적극 찬성했습니다. 당시 어머니가 2번이나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아내에게 '그동안 아들 낳아 산 것만큼 자랑스러운 게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프니 딸이 참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답니다. 그 말을 듣고 아내가 자신이 딸이 돼서 살겠다고 결심했답니다. 그래서 고향으로 와서 어머니 모시고 사는 것을 저보다 더 바란 것이었죠."

'정옥다슬기'는 추 대표 어머니의 이름(박정옥)에서 따왔다. 추 대표 부부의 효심이 이들을 하동으로 오게 했고, '정옥다슬기'를 탄생시켰다. 어머니의 건강도 되찾았다.

식품 관련 일을 하고 싶어 처음에는 매실 가공업체에서 2년간 일하면서 배웠다. 하지만, 곧 매실을 키우고 가공하려면 땅 임차 등에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닫고 고민에 빠졌다.

"어느 날, 어릴 때 냇가에서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냇가는 누구나 주인이 된다는 생각에 거기에서 아이템을 찾자 싶었습니다."

연구용으로 농가서 키우고 있는 다슬기.

다슬기를 키운 지 3년째. 1년차 때는 엄청나게 실패했다. 그리고 지난해는 설비를 개발, 다슬기 생존율이 높아지고 사업이 확대됐으며, 3년차인 올해는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기술특허를 내고자 변리사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으며, 다슬기장은 특허출원을 했다.

"어머니의 손맛으로 탄생한 다슬기장은 간장게장과 비슷한 것으로, 완전 밥도둑입니다. 없어서 못 팔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참 좋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다슬기 습성을 연구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처음부터 과제였다. 추 대표의 열정은 각종 설비 개발로 이어졌다.

"물에 산소 농도가 어느 정도 돼야 하고, 또 흐르는 물에서 다슬기를 키워야 합니다. 그걸 한 번에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제가 개발한 기계입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하나의 기계로 물을 흡입해 공기와 함께 나갈 수 있도록 고안, 이곳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장비입니다."

전문성 향상을 위해 지역연구기관인 하동녹차연구소와 연계해 지식경제부 주관 지역기반육성기술개발사업(R&D)을 수행, 약 1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는 가족들이 일했지만, 올해 정옥다슬기는 새 식구를 4명이나 들였다. 농업기술센터가 시행하는 귀농 농업인 인턴제를 통해 추 대표 농장에서 일을 배우는 예비 귀농인도 있다.

"모패 확보가 제일 힘듭니다. 어미가 될 다슬기를 채취하려면 3월 초순 물에 들어가서 다슬기를 하나하나 주워야 합니다. 그때는 물이 너무 차갑습니다. 또 다슬기 습성상 이때는 물이 깊은 곳에 있습니다. 잠시만 물에 들어가 있어도 얼어 죽을 것만 같습니다."

하동 정옥다슬기 추호진 대표.

더 쉽게 다슬기를 채취하는 방법이 없을까. 추 대표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채취 허가를 받으면 도구를 이용할 수 있어 다슬기를 더 많이 채취해 더 많이 방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에 건의했으나 특혜 시비 등의 우려로 허가받지 못했습니다. 다슬기를 채취해 시장에 내다 팔겠다는 게 아니고, 새끼를 키워 다시 강에 방류하겠다는 건데 참 아쉽습니다. 자연을 살리고 인근 농민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줄 수 있는 일인데…."

올해 추 대표는 향토 사업을 기반으로 지리적 표시 등을 통해 공동브랜드화를 실현하고자 하고 있다.

"2015년까지는 꼭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귀농하면서 아내에게 막연히 평생 고생하라고 할 수 없잖습니까. 그래서 35살까지만 함께 완전 연소하듯 목숨 걸고 일해보자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하루하루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정옥다슬기의 여러 제품은 www.agyang.co.kr(전화 055-882-7465)에서 구입할 수 있다.

<추천 이유>

△백성수 하동군농업기술센터 천부농만부촌 담당 = 정옥다슬기 대표 추호진 씨는 2008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하동으로 귀향하면서 평소 관심을 갖고 생각해오던 벤처농업의 생산·가공·유통산업에 과감히 뛰어든 성공한 농업 CEO입니다.

활력이 넘치는 지역 농업·농촌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추 대표는 강소농 핵심 모델로 젊은 농업인들의 귀감이 되고 우리의 농업·농촌을 이끌어갈 든든한 재목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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