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자치단체 사이버 민원세상

각종 민원을 제기할 때 각 시·군·구청까지 발품 파는 이들이 여전히 없지는 않다. 그래도 이제 많은 이들은 각 자치단체 인터넷 홈페이지를 적극 활용한다. 그 안에는 저마다 답답한 사연이 녹아있다. 때로는 억지스러운 내용도 있고, 혹은 칭찬이나 제안 같은 것들도 많다. 사이버 민원 세상을 들여다봤다.

양산시 한 동네에 모텔촌이 형성돼 있어 주민 불만이 많은 듯하다. 이에 심 모 씨는 이색적인 해결책을 던진다. "모텔이라면 불륜이나 윤락을 상상하게 됩니다. 입주자들의 이러한 걱정을 없애기 위해, 간판을 호텔이나 여관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아니면 은유적으로 호텔캘리포니아, 황혼부터 새벽까지,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등 혐오스럽지 않은 이름으로 바꾸는 것도 조삼모사처럼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창원 곽 모 씨는 시에서 틀어주는 라디오 소리 때문에 산책에 방해된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안민고개 데크로드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라디오방송이 시끄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조용하게 산책하려는 주민에게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대부분 시민은 조용하게 사색하고 싶고, 숲 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 싶어 합니다. 제발 당장 중지해주기 바랍니다."

김해시청 소통의 장 화면 캡처.

시 산림과도 곤혹스러운 눈치다. 주민 건의로 만든 것인데, 이런 불만도 있으니 참 난처할 만하다. "안민데크로드 라디오는 이용자 건의가 있어 설치·운영 중입니다. 개인적인 취향이 다르다 보니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볼륨을 조절하거나, 라디오방송은 중단하는 대신 클래식 등으로 대체하는 등 불편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민원이 아닌 문의도 있다. 통영 박 모 씨 글이다. "화가 이중섭 단골이었다는 '복자네집'이란 선술집이 지금도 있을까요? 아니면 그 집은 지금 어떻게 변했나요? 번거롭겠지만 좀 알아봐 줬으면 합니다."

시 문화예술과 답변이다. "추억 속의 술집이 되고 말았습니다. 항남동 포트극장 주변 어디일 것이라 추측하지만 확실히 어디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여러 얘기를 수렴해서 스토리텔링화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입니다."

함양 이 모 씨는 파리·모기 때문에 겪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축산단지 철거작업 때 만든 물웅덩이 때문에 파리·모기 서식처로 변했습니다. 우리 집으로 몰려 그 피해가 극심합니다. 양봉하는 농가라 함부로 방제나 소독할 수도 없고 미칠 지경입니다."

군 농축산과는 "현지 실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 방역작업을 진행했다"고 답변한다.

남해 김 모 씨는 애타게 사람을 찾는다. "1979년부터 1981년까지 군 생활할 때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박○○이라는 전우를 찾았으면 합니다. 계급을 떠나 항상 친동생처럼 여겨줬던 분입니다. 그분이 저를 기억할지 어떨지 모르지만, 현재도 생존해 계신다면…. '노고산 김 하사'라고 하면 기억해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군은 희소식을 전해주지는 못한다. "군청에 근무하는 동료직원이 알아본 결과 안타깝게도 오래전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돌아가셨지만 알고 싶은 점이 있으면 지인분 연락처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김해 박 모 씨는 놀이터에 설치한 흔들의자가 위험을 부추긴다며 흥분감을 감추지 못한다. "골목에 운동기구와 흔들의자가 설치됐습니다. 지금 밤 10시인데도 '무섭다'고 울며 소리 지르는 아이를 엄마는 '재미있다'며 억지로 태우고 있습니다. 낮에는 초등학생들이 무슨 그네처럼 뿌리가 흔들리게 타지를 않나, 한 아이는 누워서 밀고…. 정말 위험하게 탑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이렇게 위험한 놀이터로 만들어 놓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천을 찾은 한 관광객은 '화장실'을 별스럽게 표현한 식당에 불쾌감을 나타낸다. "사천시에 관광차 갔다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니 화장실을 '팬티 벗는 곳'이라고 써 놓았던데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굳이 야릇한, 천박해 보이는 표현으로 이렇게 할 이유가 있습니까? 이대로 두는 게 사천시 관광발전에 도움이 될까요?"

시는 "건의한 업소에 대하여 현지 출장하여 화장실(팬티벗는곳)에 표시한 사항을 철거토록 시정 조치하였습니다"라고 한다.

고성에는 '군수님 × 좀 치워주세요'라는 심상치 않은 제목이 달려있다.

"저희 아버님댁은 재래식 화장실입니다. 화장실에 변이 가득한데 위생 차가 오질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여든 넘은 아버님께서 수거하는 회사로 전화해도 벌써 몇달째 오지 않으니 어쩌면 좋을까요. 저희가 직접 퍼서 버릴 수 있다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을 겁니다. 세계적인 고성엑스포를 주최한 고성군이 이런 기본적인 복지가 안 된다니…."

이에 군은 "정확한 주소와 연락처 알려주시면 이른 시일 내 재래식 화장실 청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한다.

함안군수에게 식사 한번 하자는 주민 제안도 있다.

"이번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모든 분이 군 홍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 또한 '군수님 이하 7만 군민이 똘똘 뭉친 살기 좋은 함안, 기업하기 좋은 함안'이라는 멘트를 날렸습니다. 군수님, 시간이 되시면 우리 출연자들 수고했다고 격려 차원에서 밥 한 끼 사주십시오. 한 7~8명 정도 모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군에서는 "일정 등을 감안해 차후 연락드리겠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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