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하느님 사명으로 실천하는 '부모교육의 전도사'

하언승(65) 대표는 마산합포구 진동면 삼진중학교 앞에 있는 후세대교회 목사이다. 또 그는 후세대가정교육원 대표이다. 그는 전국 어디에서든 또 누구든 그에게 ‘부모교육’을 이야기하라면, 반드시 달려간다. ‘모든 가정을 건강하게 하라’는 하느님의 사명 지키기 위해서다. 하 대표가 우리 세대 부모들에게 던지는 메세지는 ‘후세대에 소망을’, 또 하나는 ‘심은 사람은 갔으되 나무는 자라서’이다.

재수의 아버지는 대학을 재수하고 있는 아들 때문에 늘 속이 상했다. 대학을 한 번 떨어졌으면 됐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놀기만 하니 말이다. “공부 좀 안 해?”하고 다그치면 아들은 “아, 하고 있잖아요!”하고 짜증만 냈다.

그런 어느 날 재수 아버지는 삼수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는 아들이 대학을 두 번이나 떨어져 삼수를 하고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위안을 받으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재수 아버지는 삼수의 아버지를 만나자마자 신세한탄부터 늘어놓았다.

“여보게, 재수 때문에 속이 상해서 못 살겠네. 아버지가 그만큼 신경을 써주면 고맙다며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할 텐데 오히려 놀 궁리만 하니 이번에도 대학가기 어려울 것 같네. 자넨 삼수 때문에 나보다 더 속상할 테지?”

“아닐세. 난 우리 삼수를 믿네.” 삼수 아버지가 재수 아버지에게 답한 그 한 마디를 방에 있던 삼수가 들었다. 재수, 삼수를 하면서도 별 의욕 없이 그냥 그렇게 대충 공부해왔던 삼수는 아버지가 자신을 믿는다는 단 한 마디에 감명을 받고 자기 삶을 좀 더 주체적으로 살게 되었다.”

인터뷰 하는 하언승 대표(왼쪽)./박민국 기자

이 이야기는 2008년 10월 창원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마련한 ‘좋은 아버지 교육’에 참가했을 때 하언승 후세대가정교육원 대표로부터 들은 내용이다. 그의 공식 직함은 후세대가정교육원 대표이지만 당시 ‘좋은가정아카데미’ 원장 직함도 있었기에 나 편한 대로 지금도 ‘원장님’이라 부르고 있다.

장담컨대 경남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어지간히 ‘좋은 부모 교육’이나 ‘아버지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하 원장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그는 17년 동안 부모교육과 아버지 교육에 매진했다. 아직도 부모교육이라면 전국 어디서 초청을 하더라도 쫓아가서 강의를 한단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부모교육의 전도사’다.

부모교육이 사회문제를 예방하는 첫걸음

오월의 햇살이 꽃들에게 희망을 양껏 안겨주던 초순, 하 원장을 찾아 마산합포구 진동면 삼진중학교 앞에 있는 후세대교회로 갔다. 그는 이 교회 목사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원장님 강의를 들은 지 4년이 되었네요. 그때 아버지 교육 심화과정 강의 마지막 날 아내의 발을 씻어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아내가 감동 먹고 좋아했던 생각이 납니다.

“아, 그때 오셨구나.”

하언승 대표./박민국 기자

-만나 뵈면 꼭 물어봐야지 하는 게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말입니다. 부모교육을 위해 이토록 혼신의 열정을 다하시니 무슨 연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매우 엄격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제가 다섯 살 때부터 10년 이상을 겨울마다 한문 공부를 했죠. 제 아버지가 한학자입니다. 그래서 언행이나 처신에 대해 아주 엄격했는데 신발이나 수저가 반듯하게 되어 있지 않으면 혼이 났습니다. 농기구가 어질러져 있으면 200미터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불러다가 바르게 하라고 시켰으니까요.”

-부친께서 그렇게 엄격하셨다면 답답하거나 억눌린 감정 이런 것도 많이 느꼈었겠어요?

“그때는 그런 것 자체를 느끼지 못했고 다 그러려니 하고 자랐었지요. 특히 서당에서 한학을 하다 보니 어른에게 절대 공경하고 순종해야 한다고만 알았지요.”

-그래도 반항 같은 거….

“전혀 반항은 꿈도 꾸지 못했죠. 특히 10살 위인 형이 엇나가는 행동을 하다가 아버지한테 야단을 많이 맞았어요. 방에 갇히기도 하고 매를 맞기도 하고…,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순종할 수밖에 없었죠. 순종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었어요. 하하하.”

하언승 대표./박민국 기자

순간 나 어렸을 적 어머니께 야단맞을 때 동생의 모습이 생각나서 덩달아 웃었다. 착하게만 살았다는 하언승 원장의 어린 시절. 동네에서 인사 제일 잘하기로 소문난 어린이. 그러나 하 원장은 사춘기에 들면서 번민하기 시작했단다. 공부 잘하는 착한 어린이도 사춘기를 비켜갈 수 없는 모양이다. 중학교 졸업할 때 상을 다섯 개나 받았는데도 그게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고. 그는 사무실 안쪽에서 중학교 졸업사진을 꺼내왔다. 액자로 된 졸업사진에는 가슴에 마분지를 물음표 모양으로 잘라 붙여 있었다.

하 원장은 그 물음표 안에 인생, 성공, 출세, 졸업, 필승이란 글자를 써넣었다고 했다. 좀 엉뚱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하 원장은 당시 이런 사진을 찍을 정도로 삶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엔 사찰을 찾아가 스님도 만나고 교수도 만나 고민의 해답을 얻고자 했다. 그렇게 해도 얻지 못한 해답을 하 원장은 교회에서 찾았다. 교회에서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깨우쳤고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게 되었다.

-부모교육을 하시면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풀어내시는 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아버지 교육을 많이 합니다만 사실 ‘부모교육’에 사명감을 가진 사람입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제게 부모교육의 사명감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좀 거창한 말입니다만, 좋은 세상을 만들어 후세대에 소망을 주고자 하는 것이 제 삶의 의미입니다. 전 교육을 할 때 부모집단과 교사집단이 부모역할과 스승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 사회를 슬프게 하는 일들 중에 학교폭력이나 왕따, 청소년 자살, 그리고 이혼 등 사회문제는 성장과정에서 잘못 길러진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결과라고 봐요. 뒤늦게 사회문제를 수습하려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잖아요? 전국의 부모들에게 예방차원에서 ‘부모교육’을 하면 이런 사회문제가 훨씬 줄어들 것이에요.”

하언승 대표./박민국 기자

-맞아요. 행정당국이나 교육계가 그렇게 ‘예방’을 강조하면서도 왜 근본적인 예방책에는 모르는 체 하는지 모르겠어요.

“훌륭하고 똑똑한 인물은 길러지는 것이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발달심리학에 보면 자녀 양육의 ‘절대적 시기’가 있다고 합니다. 뇌 과학자들은 12살까지 뇌 발달이 평생을 간다고 합니다. 이런 때에 자녀의 뇌를 충분히 발달시켜 놓지 못해놓고 나중에 공부 못 한다 품행이 안 좋다고 나무라는 것은 마치 386컴퓨터에 동영상을 돌리려 하는 것과 같은 거지요.”

이 말을 하면서 하 원장은 책이 쌓여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작은 책 한권을 보여주었다. <엄마 때문이야>란 제목의 자녀교육지침서 같은 것이었다. 하 대표는 흔치 않은 책이라고 소개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강조했다. 속으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내 속을 읽었을까, 인터뷰가 끝나고서 그 책을 내게 선물로 주었다. 지은이가 엄마(양혜선)와 아들(박상민)로 되어 있었다.

밥상머리 교육 실천함으로써 ‘아버지 부재’ 극복하라

-‘아버지’란 키워드가 한국 사회에 화두처럼 두드러진지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버지 교육이란 말이 우리 사회에 회자된 것은 IMF 이후부터일 겁니다. 급속도로 변하는 사회 속에서 전통적으로 권위를 유지해 온 남편과 아버지의 가치가 추락하면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신세대 문화에 익숙한 자녀들과 아버지가 충돌하면서 아버지 역할이 혼돈에 빠진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자 국가에서도 전국 시도에 ‘건강가정지원센터’를 만든 것으로 압니다.”

-맞아요. IMF 이후에 부쩍 아버지들의 명예퇴직이 늘고 실직을 하면서 아내뿐만 아니라 자식들한테도 권위를 잃어버린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나 그것은 아버지라는 존재 가치를 경제면에만 무게를 둔 것이라 옳지 않아요. 설령 돈을 벌어오지 못하더라도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가 있는 것만으로도 가정에 힘이 됩니다. 돈을 벌어오면 권위가 서고 아니면 권위가 없다고 여긴다면 정말 슬픈 일 아닙니까? 아버지가 병들어 누워있더라도 가족들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권위를 인정해 주어야 그게 사람의 도리지요.”

-아버지들이 직장생활에 바쁘다 보니 그 존재가치와 권위가 실추됐다는 말도 있던데…. 아버지의 권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해결책이 있을까요?

“우스갯소리 인데, 아이가 엄마에게 하는 말입니다. 엄마, 냉장고는 먹을 것이 있어 좋고 강아지는 나랑 놀아주어서 좋은데 아버지는 왜 있는 거야? 하더래요. 아무리 우스개지만 우리 가정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슬프기까지 해요. 해결책이라기보다 대안을 몇 가지 제시하자면, 우선 아버지가 하루 20분이라도 자녀들과 놀아주거나 책을 읽으면서 친밀감을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토요일엔 자녀들과 여행을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때 주의할 게 있어요. 절대 성적문제라든지 잘못한 일을 지적하거나 훈계하면 안 돼요. 마지막으로 자녀들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편지를 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실추되었던 권위가 되살아날 겁니다.”

하언승 대표./박민국 기자

-제가 갑자기 좀 부끄러운 느낌이 드는 일인데요…, 사실 원장님 강의 들으면서 비법을 전수받고도 6개월이 지나면 원위치가 되어버려요. 안 들던 매도 다시 들게 되고….

“6개월 정도 지속되면 양호한 것입니다. 하하. 흔히 교육 약발이 3개월이라 하던데요. 한 번 교육 받는다고 완전히 변화가 되겠습니까? 반복해서 교육을 받고 독서를 통해 공부를 해야 할 것입니다.”

공무원연수에도 ‘심도있는 부모교육’ 절실해

잠시 그동안 내가 부모 교육을 받거나 건강가정지원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들었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정말 부모 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런 교육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이 없을까 였다. 하 원장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부모교육을 받도록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아니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전문강사를 채용해 돌리면 예산 얼마 들이지 않고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공무원 연수과정 시간표를 소개했다.

“며칠 전 6급 공무원을 대상 연수과정 강사로 갔어요. 커리큘럼을 보니까 파워포인트 29시간, 엑셀 29시간, 미술치료 12시간, 아버지 교육 2시간이었습니다. 6급 공무원이면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밥 먹듯 하고 있을 텐데 그걸 모를까봐 강좌를 마련했다는 게 먼저 이해할 수 없고요, 상담원들에게 필요한 교육인 미술치료가 12시간이나 필요 있나 이 말예요. 그런데 정작 자녀교육이 절실한 시기의 부모인데도 관련 강좌 시간은 두 시간에 그쳤어요. 가장 자녀교육이 필요한 시기의 아버지들에게 겨우 2시간만 배정되어 있는 거예요. 교육받으신 분들도 자신들에게 정말 필요한 이런 교육의 시간이 너무 짧다는 푸념을 하더라고요. 연수 정책이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하언승 대표(왼쪽)과 정현수 기자./박민국 기자

하 원장은 2007년 <경남도민일보> 지면을 통해 이러한 내용으로 도지사와 도교육감에게 공개 제안을 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변한 건 별로 없다. 수장들의 인식문제로 연결되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모기소리만 해서 아직 반응이 없다고 했다. 그의 나이 올해 육십 다섯. 힘닿는 데까지 건강가정을 위해 ‘부모교육 전도’를 게을리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모든 가정을 건강하게 하라는 하느님의 사명 지키기 위해서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두 가지 표현을 꼭 기록해달라고 했다. 하나는 ‘후세대에 소망을’이고 또 하나는 ‘심은 사람은 갔으되 나무는 자라서’란 표현이다. 우리 시대의 부모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간절히 던지는 화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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